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물어도 답은 같다. 손흥민(32)의 꿈은 토트넘 홋스퍼에서 우승이다.
영국 'TBR 풋볼'은 17일(이하 한국시간) "손흥민은 토트넘이 트로피를 차지하길 간절히 바란다. 그는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다면 매우 특별한 무언가와도 바꿀 것이라고 말한다"라고 보도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리빙 레전드'다. 지난 2015년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그는 통산 425경기에 출전해 168골 90도움을 기록 중이다. 여기서 6골만 추가하면 토트넘 역대 최다 득점 4위인 마틴 치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기브 미 스포츠'는 "손흥민이 리그 17골을 넣었던 지난 시즌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이번 시즌 안에 치버스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손흥민은 16일 열린 사우스햄튼전에서 1골 2도움을 올리며 토트넘의 5-0 대승을 이끌었다. 그는 45분만 뛰고도 공격 포인트 3개를 적립하며 최근 쏟아졌던 비판을 깨끗이 씻어냈다.
토트넘 역사까지 새로 썼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PL) 68도움을 달성하며 대런 앤더튼(67도움)을 제치고 잉글랜드 1부리그 기준 토트넘 역대 최다 어시스트 기록을 경신했다. 무려 30년 만에 깨진 기록이다.
손흥민은 토트넘뿐만 아니라 PL 전체를 통틀어도 역대 도움 단독 1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토트넘과 재계약을 맺는다면 더 위에 있는 앤디 콜(73개), 애슐리 영, 티에리 앙리(이상 74개), 테디 셰링엄, 크리스티안 에릭센(이상 76개) 등도 충분히 따라잡을 법하다.
하지만 이런 손흥민에게도 없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우승 트로피.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만 10년을 보냈지만, 아직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대표팀 커리어까지 통틀어도 연령별 대회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이 유일하다.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손흥민과 토트넘은 매번 2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2016-2017시즌엔 첼시에 밀려 리그 2위에 머물렀고, 2020-2021시즌 리그컵에선 맨체스터 시티에 막혀 준우승을 거뒀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 올랐던 2018-2019시즌에도 리버풀을 넘지 못하며 눈앞에서 트로피를 놓쳤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토트넘은 지금도 우승과는 거리가 먼 팀이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자신은 항상 2년 차에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지금 상황은 좋지 않다. 기복이 큰 경기력 탓에 안정적으로 승점을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리그 순위는 10위까지 처져 있다.
그럼에도 손흥민에게 포기란 없다. 그는 계속해서 토트넘 팬들에게 우승을 선물하고 구단 전설로 남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아시아 최초 PL 득점왕을 비롯한 여러 업적도 손흥민의 갈증을 풀어줄 순 없었다.
손흥민은 사우스햄튼전을 마치고도 다시 한번 꿈을 드러냈다. 그는 구단 공식 인터뷰를 통해 "이 클럽에서 이룬 성과가 매우 자랑스럽다. 하지만 여전히 배가 고프다. 언제나 발전하고 싶다"라며 "그중 하나를 트로피로 바꿀 수 있다면 분명히 그럴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또한 손흥민은 "모두가 트로피를 받을 자격이 있다. 클럽도, 팬들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지금 이 순간 함께하자. 각자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정말 자랑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손흥민은 지난 8월에도 'BBC'와 인터뷰에서 "아직 내가 이 팀의 전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토트넘과 함께 무언가 우승하고 싶다고 말한 적 있다. 그렇게 되면 전설이라고 불리면서 매우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토트넘 팬들 앞에서도 우승을 다짐한 손흥민이다. 그는 지난 9월 토트넘 팬 포럼에서 "난 아직 계약이 남아있고, 여기에서 뛴 지 거의 10년이 됐다.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상상도 못할 것이다. 난 이번 시즌에만 집중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건 우승이다. 어느 날 내가 토트넘을 떠날 땐 모두가 웃으면서 날 전설로 불러주면 좋겠다"라며 미소 짓기도 했다.
다만 손흥민의 토트넘에서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지만, 재계약 소식은 여전히 잠잠하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아무 논의를 나누지 않았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지금으로선 토트넘의 계약 1년 연장 옵션 발동이 유력하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동의 없이도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 스포츠 독일'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 기자에 따르면 손흥민도 토트넘 잔류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손흥민이 다년 계약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구단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 중이다.
자연스레 이적설도 쏟아지고 있다. 빅터 오시멘의 대체자를 찾는 튀르키예 갈라타사라이와 자유 계약(FA) 선수 영입을 노리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까지 손흥민과 연결됐다.
최근엔 바이에른 뮌헨까지 가세했다.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영혼의 듀오'로 불렸던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으로 데려오고 싶은 선수로 손흥민을 뽑았기 때문. 게다가 튀르키예 저널리스트 에크렘 코누르도 "바이에른은 사비 시몬스 영입에 실패할 시 손흥민 영입을 고려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며 소문에 불을 붙였다. 이 때문에 독일에서도 바이에른이 손흥민 영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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