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시절 만년 백업이었던 김기연(27)이 라이벌 두산 베어스 이적을 커리어 전환점으로 삼고, 생애 첫 억대 연봉 계약에 성공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지난 13일 공개한 2025년 연봉 계약 결과에 따르면 포수 김기연은 종전 4000만 원에서 175%(7000만 원) 상승한 1억1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투수 이병헌(1억3000만 원), 외야수 조수행(2억 원), 내야수 이유찬(1억500만 원) 등 올해 활약을 인정받은 동료들과 함께 생애 첫 억대 연봉자 반열에 올라섰다.
LG 소속이었던 김기연은 지난해 11월 개최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라이벌 두산의 선택을 받았다. 드래프트 시점 기준 장승현, 안승한, 박유연, 윤준호 등 수많은 백업 포수 자원을 보유한 두산이었지만, LG에 2차드래프트 1라운드 양도금 4억 원을 지불하고 포수를 또 영입, 전문가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수년간 지속된 고질적 백업 포수 고민에도 김기연 지명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진흥고 출신의 김기연은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2차 4라운드 34순위 지명을 받은 뒤 수년째 2군 생활을 전전했다. 입단 후 LG에서 무려 8년을 보냈지만, 1군 통산 성적이 42경기 타율 1할4푼 3타점이 전부였고, 팀이 29년 만에 우승한 지난해에도 알을 깨지 못하고 28경기 타율 1할1푼8리 2타점으로 부진했다. 39세 베테랑 허도환과의 경쟁에서도 밀린 선수였다.
두산맨이 된 김기연은 예상을 깨고 일발 장타력과 안정적인 투수 리드를 앞세워 이승엽 감독의 백업 포수 고민을 종결시켰다. 올 시즌 95경기 타율 2할7푼8리 5홈런 31타점 31득점 OPS .714의 커리어하이를 쓰며 진흥고 선배 양의지의 뒤를 이을 안방 후계자로 전격 낙점됐다. 순위싸움이 한창이었던 8월 김기연의 월간 타율은 3할2푼3리(62타수 20안타) 1홈런 5타점에 달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양의지가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김기연의 존재감이 더욱 빛을 발휘했다. 양의지는 2024시즌 수비에서 608⅓이닝(리그 9위) 소화에 그쳤는데 김기연이 579이닝(11위)을 책임지며 주전 공백을 최소화했다. 두산의 정규시즌 4위 도약에는 김기연의 지분이 제법 있었다.
김기연의 2016년 LG 입단 당시 연봉은 2700만 원. 2018년까지 최저 연봉을 받다가 2019년 고작 100만 원 오른 2800만 원에 계약했고, 2021년과 2022년 3000만 원, 2023년 3500만 원으로 선수생활을 했다. 김기연의 LG 시절 1군 성적은 2018시즌 2경기, 2022시즌 12경기 타율 2할2푼2리, 2023시즌 28경기 타율 1할1푼8리가 전부였기에 박봉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적을 터닝포인트로 삼은 김기연은 4000만 원에서 무려 7000만 원 상승한 1억1000만 원이 적힌 계약서에 사인, 2025시즌 억대 연봉 포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게 됐다.
김기연은 “과거에는 비시즌을 보낼 때 1군에서 뛰는 걸 목표로 삼았는데 이제는 1군에서 더 많은 경기, 더 좋은 결과를 내려고 준비를 한다. 아예 다른 차원이다. 준비를 잘해서 내년에도 아프지 않고 1년을 온전히 뛸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새로운 목표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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