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맨일까? 마무리 경쟁일까?
KIA 타이거즈가 벌써부터 우승베팅을 했다. 지난 19일 키움 히어로즈의 우완투수 조상우(30)의 트레이드 영입을 단행했다. 키움에 2026 신인지명권 1라운드와 4라운드, 현금 10억 원을 지급했다. 내년 시즌 정상 재수성을 목표로 기피했던 신인 지명권까지 내줄 정도로 전격적인 트레이드였다.
LG 트윈스로 떠난 필승맨 장현식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트레이드였다. KIA는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FA 시장에서 불펜투수 영입을 타진했다. 롯데 자이언츠와 재계약한 김원중 등도 후보군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거꾸로 75경기에 등판한 장현식을 LG 트윈스로 유출되는 일을 당했다.
우승 필승조의 일원이 빠지는 전력누수가 빚어졌다. 2023시즌 맹활약했지만 2024시즌 주춤한 최지민의 반등, 잠재력을 갖춘 김기훈과 유승철의 도약 등으로 메울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과 코치진은 고민끝에 100% 메우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고 트레이드로 해답을 모색했다.
이미 시즌 중 조상우의 트레이드설이 난무했다. 조상우가 갑작스럽게 어깨 통증을 일으켜 시즌을 조기마감하는 통에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다. 스토브리그에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조상우의 트레이드가 부상했다. 키움측에 의사타진했고 지명권 2장과 현금까지 얹혀 영입하는 강수를 두었다. 조상우는 내년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심재학 단장은 "이범호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했고 고민도 많이 했다. 내년 대권수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명순서가 제일 마지막이다. 전체 순서로 10번째와 40번째 신인을 내준다. 시뮬레이션을 하고 결정했다. 지명 순서가 앞이라면 트레이드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금은 FA 이적할 경우 회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어깨 상태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건강한 조상우라면 장현식의 공백은 충분히 메울 것으로 보인다. 신인시절부터 불펜에서 활약했다. 통산 343경기 33승88세이브54홀드, 평균자책점 3.11을 기록했다. 2020시즌은 33세이브, ERA 2.15의 우등성적을 냈다. 50km가 넘는 강력한 직구. 슬라이더와 스플리터까지 구사하며 이미 리그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전상현 정해영과 함께 강력한 필승조를 재가동할 수 있게 됐다.
흥미로운 대목은 조상우가 마무리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당장 우승 마무리 정해영와 미묘한 경쟁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정해영은 마무리 가동 4년 동안 121세이브, 평균자채점 2.81를 기록했다. 올해도 31세이브를 따내며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우승엔딩까지 연출한 부동의 마무리였다.
이범호 감독은 정해영에게 그대로 마무리를 맡길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잠재적인 경쟁자라는 점에서 정해영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된다. 정해영이 연투 혹은 휴식이 필요하거나 예기치 못한 공백이 생길 경우 조상우를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불펜 전반에 긍정적인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단, 트레이드가 성공작이 되기 위해서는 조상우의 건강함이 증명되어야 한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