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이 손흥민(32)과 장기 재계약을 두곤 의미 있는 대화를 하지 않았단 소식이다. '레전드 대우'는 없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매체 ‘ESPN’은 18일(한국시간) “토트넘은 재정적 공정성 규정을 잘 지켜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 문제는 올 시즌 뒤 계약이 끝나는 손흥민의 미래다. 물론 토트넘이 가진 1년 연장 옵션으로 일단 (그가 갑자기 이탈하는) 긴급 상황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32세인 손흥민은 장기 계약을 바라고 있는데, 아직 이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쉽게 말해 토트넘 입장에선 손흥민에게 장기간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이런 태도가 결국 손흥민을 둘러싼 무수한 이적설을 불러오고 있다.
최근 튀르키예 명문 갈라타사라이가 손흥민을 노린다는 현지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튀르키예 매체 ‘하베를러’는 18일 “갈라타사라이가 AS로마에서 입지가 좁아진 디발라를 관찰한 데 이어, 시즌 종료 후 계약이 만료되는 손흥민 영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또한 “갈라타사라이는 1월 이적 시장에 맞춰 토트넘에 적절한 이적료를 제안할 계획이며, 실패하면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 신분이 되는 손흥민을 잡으려 한다”라고 구체적인 이적 제안 시기도 귀띔했다.
이미 지난달 19일 튀르키예 ‘파나틱’도 “갈라타사라이가 모두를 놀라게 할 초대형 영입을 준비 중인데, 토트넘의 32세 한국 스타 손흥민을 노리고 있다”라며 "갈라타사라이는 지난여름 케렘 악투르콜루, 테테, 자하 등 윙어들과 결별했고, 이 자리를 다시 월드클래스 선수로 메우길 원한다. 계약이 내년 여름 끝나는 손흥민을 점찍었다. 먼저 1월 이적료를 제안하고, 안 되면 시즌 후 자유계약으로 영입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갈라타사라이는 튀르키예 쉬페르리그에서 가장 많은 우승(24회)을 기록한 최고 명문 클럽이며, 지난해에도 우승컵을 들어올려 2년 연속 정상에 섰다. 1999-2000시즌에는 UEFA 유로파리그 우승 경험까지 갖고 있다.
올 시즌 갈라타사라이는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페네르바체를 제치고 선두를 질주 중이다. 임대해온 빅터 오시멘과 마우로 이카르디를 축으로 15경기에서 13승 2무를 기록하며 개막 후 패배 없이 순항하고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데뷔 첫해를 빼면 매번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고, 2021-2022시즌에는 23골로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게다가 지난 시즌부터 주장 완장까지 차며 새로운 토트넘의 리더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손흥민과 토트넘의 동행은 점차 끝을 향해 가는 분위기다. 올 시즌 뒤 계약이 만료되며, 토트넘이 다년 계약 대신 1년 연장 옵션만 고려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 경우 갈라타사라이의 자유계약 영입 계획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바이에른 뮌헨, 파리 생제르맹,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다른 빅클럽들도 손흥민 영입 가능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특히 바이에른 이적설이 크게 달아올랐는데, 이는 전 토트넘 동료 해리 케인(31, 바이에른)의 말 한마디에서 비롯됐다.
케인은 지난 16일 구단 팬미팅에서 “바이에른으로 데려오고 싶은 토트넘 선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손흥민을 꼽았다. 이 발언은 두 선수의 재회 가능성을 한껏 부풀렸다. 독일 언론 ‘빌트’는 “바이에른이 손흥민 영입을 긍정적으로 볼까?”라며 팬 반응을 물었다.
케인과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8년간 호흡을 맞추며 EPL 사상 가장 많은 합작골(47골)을 만들어낸 듀오다. 램파드-드로그바(36골)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손흥민은 이 중 24골 23도움, 케인은 23골 24도움을 기록했다. 각자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도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작년 여름 케인이 1억 2000만 파운드(약 2189억 원)의 이적료로 바이에른으로 가면서 둘의 파트너십은 깨졌다. 케인은 이적 후 무시알라, 사네 등과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손흥민과 같은 완벽한 호흡은 아직 없다. 토트넘에서 손흥민도 마찬가지다.
손흥민과 이별했지만 케인의 발끝은 여전히 뜨겁다. 바이에른 첫 시즌부터 36골을 넣으며 분데스리가를 장악했고, 이번 시즌도 모든 대회에서 20골 9도움으로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케인을 얘기하면 손흥민이 따라 떠오를 만큼 두 사람은 여전히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이에 케인의 “손흥민을 원한다”는 발언은 손흥민의 미래를 둘러싼 추측을 한층 더 키우고 있다.
영국 ‘팀 토크’는 “손흥민이 이미 분데스리가 경험이 있어 바이에른 적응이 수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두 선수가 다시 만나면 상대 수비를 더욱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더했다.
또한 독일 지역지 ‘아벤트 차이퉁’은 18일 “케인이 바이에른 디렉터 막스 에베를에게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손흥민 영입을 제안했다”라며 “손흥민은 30대 중반을 향해 가지만 여전히 득점력과 도움 능력이 뛰어나고, 다양한 위치에서 뛸 수 있어 바이에른에 매력적인 카드”라고 평가했다.
결국 토트넘이 장기 계약 대신 1년 연장 옵션에만 치중한다면, 손흥민의 마음이 흔들릴 여지는 충분하다. 빅클럽들이 그의 상황을 주시하는 가운데, 이번 시즌 후 손흥민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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