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유격수에 밀려 골든글러브의 꿈이 아쉽게 무산됐지만, 좌절은 없다. 국대 유격수에게는 내년이 또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주전 유격수 박성한은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개최된 2024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격수 부문 황금장갑을 품는 데 실패했다.
박성한은 총 유효표 288표 가운데 118표(득표율 41%)를 획득, 154표(득표율 53.5%)를 얻은 박찬호(KIA 타이거즈)에 36표 차이로 밀려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의 꿈이 무산됐다. 반대로 박찬호는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품었다.
효천고 출신의 박성한은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2차 2라운드 16순위로 프로에 입성했다. 초창기 각종 시행착오 및 상무 복무를 거쳐 2021시즌 135경기 타율 3할2리 123안타 4홈런 44타점 53득점 12도루로 랜더스 주전 유격수의 탄생을 알렸고, 올해까지 4시즌 연속 꾸준히 랜더스 내야의 야전 사령관을 담당했다.
올 시즌 활약도 강렬했다. 137경기에 출전, 564타석을 소화한 가운데 타율 3할1리 147안타 10홈런 67타점 78득점 13도루를 기록하며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411), 출루율(.380) 커리어하이를 해냈다. 홈런의 경우 데뷔 첫 두 자릿수였다. 박성한은 이에 힘입어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승선해 차세대 국대 유격수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134경기 타율 3할7리 158안타 5홈런 61타점 86득점 20도루를 해낸 박찬호와 기록이 비슷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유격수 수비 이닝 또한 박성한은 1115이닝, 박찬호는 1120⅓이닝이었고, 실책도 나란히 23개를 범했다. 그 결과 국대 유격수와 우승 유격수의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고, 우승 유격수 박찬호가 최종 승자가 됐다.
박성한은 투표 결과를 덤덤히 받아들이고, 경쟁의 승자인 선배 박찬호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박성한은 “(박)찬호 형은 야구장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많이 보여주는 형이다. 자기 자리에서 정말 열심히 하는 좋은 선수다”라며 “내가 찬호 형보다 못했고 부족했기 때문에 골든글러브를 못 받았다고 생각한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라고 패자의 품격을 뽐냈다.
박성한은 대신 이번 골든글러브 경쟁을 통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유격수 반열에 올라섰다. 그는 “나라는 선수를 팬들이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되신 거 같아 기분이 좋다. 앞으로 더 많이 날 알리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시상식을 통해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땀 흘리고 연습하겠다”라고 새로운 포부를 밝혔다.
박성한은 골든글러브 투표 기간 동안 자신의 수상을 위해 물심양면 노력한 SSG 구단 관계자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SSG 구단은 박성한을 ‘리그 유일 타율 3할-10홈런 유격수’라고 홍보하며, 잘한당 골유박(골든글러브 유격수 박성한)이라는 문구를 이용해 재치 있는 선거 포스터를 제작, ‘장외 선거운동’에 활용했다.
박성한은 “처음에는 조금 부끄럽고 쑥쓰러웠는데 그만큼 날 많이 신경 써 주시고, 챙겨주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자리를 통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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