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것만 같았던 절친과의 동행이 절친의 FA 이적으로 무산된 강백호. 이적을 택한 심우준이 야속할 법도 했지만, 강백호는 ‘한화맨’ 심우준의 밝은 앞날을 기원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새로운 주전 유격수 심우준은 지난 23일 KT 위즈 공식 채널 ‘위즈 TV’를 통해 KT 10년 생활을 되돌아보고, 수원 팬들을 향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심우준은 2024시즌을 마친 뒤 생애 첫 FA 권리를 행사, 지난달 7일 한화와 4년 최대 50억 원(보장 42억 원, 옵션 8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2014년 KT 창단 멤버로 입단한 10년 위즈맨의 첫 이적이 성사된 순간이었다.
야수 최대어를 품은 한화는 “현장에서 원하는 빠른 발과 작전수행능력을 지닌 안정적 유격수 자원을 확보, 내야 뎁스를 강화하게 됐다”라고 기뻐했고, 한화 손혁 단장 또한 “심우준은 시즌 100경기 이상 출전 가능한 꾸준함과 안정적인 수비로 내년 센터라인 강화의 주축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다. 피치클락 도입으로 인해 출루 시 상대 투수에게 압박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팀에 다양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한껏 나타냈다.
심우준은 경기고를 나와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2차 특별 14순위 지명을 받았다. 그리고 막내 구단 KT의 1군 진입 첫해인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8시즌 연속 주전 유격수를 담당했다.
2021시즌 139경기 타율 2할6푼8리 6홈런 활약을 펼치며 팀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끌었고, 2022시즌 또한 안정적인 공수 활약으로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공헌했다. 심우준은 군 입대 전 KT 내야의 대체불가 자원이었다.
심우준은 2023년 1월 상무(국군체육부대)로 향해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그리고 지난 7월 중순 건강하게 전역해 김상수를 2루로 밀어내고 창단 주전 유격수의 귀환을 알렸다. 안정적인 수비는 그대로였고, 일취월장한 타격을 앞세워 팀의 꼴찌부터 5위까지 오르는 마법의 여정에 큰 힘을 보탰다. 시즌 53경기에서 타율 2할6푼6리 3홈런 28타점 7도루 22득점의 강한 임팩트를 남긴 가운데 득점권 타율이 4할1푼2리에 달했다.
심우준은 지난 2022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으나 군 입대 문제로 권리 행사를 잠시 보류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1보 후퇴는 2보 전진으로 이어졌다. 인고의 군 생활을 거쳐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42억 원이 보장된 FA 잭팟을 터트린 심우준이다.
한화맨이 된 심우준은 위즈 TV를 통해 “정말 기억에 남는 경기가 많다. 팬들이 한분씩 늘어나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고, 경기는 꼽을 수 없다. 1위 결정전, 5위 결정전,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 등 좋은 기억만 가득하다. 그래도 그 중에 하나를 꼽자면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KT 10년을 되돌아봤다.
절친 강백호와 배정대, 김민혁 등 동갑내기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심우준은 “(강)백호는 훈련소에서 나온 날 기사로 이적을 접했다고 들었다. 퇴소하자마자 전화로 축하 인사를 해줬다. 가서 잘하고 자기 거 너무 열심히 잡지 말라고 하더라”라고 웃으며 “95년생 친구들도 먼저 축하한다고 해줬다. 떠나서 아쉽지만, 우리 우정은 끝까지 가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T에서 좋은 친구들, 후배들과 같이 야구를 해서 너무 좋았다. 한화 가서도 잘할 테니 경기장에서 만나서 같이 잘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10년 동안 묵묵히 응원을 보내준 KT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심우준은 “그동안 심우준이란 선수를 만들어준 KT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라고 운을 떼며 “팬들 응원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팬들이 조금씩 늘어갈 때마다 감동적이었고, 더 열심히 하게 됐다.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게 사실이다. 이렇게 떠나게 됐지만, 10년 동안 응원 많이 해주시고, 잘할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했다. 위즈파크에서 뵙겠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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