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설이 떠올랐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폭발력을 선보였다.
토트넘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랜드 카라바오컵 8강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4-3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토트넘은 4강행 막차에 탑승하며 우승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 2007년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째 무관인 토트넘으로서는 절호의 기회인 셈. 현재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PL)에서 10위까지 처져 있는 만큼 카라바오컵이 트로피를 노려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무대다. 토트넘과 우승을 놓고 다툴 나머지 3팀은 '북런던 라이벌' 아스날과 리버풀, 뉴캐슬 유나이티드다.
만약 토트넘이 두 번 더 이기고 대회 정상에 오른다면 손흥민의 클럽 커리어 첫 우승이 된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만 10년을 보냈지만, 아직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대표팀 커리어까지 통틀어도 연령별 대회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이 유일하다.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손흥민과 토트넘은 매번 2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2016-2017시즌엔 첼시에 밀려 리그 2위에 머물렀고, 2020-2021시즌 리그컵에선 맨체스터 시티에 막혀 준우승을 거뒀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 올랐던 2018-2019시즌에도 리버풀을 넘지 못하며 눈앞에서 트로피를 놓쳤다.
손흥민도 그 누구보다 우승에 대한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꾸준히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구단 레전드로 불리고 싶다고 밝혀 왔다. 자신은 아직 토트넘 전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스스로 채찍질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최근 사우스햄튼전을 마친 뒤에도 "이 클럽에서 이룬 성과가 매우 자랑스럽다. 하지만 여전히 배가 고프다. 언제나 발전하고 싶다. 그중 하나를 트로피로 바꿀 수 있다면 분명히 그렇게 할 것"이라며 "모두가 트로피를 받을 자격이 있다. 클럽도, 팬들도 자격이 있다. 그래서 우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손흥민도 결정적 순간에 귀중한 득점을 올렸다. 전반 15분과 후반 1분 득점에 관여했던 손흥민은 3-2로 쫓기던 후반 43분 코너킥을 환상적인 득점으로 연결하며 승리를 견인했다.
손흥민은 1골-2도움을 올린 프리미어리그 사우스햄튼전에 이어 2경기 연속 골이자 시즌 7호 골을 작성했다.
전반 15분에는 토트넘의 선제골에 기점 역할을 했다. 토트넘은 제임스 매디슨-손흥민-이브 비수마-파페 마타르 사르로 패스가 이어졌고, 사르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맨유 골키퍼에게 막힌 공을 쇄도하던 솔랑케가 마무리해 0의 균형을 깼다.
손흥민의 도움이 아쉽게 무산되기도 했다. 전반 26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쿨루셉스키가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리고 슈팅한 것이 맨유 골키퍼에게 막혔다.
전 36분에는 손흥민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그 앞에 서 있던 수비수 2명에 가로막혔다.
전반전을 1-0으로 마친 토트넘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추가 득점을 넣었는데 손흥민이 기점이었다.
왼쪽 측면에서 수비수 2명을 묶은 손흥민이 앞쪽으로 패스했고, 제임스 매디슨이 이를 땅볼 크로스로 연결했다. 이 맨유 수비수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의 발에 맞고 나오자, 쿨루셉스키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을 터뜨렸다.
3-0으로 크게 앞서던 토트넘은 후반 18분과 25분 프레이저 포스터 골키퍼의 연이은 치명적 실수 때문에 두 골을 허용하면서 궁지에 몰렸다.
맨유의 파상공세에 토트넘이 크게 흔들렸는데, 손흥민이 구세주로 등장했다.
후반 43분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키커' 손흥민의 킥이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그대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맨유는 골문 앞에서 헤더를 시도한 토트넘의 루카스 베리발이 알타이 바인드르 골키퍼를 방해했다고 항의했지만, 주심은 손흥민의 득점을 인정했다.
이날 손흥민의 세 번째 슈팅은 천금 같은 결승 골이 됐다. 토트넘은 후반 50분 맨유에 세 번째 골을 허용했는데, 손흥민의 득점이 없었다면 토트넘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토트넘과 불안한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핵심 역할을 하지만 제대로 된 평가는 없다.
ESPN 제임스 올리는 18일 "토트넘 새 계약의 주요 쟁점은 주장 손흥민에 관한 것"이라며 "그의 계약은 이번 시즌 종료와 함께 끝나지만 토트넘은 1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갖고 있어 (재계약 논의)시간이 촉박해지는 것은 해소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32살의 손흥민은 장기계약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토트넘과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손흥민은 지난 2021년 토트넘과 3번째 계약을 체결했는데 기간이 4년이었다. 처음엔 옵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난여름 영국 언론이 토트넘의 의지에 의해 손흥민 계약이 1년 더 늘어날 수 있고 실제 토트넘이 이에 대한 행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이후 1년 옵션 활성화 공식 발표가 나질 않으면서 유럽 언론이 손흥민의 내년 여름 빅클럽 이적설을 조명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빅클럽과 튀르키예 명문 갈라타사라이 이적설에 연결됐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