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오딧세이’ 앰버서더 이정민, “제 골프는요? 10단 기어처럼”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4.12.24 11: 47

넷상에서 통하는 그녀의 애칭은 ‘정민이 형’이다. 어깨를 앞뒤로 흔들며 걷는 독특한 걸음걸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얼마나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인지를 알아채는 데는 한두 마디 대화로도 충분하다. 오죽하면 ‘철학자’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간판급 선수로 손꼽히는 이정민(32, 한화큐셀)은 2024 시즌 동안 혼다의 스테디셀링 미니밴 ‘오딧세이’의 앰버서더로도 활동했다. 혼다코리아는 오딧세이를 이정민이 대회장을 오갈 때 쓸 수 있도록 제공했고, 이정민은 혼다코리아의 마케팅 홍보 활동에 참여했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시즌이 마무리되는 이 즈음, 이정민을 경기도 분당에 있는 혼다코리아 모빌리티 카페 ‘더고’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정민이 형’은 진솔했고, 조심스럽게 풀어내는 말투에는 강한 흡입력이 묻어났다. 정규 투어 15년차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철학은 완결판의 궤도를 그리고 있었다. 

‘정민이 형’이라는 애칭을 화두로 던졌다. 이정민은 “걷는 모습이 좀 털털해서 그런가”라면서 데뷔 초기에 겪었던 부상 이야기를 꺼냈다. 
“투어 2년차 쯤 어깨 부상을 입은 적이 있다. 과사용이 원인이었는데, 그 때만해도 투어를 뛴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아파도 대회는 다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무리가 됐던 지 양쪽 다리 길이가 서로 달라졌다. 한 쪽이 극히 짧아진 것 같기도 하고, 그 상태로 경기를 나갔더니 털털하게 걷는 게 더 심해졌다. 물론 평소에도 좀 털털하게 걷는 편이긴 하다.”
프로 선수에게 부상은 정말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2024시즌에도 예기치 않은 부상이 찾아 왔다. 지난 4월말, 생애 첫 메이저 대회 타이틀 ‘크리스에프앤씨 제 46회 KLPGA 챔피언십’ 우승을 획득한 직후였다. 이정민은 “좀 억센 러프에서 공을 찍어치는데, 기분 나쁜 신호가 왔다. 왼 손목 인대가 찢어졌다고 하더라. 이후부터 스윙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최종합계 23언더파, ‘KLPGA 챔피언십’ 최저타 기록으로 우승한 이정민의 천상계 위력은 손목 부상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투어 통산 11승의 이정민은 그러나 ‘우승’이라는 단어에 크게 매달리지 않는다. “우승을 목표로 두고 골프에 임하지 않는다”는 게 이정민의 일관된 철학이다. 데뷔 초부터 이런 생각을 가졌던 이정민은 ‘우승과 성적’에 대한 관념이 한층 성숙해졌다. 
이정민은 “하고 싶어하는 플레이와 원하는 퍼포먼스가 나오도록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하는 과정을 목표로 삼는다”고 말한다. 
“그래도 상대를 꺾어야 내가 사는 프로 선수인데?”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기자에게 이정민은 가족 이야기를 꺼냈다. 
“위로 오빠가 있는데, 나이가 다섯 살 차이가 난다. 오빠는 태어날 때부터 내가 이길 수 없는 존재였다. 게임을 해도 못이기고 달리기를 해도 못이기고, 아무 것도 이길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때부터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이 몸에 익지 않았나 싶다.”
이어 “나라고 해서 승부욕이 없는 건 아니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승부욕은 강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빠의 존재에서 체득한 승부욕은 이기고 지고의 싸움이 아니라, 내가 설정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싸움이었다”고 말한다. 
이정민은 “루키 때는 운동선수가 어떻게 승부욕이 없을 수 있느냐는 말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일부러 인터뷰를 피한 적도 있다.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나는 남에게 보여주는 것만 승부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독기를 보이는 것만 승부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따르는 후배들이 많으니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도 많다. 우승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후배들은 더 많다. 그들에게 이정민은 이렇게 말한다. 
“우승을 목표로 말하는 선수도 있고, 저 같은 선수도 있다. 그런 선수가 다 맞는 것도 아니고 제가 틀린 것도 아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다름을 인정하면 답도 쉬워진다.”
자신에게 철저한 사람들은 선택에 따른 책임감도 강하다. 
한해 동안 앰버서더로 함께했던 ‘혼다 오딧세이’에도 진심이었다. 
데뷔 초 미국 전지훈련에서 오딧세이를 처음 경험했다는 이정민은 “혼다코리아에서 앰버서더 제안이 왔을 때, 전지훈련 시절 좋았던 기억이 떠올라 ‘오딧세이’를 탈 수 있느냐고 역제안을 했다”고 했다. 
“토크니 출력이니 하는 용어는 잘 모르지만, 이 차는 정말 조용하고 부드러웠다. 디젤차를 탔을 때 오는 피로감도 없었고, 버튼 조작도 간단해서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게 좋았다”는 이정민은 “한 번 대회를 나가면 길게는 7일, 짧아도 4~5일은 다녀야 하기 때문에 짐이 엄청 많다. 게다가 대회 때 쓰는 투어백은 훨씬 크고 무겁다. 오딧세이는 적재공간 넓어 짐을 다 넣고도 남았다. 보통은 짐을 넣기 위해 ‘테트리스’를 하는데, 이 차는 다 넣고도 자리가 남아 놀랐다”고 말했다. 
예의상 하는 칭찬이 아니었다. 이정민은 앰버서더 계약과 별개로 오딧세이를 패밀리카로 구매할 의사도 밝혔다. 결혼 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정민의 오빠가 이 차에 매료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이정민은 “오빠 가족과 외식을 가게 되면 어린 조카들까지 모두 7명이 움직여야 하는데, 그럴 때 신뢰가 가는 파트너가 오딧세이였다”고 말했다. 
이정민이 말한 ‘신뢰’는 오딧세이가 주는 안정감과 안전 장치들에서 기인한다. 
이정민은 “어려서부터 화려한 차에 욕심이 없기는 했지만, 차는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피드를 즐기는 편도 아니기 때문에 안정적인 차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조용하고 부드럽다”는 이정민의 말에 인터뷰에 동석한 혼다코리아 관계자가 거든다. “오딧에이는 10단 오토매틱 변속기가 장착됐기 때문에 변속 충격을 거의 느끼지 못할 겁니다”며 자랑한다. 
이정민이 화들짝 놀랐다. “저도 그 말을 하고 싶었는데…’
“골프 스윙도 10단 변속기처럼 끊김없이 이어져야 좋은 스윙이라 할 수 있다. 안으로 들든 바깥으로 들든 스윙이 끊김없이 이어질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
이정민의 골프 철학도 10단 변속기를 닮은 건 아닐까? /100c@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