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아닌 검투사인가... 토트넘 막시무스가 수비 불안 지적에 분노 "너 만족해? 우리 이겼는데도 욕하는게?"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4.12.21 20: 23

칼이 있으면 질문한 기자를 찌르지 않았을까.
토트넘은 20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랜드 카라바오컵 8강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4-3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토트넘은 4강행 막차에 탑승했다. 지난 2007년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째 무관인 토트넘으로서는 무관을 끊어낼 절호의 기회인 셈. 현재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PL)에서 10위까지 처져 있는 만큼 카라바오컵이 트로피를 노려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무대다.

토트넘의 다음 상대는 리그컵 10회 우승에 빛나는 리버풀이다. 준결승은 8강과 달리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진다. 1차전은 내년 1월 둘째 주 토트넘 홈에서, 2차전은 내년 2월 둘째 주 리버풀 안방에서 열린다. 만약 토트넘이 리버풀을 꺾고 결승에 오른다면 '북런던 라이벌' 아스날과 뉴캐슬 유나이티드 중 승자와 맞붙게 된다. 
이제 토트넘으로선 우승까지 두 걸음이 남은 셈. 토트넘이 정사에 오른다면 손흥민의 클럽 커리어 첫 우승이 된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만 10년을 보냈지만, 아직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대표팀 커리어까지 통틀어도 연령별 대회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이 유일하다. 
손흥민도 그 누구보다 우승에 대한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꾸준히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구단 레전드로 불리고 싶다고 밝혀 왔다. 손흥민은 최근에도 "이 클럽에서 이룬 성과가 매우 자랑스럽지만, 여전히 배가 고프다. 언제나 발전하고 싶다. 그중 하나를 트로피로 바꿀 수 있다면 분명히 그렇게 할 것"이라며 "모두가 트로피를 받을 자격이 있다. 클럽도, 팬들도 자격이 있다. 그래서 우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날 토트넘은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도미닉 솔란케, 손흥민-제임스 매디슨-데얀 쿨루셉스키, 이브 비수마-파페 사르, 제드 스펜스-아치 그레이-라두 드라구신-페드로 포로, 프레이저 포스터가 선발로 나섰다.
맨유는 3-4-2-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라스무스 호일룬, 브루노 페르난데스-안토니, 디오구 달로-마누엘 우가르테-크리스티안 에릭센-누사이르 마즈라위,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빅토르 린델뢰프-레니 요로, 알타이 바인드르가 선발 명단을 꾸렸다.
토트넘은 전반 15분 솔란케의 선제골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포로가 중앙에서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날렸고, 이를 바인드르가 멀리 쳐내지 못했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달려든 솔란케가 정확하게 마무리하며 골망을 갈랐다. 
토트넘이 3-0까지 달아났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쿨루셉스키가 추가골을 터트렸고, 후반 9분 솔란케가 멋진 솔로 플레이로 멀티골을 만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토트넘이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는가 싶었다.
하지만 포스터가 대형 실책을 저지르며 경기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그는 후반 18분 골문 앞에서 드라구신에게 패스하려다가 브루노에게 뺏기고 말았다. 이는 곧바로 조슈아 지르크지의 골로 이어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포스터는 후반 25분 더 큰 실수를 범했다. 그는 백패스를 받은 뒤 킥을 시도했지만, 너무 여유를 부렸다. 포스터가 찬 공은 빠르게 달려와 몸을 날린 아마드 디알로 발에 맞고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평범한 상황이었으나 안일한 공 처리로 실점을 자초한 포스터였다.
토트넘은 이후 기세를 탄 맨유에 계속해서 슈팅을 얻어맞으며 흔들렸다. 다행히 손흥민이 구세주로 나섰다. 그는 후반 43분 왼쪽에서 직접 얻어낸 코너킥 기회에서 골문 쪽으로 강하게 감아찼다. 공은 그대로 골키퍼 바인드르를 지나 옆그물을 흔들며 손흥민의 시즌 7호 골이 됐다.
그 덕분에 토트넘은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토트넘은 후반 추가시간 조니 에반스에게 한 골 더 실점했지만, 남은 시간을 잘 흘려보내며 4-3 승리를 거뒀다. 결국 무려 7골이 터진 난타전의 승자는 토트넘이 됐다. 진땀승을 거둔 포스테코글루 감독.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수비 전술에 대해 정당성을 어필했다. 그는 "아마 해설하는 사람들이 또 우리 팀이 3-0 상황에서 두 골 내준 것을 바탕으로 내 수비 전술 부족으로 인해 비판하고 혼란스러워 했던 것을 알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나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나가서 상대를 압박하고 공격적으로 축구를 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우리 선수들은 잘 플레이했다"라면서 "실점은 어디까지나 큰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진 것도 아니고 끝내 승리한 경기 아니냐"고 되물었다.
여기에 호주 국적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자신과 같은 국적의 명배우 러셀 크로우의 대표 캐릭터인 막시무스(글래디에이터)의 명대사로 자신을 정당화했다. 해당 대사는 막시무스가 장군서 노예 검투사가 되고 나서 관중들에게 외친 대사다.
당시 막시무스는 삶의 의지가 없어 억지로 살아가는 와중에 강제로 검투사로 뛰게 되었다. 그러고 승리하자 관중들에게 다가가서 "너 이제 만족했어? 만족했느냔 말이다. 이걸 원한게 아니다"라고 무례한 태도를 보여 큰 환호를 자아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그 대사를 알고 다시 한 번 자신을 향한 비판을 비꼬는 의미로 사용한 것. 앞서 해설이 또 자신을 비판했을 것이라고 입을 연 그는 다시 한 번 토트넘의 수비 문제를 언급하는 기자에게 "너 만족해? 만족하냐고 즐겁지 않아?"라고 되물으면서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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