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광우병 사태로 곤욕을 치렀던 배우 김규리가 변함없는 소신을 내비쳤다.
17일 오후 서울 동교동 인디스페이스에서 배우 김규리의 진행으로 ‘제11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 시상식은 한 해 동안 한국 영화계를 빛낸 주역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하는 데에 있다. 152편의 작품이 후보에 올랐고 16개 부문에서 트로피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가장 큰 영예의 작품상은 영화 ‘서울의 봄’이 가져갔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는 “영화가 현실이 되고 현실이 영화가 되는 고통스럽고 힘든 시절이다. 코로나19를 이겨내고서 152편을 만든 제작자분들이 계신데 올해의 작품상은 이 분들과 함께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보통의 가족’ ‘핸섬가이즈’ ‘남산의 부장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곤지암’ ‘덕혜옹주’ ‘내부자들’ 등의 필모를 자랑한다. 이중 ‘서울의 봄’은 1970년대 말, 대한민국 현대사를 뒤흔든 이른바 ‘10·26’을 영화적으로 재조명 해 천만 영화 대열에 들었다.
다만 김원국 대표는 ‘서울의 봄’을 비롯해 ‘남산의 부장들’, ‘내부자들’ 같이 색깔이 뚜렷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우려에 “저는 ‘핸섬가이즈’ 같은 작품도 좋아한다”며 웃어넘겼다. ‘서울의 봄’처럼 정치색 짙은 작품 외에도 편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작품도 좋아한다는 것.
이에 진행자 김규리 또한 “상대방은 사람인데 하나의 색깔로 규정하는 건 잘못되지 않았나.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의 눈과 마음이 비뚤어진 것 아닌가”라고 작심발언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규리는 지난 2008년 5월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개인 미니홈피에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 수입하다니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겠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낳았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업체는 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 같은 반정부 메시지 때문에 김규리는 문성근, 김여진 등과 함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7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이로 인해 겪은 고충을 토로했지만 정치적 프레임이 더해진 그는 배우로서 쉽게 재기하지 못했다.
2018년 소속사 관계자 또한 “김규리가 광우병 파동 당시 아무런 정치적 의미 없이 순수한 감성적인 글을 올린 것으로 인해 약 10년 동안 수많은 악플러들에게 지속적인 공갈과 협박을 받아왔으며, 블랙리스트에도 이름이 올라 그동안 연예활동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지난 8월 홍준표 대구시장은 야당의 오염처리수 괴담 선동을 언급하며 "광우병 괴담으로 나라를 온통 혼란으로 몰아넣고 책임지는 정치인이 한명도 없었다. 미국산 소고기 먹느니 청산가리 먹겠다던 그 개념 연예인은 개명하고 아직도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정치권에서 정치인들 연예인 블랙리스트 이런 것 진짜 하지 말자"며 "정치인들이 묵묵히 국가와 국민에게 헌신하는 일선 공무원과 문화, 연예 등등 민간 영역을 건드리는 건 진짜 민폐다. 심심해서 비판하고 싶으면 윤석열, 한동훈을 씹고 정치 공세 하고 싶으면 민주당이나 이재명 대표를 마음껏 공격하면 된다"고 맞섰다.
한편 이날 제11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시상식에서 '서울의 봄'이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조명상, 음악상으로 5관왕에 올랐다. 조정석은 '파일럿'으로 남우주연상을, 김고은은 '파묘'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남녀조연상은 각각 '리볼버' 지창욱, '시민덕희' 염혜란에게 돌아갔다.
/comet568@osen.co.kr
[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