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일까.
두 차례 트레이드로 인연이 엇갈렸던 3명의 선수가 비슷한 금액으로 FA 계약과 다년 계약에 성공해 눈길을 모은다. 트레이드를 통해 새로운 팀에서 더 많은 기회를 받고 입지를 다졌고, 소속팀은 성적에 대한 보답으로 거액의 계약을 안겨줬다.
삼성 라이온즈의 내야수 류지혁, KIA 타이거즈의 포수 김태군, 두산 베어스의 투수 홍건희가 그 주인공이다. 2020년 류지혁과 홍건희가 1대1 트레이드로 서로 팀을 옮겼고, 2023년에는 류지혁과 김태군이 1대1 트레이드 상대였다.
# 2020년 6월 7일= 두산과 KIA는 1대1 트레이드를 했다. 두산 내야수 류지혁이 KIA로 떠났고, KIA 투수 홍건희는 두산으로 팀을 옮겼다. 당시 두산은 불펜 평균자책점이 9위로 부진했고, 선발진 부상까지 생겨 마운드가 흔들렸다. 두산은 내야 유틸리티 류지혁을 트레이드로 카드로 불펜 보강을 위해 홍건희를 데려왔다. KIA는 공·수·주를 두루 갖춘 전천후 내야수를 얻었다.
# 2023년 7월 5일= 삼성과 KIA는 1대1 트레이드로 포수와 내야수를 주고받았다. 포수 자원이 많았던 삼성은 포수 김태군을 KIA로 보내고, KIA는 3년 전에 트레이드로 데려왔던 류지혁을 삼성으로 떠나보냈다. KIA는 2023시즌을 앞두고 FA 포수 박동원을 놓쳤고, 포수 뎁스가 약했다. 삼성은 2루와 3루가 취약 포지션이었다.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한 류지혁으로 내야 뎁스를 보강했다.
# KIA→두산→필승조…2+2년 최대 24억5000만원 FA 계약
2011년 드래프트 2라운드 9순위로 KIA에 입단한 홍건희는 KIA 시절 통산 166경기(선발 33경기) 9승 20패 5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6.30의 평범한 성적이었다. 트레이드 이후 확 달라졌다. 2020년 트레이드 전에 KIA에서 7경기(12이닝) 평균자책점 6.00이었다.
그런데 두산으로 이적한 후 불펜으로 50경기(56⅔이닝) 등판해 3승 4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4.76으로 잘 던졌다. 넓은 잠실구장으로 트레이드가 터닝포인트가 됐다. 불펜 필승조로 우뚝 섰다.
2021년에는 마운드의 핵심 자원이 됐고, 65경기(74⅓이닝) 6승 6패 3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2.78을 기록하며 특급 불펜이 됐다. 2022년에는 김강률의 부상으로 마무리 임무까지 맡았다. 58경기(62이닝) 2승 9패 18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3.48를 기록하며 셋업맨과 마무리를 오갔다. 2023년에는 풀타임 마무리를 맡아 64경기(61⅔이닝) 1승 5패 22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했다.
2023시즌이 끝나고 홍건희는 FA 자격을 취득했고, 올해 1월 두산과 2+2년 최대 24억 5000만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세부 계약조건은 계약금 3억원, 연봉 총액 21억원, 인센티브 5000만원이다. 첫 2년 계약의 총액은 9억5000만원이다. 2년 계약이 끝난 뒤에는 2년 15억원의 선수 옵션이 있는 2+2년 계약이다.
올해 홍건희는 65경기(59⅓이닝) 4승 3패 9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마무리를 하다가, 중반에는 신인 김택연에게 마무리를 넘겼다.
# LG→NC→삼성→KIA→우승 포수…3년 25억 다년 계약
2008년 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17순위로 LG에 입단한 김태군은 2013년 신생팀 NC가 1군에 참가할 때 특별지명으로 NC로 이적했다. 보호선수 20명에 포함되지 못해 NC가 포수 자원으로 점찍었다.
NC에서 주전 포수로 자리잡았고, 2015년에는 포수로 144경기 전 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2할5푼4리(421타수 107안타) 6홈런 52타점 45득점 OPS .661을 기록했다.
2019시즌 후반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했고,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었는데 시기가 안 좋았다. 포수 FA를 향한 영입 경쟁이 없었고, 결국 김태군은 해를 넘겨 2020년 1월 NC와 4년 최대 13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당시 주전 포수 양의지가 있어 백업으로 뛰었다.
2022시즌을 마치고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다. NC는 불펜을 보강하기 위해 삼성 투수 심창민과 포수 김응민을 데려오고 김태군을 내주는 1대2 트레이드를 했다. 김태군은 삼성에서도 주전 포수 강민호에 이은 백업으로 뛰었다.
2023시즌 도중 KIA로 트레이드되면서 입지가 달라졌다. 포수 뎁스가 약한 KIA는 김태군을 영입해 주전 포수로 기용했다. 김태군은 지난해 10월 FA가 되기 전에 KIA와 다년 계약을 했다. 계약 기간 3년, 총액 25억원(연봉 20억원, 옵션 5억원)의 안정된 계약이었다.
김태군은 올해 105경기 타율 2할6푼4리(235타수 62안타) 7홈런 34타점 24득점 OPS .711을 기록하며 KIA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 5경기 타율 3할5푼3리(17타수 6안타) 1홈런 7타점 OPS 1.047로 활약했는데, 한국시리즈 MVP 투표에서 김선빈에 1표 부족해 상을 놓쳤다.
# 두산→KIA→삼성→유틸리티…4년 26억 FA 계약
2012년 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36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류지혁은 1군에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군 복무를 마치고, 2016년 백업으로 기회를 받아 90경기(118타수 34안타) 출장했다.
2017년부터 내야 유틸리티로 출장 기회가 늘었다. 두산 왕조 시절 탄탄한 두산 내야진에서 주전을 백업하며 1루수, 2루수, 3루수, 유격수 내야 전 포지션을 커버하는 유틸리티로 활약했다. 2017년 125경기 타율 2할5푼9리(297타수 77안타), 2018년 128경기 타율 2할6푼8리(228타수 61안타), 2019년 118경기 타율 2할5푼(276타수 69안타)를 기록했다.
2020년 6월 KIA로 트레이드 직후 허벅지 근육 파열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되는 불운을 겪었다. 부상에서 복귀한 2021년 92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7푼8리(273타수 76안타) 2홈런 34타점 37득점 OPS .715를 기록했고, 2022년에는 127경기 타율 2할7푼4리(405타수 111안타) 2홈런 48타점 55득점 OPS .715를 기록했다.
2023년 7월 삼성으로 트레이드됐고, 내야 여러 포지션을 책임졌다. 지난해 132경기 타율 2할6푼8리(455타수 122안타) 2홈런 45타점 63득점 26도루 OPS .650을 기록했다. 올해는 100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5푼8리(302타수 78안타) 3홈런 36타점 43득점 11도루OPS .666을 기록했다. 올해 2루수로 가장 많이 뛰었다. 2루수로 461이닝, 3루수로 179⅓이닝, 1루수로 44⅔이닝을 책임졌다.
삼성은 지난 16일 팀 내부 FA 류지혁과 4년 최대 26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계약금 3억원, 4년 연봉 합계 17억원, 4년간 인센티브 합계 6억원의 계약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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