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에 한 번 몸담은 선수들은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매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달리는 팀에서 돈보다 더 큰 가치를 느끼고 있다.
다저스는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 후 7명의 선수들이 FA로 풀렸다. 그 중 유일하게 계약을 한 선수가 바로 불펜투수 블레이크 트라이넨(36)이다. 지난 11일 다저스와 2년 220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클레이튼 커쇼, 워커 뷸러, 잭 플래허티, 조 켈리, 키케 에르난데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등 나머지 6명은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다저스에 남고 싶은 마음을 공개적으로 나타냈다.
트라이넨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팟캐스트 ‘다저스네이션’에 나온 트라이넨은 선수들이 다저스에 돌아오고 싶어 하는 이유에 대해 “이 팀의 승리에 대한 헌신이라고 생각한다. 다저스는 절대로 리빌딩을 하지 않는다. 야구에서 이렇게 플레이오프에 오래 진출한 팀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다저스는 항상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지 생각하는 팀이다”고 말했다.
다저스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이 기간 2021년을 빼고 11번이나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우승을 했다. 그 사이 월드시리즈에 4차례 진출했고, 2020년과 올해 두 번의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갖고 있는 포스트시즌 연속 진출 최다 기록도 넘본다. 애틀랜타는 선수노조 파업으로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않은 1994년을 빼고 1991년부터 2005년까지 14년 연속 가을야구에 나갔다. 이어 1995~2007년 뉴욕 양키스의 13년 연속이 다음 기록이다.
12년 연속으로 3위에 올라있는 다저스는 매년 우승을 위해 선수 보강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선수들도 우승 꿈을 안고 다저스에 온다. 때로는 금전적인 조건을 낮추기도 한다. 지난겨울 오타니 쇼헤이는 10년 7억 달러에 FA 계약했는데 그 중에서 무려 6억8000만 달러를 계약 기간이 끝난 뒤 지급받는 ‘디퍼(지불유예)’를 자청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가 상승에 따른 화폐 가치 하락을 고려하면 디퍼는 선수에게 불리한 조건. 하지만 다저스에는 이런 조건을 감수하는 선수가 유난히 많다. 오타니에 앞서 무키 베츠(12년 3억6500만 달러 중 1억1500만 달러), 프레디 프리먼(6년 1억6200만 달러 중 5700만 달러)이 디퍼가 들어간 계약을 했다. 오타니 이후로도 테오스카 에르난데스(1년 2350만 달러 중 850만 달러), 윌 스미스(10년 1억4000만 달러 중 5000만 달러), 토미 에드먼(5년 7400만 달러 중 2500만 달러), 블레이크 스넬(5년 1억8200만 달러 중 6600만 달러)도 디퍼를 크게 포함했다. 다저스 팀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없으면 하기 힘든 조건이다.
트라이넨은 “평범한 선수로 남아 돈을 받기 위해 야구를 할 수도 있지만 난 월드시리즈 우승이 목표다. 나뿐만 아니라 이곳의 모든 선수들이 우승 반지 욕망이 있다”며 “야구계가 발전하면서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금전적으로 크게 누릴 수 있다. 선수는 가치에 따라 평가받고 보상받아야 하지만 단순한 돈 이상으로 중요한 게 있다. 다저스는 이 게임에서 유산을 남기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스포츠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한 곳인 다저스는 팬들도 훌륭하고, 프런트 오피스는 상상 이상의 전력을 만들어 매년 이기고 싶어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다시 팀에 돌아오고 싶게 만드는 요소가 정말 많았다”며 “다저스 프런트 오피스가 영입하는 선수들을 보면 팀이 얼마나 더 좋아지고자 하는지 알 수 있다. 올해도 그렇고 작년, 재작년도 부상자가 많았지만 플레이오프에 나갔다”고 이야기했다.
다저스에 오기 전까지 6년간 우승 경험이 전무했던 트라이넨은 다저스에 와서 5년간 두 번의 우승을 맛봤다. 팀 전력도 좋지만 구단 배려와 가족적인 분위기에도 흠뻑 빠졌다. 디비전시리즈 기간 중에도 아내의 출산을 함께하기 위해 잠시 팀을 떠났던 트라이넨은 “다저스 프런트와 클럽하우스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배려해줬다. 결코 잊지 못할 감동이었다”고 돌아봤다. 샌디에이고에서 4차전을 마친 뒤 워싱턴주로 날아간 트라이넨은 아내의 출산을 지켜본 뒤 5차전이 열린 LA로 돌아와 세이브 투수가 됐다.
트라이넨은 “다저스의 구단 운영뿐만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을 위한 배려까지 생각하면 재계약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2년 계약은 축복이다. 다저스에서 은퇴하고 싶지 않다면 이번에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팀에 애정을 표했다.
한편 2014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데뷔한 우완 투수 트라이넨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거쳐 2020년부터 다저스에서 뛰고 있다. 메이저리그 10시즌 통산 499경기(7선발·549⅔이닝) 43승34패80세이브103홀드 평균자책점 2.78 탈삼진 560개를 기록 중이다. 어깨 수술과 재활로 2023년 시즌 통째로 쉬었지만 올해 50경기(46⅔이닝) 7승3패1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1.93 탈삼진 56개로 반등했다.
포스트시즌에도 9경기(12⅓이닝) 2승3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2.19 탈삼진 18개로 위력을 떨쳤다. 다저스도 트라이넨이 나온 9경기를 모두 이겼다. 특히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2⅓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우승 확정 경기의 승리투수가 됐다. 36세 적잖은 나이에도 평균 시속 94.6마일(152.2km) 싱커를 앞세워 WHIP(0.94) 피안타율(.194) 같은 세부 수치가 좋다. 이에 다저스는 2년 계약으로 트라이넨을 내부 FA 중 가장 먼저 붙잡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