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판의 신사’ 이준희, 프로씨름 선수 출신 최초 대한씨름협회장 도전…혁신과 부흥 기치 내걸어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24.12.18 11: 00

[OSEN=홍윤표 선임기자] 모처럼 씨름판이 후끈 달아올랐다. 오는 21일에 열리는 제44대 대한씨름협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경쟁 구도가 만들어져 모래판에 열기가 퍼진 것이다.
씨름협회 회장 자리를 놓고 프로씨름 1세대의 맏형격인 이준희(67) 전 협회 경기운영총괄본부장이 연임을 노리는 현 황경수(77) 회장에게 도전장을 내민 데다 협회 부회장 출신인 류재선(66) 금강전력 대표가 선거전에 뛰어들어 3파전이 형성됐다.
이번 선거전이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1983년 프로씨름 출범 이후 이만기, 이봉걸과 더불어 이른바 ‘3이(李)’의 중심축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천하장사 출신 이준희의 등장 때문이다.

현역시절 ‘모래판의 신사’라는 애칭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이준희 전 LG, 신창건설 감독은 프로 무대에서 개인 통산 천하장사 3차례, 백두장사 7번 우승 등 큰 발자취를 남겼다. 그는 1987년 현역 은퇴 후 다년간 프로씨름 지도자 생활을 역임한 데 이어 대한씨름협회 경기운영 책임자로 계속 현장을 지켜와 그 누구보다도 씨름의 과거와 현재의 영욕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이준희 후보는 “여전히 예전의 인기를 찾지 못하고 침체 돼 있는 씨름을 부흥시키기 위해 엘리트와 동호회, 여성, 초중고 등 다양한 분야의 씨름발전과 건강한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겠다. 무엇보다 현재 방송 중계권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지만 재정 확충 방안 등 씨름환경 개선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씨름은 그동안 민속씨름(프로)의 몰락 이후 대한씨름협회가 프로를 흡수하고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생활씨름도 끌어들여 덩치는 커졌으나 예전의 영화와 인기를 되찾지 못하고 ‘변방’에 머물러 있는 형편이다. 그나마 전통민속경기라는 명분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전폭적인 지원(연간 60억 원가량)에 의존해 그 그늘에 안주, 구태의연한 모습을 지우지 못하고 현상 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준희 후보는 ‘전통의 가치만을 내세워, 떨어지는 홍시를 받아먹는 수준으로는 변화무상한 스포츠 세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절감, 씨름협회 세대교체와 혁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겠다는 각오로 이번 선거전에 나서고 있다.
대한씨름협회 회장 선거는 오는 21일 오후 1시부터 대전 목원대 체육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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