“너 진짜 많이 컸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박찬호(29)는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개최된 2024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 어느 부문보다 경쟁이 치열했던 유격수 부문. 박찬호는 유효표 288표 가운데 154표(득표율 53.5%)를 획득, 유력 경쟁자였던 SSG 랜더스 박성한(118표, 41%)을 제치고 생애 첫 황금장갑을 품었다. 데뷔 10년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장충고를 나온 박찬호는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 50순위로 KIA에 입단한 주목받지 못한 내야수였다. 당시 그가 주목받은 건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동일한 이름뿐이었다.
커리어 초창기 또한 시련의 연속이었다. 2014년 14경기 타율 9푼1리, 2015년 69경기 타율 1할8푼2리, 2016년 69경기 타율 1할6푼7리로 1군의 높은 벽을 실감했고, 2017년 1월 현역 입대해 병역 의무를 먼저 이행했다.
박찬호가 마침내 이름 석 자를 알린 건 전역 후 첫 시즌이었던 2019시즌. 당시 133경기 타율 2할6푼 131안타 2홈런 49타점 39도루 활약으로 생애 첫 타이틀홀더가 된 것. 지금은 메이저리거가 된 김하성(당시 키움 히어로즈)을 6개 차이로 따돌리고 도루왕을 차지했다.
박찬호는 2020시즌 다시 시행착오 속 규정타석 타율 꼴찌(2할2푼3리) 불명예를 안기도 했지만, 이를 자양분으로 삼아 계속 정진했고, 2022시즌 타율 2할7푼2리에 이어 2023시즌 마침내 규정타석 3할 타율(3할1리)을 해냈다. 그리고 올해 134경기 타율 3할7리 158안타 5홈런 61타점 86득점 20도루 커리어하이 시즌을 치르며 우승반지와 함께 꿈에 그리던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2020시즌 김선빈으로부터 주전 유격수를 물려받은 박찬호는 수비 또한 매년 성장세를 보였다. 그 결과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KBO 수비상 유격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올해 리얼글러브 어워드 유격수상, 베스트 키스톤콤비상, 유격수 골든글러브까지 유격수로 받을 수 있는 상이란 상을 휩쓸었다. 박찬호의 끊임없는 노력이 만들어낸 값진 결과물이었다.
박찬호는 수상 후 “정말 내 스스로 대견하다고 해주고 싶다”라며 “정말 잘근잘근 씹으면서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왔다. 단순히 대단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거를 잘 버텨냈다는 것에 대견하다고 해주고 싶다.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가족의 힘이 없었다면 나 혼자 버텨내지 못했을 것 같다”라고 감격의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올 시즌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것 같다. 우승도 했고 유격수로 받을 수 있는 상도 모두 받았다. 절대 안주하지 않고 자만하지 않고 내년에도 또 이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항상 감사드린다. 그리고 항상 어느 구장을 가더라도 원정이라는 느낌이 안 들게끔 주눅 들지 않도록 열성적으로 응원을 해준 팬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항상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박찬호는 시상식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시상식 오기 전 차 안에서 와이프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너 진짜 많이 컸다’라고”라고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아내의 말대로 박찬호가 정말 많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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