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그리너스(이하 안산) 김정택 신임 단장이 선수단 구성 관련 '일방통행식 행보'로 부임하자마자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구단 서포터스는 단장 재인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23일 축구계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안산의 선수강화위원회 평가를 통과해 계약서에 사인만 앞둔 선수들, 그리고 유소년팀 지도자들이 갑자기 '무직'이 될 상황에 처했다. 김정택 새 단장 체제로 바뀐 뒤 안산의 선수단 구성 질서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2024 K리그2를 11위로 마친 안산은 지난 20일 신임 단장으로 김정택 전 안산시의회 부의장을 선임했다. 시의원 시절이던 2012년 안산시의회 프로 축구단 창단 추진 건의안을 대표로 발의해 2017년 안산시 시민프로축구단 창단을 이끈 것으로 알려진 김정택 단장은 프로팀 행정 경험은 전무한 인물이다.
김정택 단장에겐 지난해 선수 선발 비리로 인해 시끄러웠던 안산의 체계를 바로 잡아야 하는 임무가 있다. 하지만 오히려 부임하자마자 선수 계약 과정에서 '불공정' 잡음을 자초하고 있다.
선수 선발 불공정 사태를 계기로 투명한 선수 선발 시스템을 구축한 안산은 지난 달 28일 안산시 체육진흥과장과 1군 감독, 구단 프런트 등으로 꾸려진 선수강화위원회 의결을 통해 다음 시즌 안산 성인팀에서 뛸 30명 선수를 정했는데, 김정택 단장이 지난 19일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연봉 협상을 마치고 메디컬 테스트까지 통과한 선수들의 순조로운 계약을 예상하고 2~3주 전부터 팀 훈련을 진행해 온 이관우 감독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구단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계약을 전면 보류 시켰던 김정택 단장은 어떠한 근거도 없이 자신이 리스트업 한 선수 12명을 30명 선수단 안에 포함하라고 지시했다”라고 전했다.
이는 거센 반발을 샀다. 사무국과 코칭스태프는 부당한 지시라며 적극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언쟁 끝에 30명 중 6명을 내보내고, 김정택 단장 리스트 내 있는 8명을 영입해 32명으로 선수단을 꾸리기로 가닥 잡았다.
김정택 단장의 일방통행식 영입 방침으로 ‘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선수 6명 중 4명은 고교 졸업 예정자다.
졸업을 앞둔 선수 4명은 안산 입단을 염두에 두고 대학 수시접수를 하지 않았다. 이대로 구단과 계약하지 못하면 졸지에 갈 곳 잃은 선수가 된다. 공백 있는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이 드물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이들은 축구를 관둬야 하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관우 감독에게도 치명타다. 다음 시즌 최종 목표인 승격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일찍 선수단을 구성했지만, 김정택 단장이 끝까지 자신의 리스트를 밀어붙인다면 이관우 감독은 선수 파악을 포함해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안산은 23일 오전 이사회를 열었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선수 계약 문제를 바로 잡겠단 결과는 도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시즌 돌입 전 ‘원팀’이 돼야 하지만 새 단장의 무리한 요구로 안산 내 균열이 심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안산 서포터스 연대 소모임인 '오늘보다 나은 내일'은 이날 성명을 내고 기존 계획대로 선수단 구성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서포터스는 "구단 운영의 공정성을 위해, 김정택 단장의 영입 리스트가 아닌 기존 이관우 감독과 송경섭 감독이 작성한 영입 리스트를 토대로 신속히 선수단을 구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택 단장 리스트는 비리나 특혜로 인해 꾸려졌을 수 있단 의혹을 제기하며 "실력과 공정성을 기반으로 한 선수단 구성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시민구단의 악습을 꼬집으며 단장 재인선도 요구했다. 서포터스는 “김정택 신임 단장은 이민근 안산시장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인사가 신임 단장으로 임명된 것은, 이번 결정이 철저히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낳는다"라며 "안산은 시민의 구단이어야 한다. 시민과 축구 팬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공정하고 상식적인 인물을 단장으로 다시 임명해야 한다”라고 강력 촉구했다.
OSEN은 김정택 단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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