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부상 등으로 정체됐던 ‘천재타자’ 강백호(25)가 부활의 징조를 보여줬다. 그리고 벌써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고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관건은 그의 포지션이다. 과연 강백호의 FA 시즌 포지션은 어디일까.
2022~2023년, 부상과 부진으로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던 강백호다. 2022년 62경기, 2023년 71경기 출장에 그쳤다. 우상향 하던 천재타자의 흐름이 꺾였다. 한때 미국 빅리그에서도 관심을 가졌던 강백호에 대한 주목도도 떨어졌다.
2024년 강백호는 부활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144경기 전경기 출장했고 타율 2할8푼9리(550타수 159안타) 26홈런 96타점 OPS .840의 성적을 남겼다. 충격적인 데뷔시즌이었던 2018년 29홈런 이후 시즌 최다 홈런을 기록했고 2021년(102타점) 이후 두 번째로 많은 타점을 기록한 시즌을 만들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강백호가 돌아왔다고 해도 무방한 시즌이었다.여기에 강백호는 올해 새로운 도전과 함께 부활의 계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바로 고교시절 봤었던 포수 겸업이었다. 고교시절 포수였지만 이후 타격 집중을 위해 외야와 1루, 지명타자를 주로 봤었다. 그런데 올해 이강철 감독은 주전 장성우의 백업 포수 자리가 마땅치 않자 강백호에게 포수 마스크를 맡겼다. ABS 시스템 속에서 포수의 프레이밍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복안이기도 했다. 그리고 강백호도 곧잘 소화했다.
올해 KT에서는 장성우가 주전 포수로 114경기(105선발) 856⅓이닝을 소화했다. 그 다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많이 쓴 선수가 강백호였다. 30경기(19선발) 169⅔이닝을 뛰었다. 도루 저지율은 20%(32허용/8저지).
강백호의 포수 출장 비중이 많았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적은 비중도 아니었다. 이강철 감독의 ‘포수 강백호’에 대한 생각은 진지했다. 큰 점수차에서 교체 투입된 것을 시작으로 점점 선발 포수로 자리를 옮겨갔다. 강백호에게 포수를 맡겼을 때 이 감독은 “내가 볼 때 (강)백호의 자리는 포수다. 장비도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라며 “잡는 것도 딱딱 잘 잡더라. 잡을 때 상체가 안 움직인다. ABS가 없으면 더 잘 하는 것이다. 상체가 움직이면 심판들도 시선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하면서 “포수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웃고 다니더라. 선배들도 다 ‘네는 그 자리가 제일 낫다고 하더라”라면서 포수 강백호의 천재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강철 감독은 일시적인 대안이 아니라 장기적인 방안으로 강백호의 포수 전향을 고민했다. 실제로 제대로 된 포수 훈련을 위해 강백호를 마무리캠프까지 합류시키려고 했지만, 병역특례에 따른 기초군사훈련 일정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제 FA 시즌이다. 지명타자를 맡으면서도 최대어라고 꼽을만한 성적. 그런데 여기에 포수까지 볼 수 있는 선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팀의 상황도 강백호의 포수 활용을 강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렀다.KT는 FA 시장에서 주전 유격수 심우준을 놓쳤다. 심우준이 4년 50억원에 한화와 계약했다. 대신 내야진 공백을 채우기 위해 두산에서 FA를 행사한 허경민을 4년 40억원에 붙잡았다.
허경민이 3루에 포진하고 기존 3루수인 황재균이 1루로 포지션을 옮길 전망이다. 기존 1루수인 문상철 오재일 등이 지명타자로 밀려난다. 강백호와 포지션이 겹치고 경쟁해야 한다. 포지션 교통정리가 절실한 상황.
이렇게 될 경우, 상대 투수 매치업과 포수 장성우의 컨디션 등에 따라서 라인업 극대화를 위해서는 강백호가 포수로 출장하는 빈도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해보다 더 많은 포수 강백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포수 포지션의 최정상급 타자는 언제나 높은 가치를 책정 받았다. 십수 년째 골든글러브 단골손님인 강민호(삼성)와 양의지(두산)를 보면 알 수 있다. 강백호는 총 3번의 FA로 191억원을 벌어들였고 양의지도 두 번의 FA를 통해 125억, 152억, 각각 277억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강백호가 포수 포지션을 갖고 현재의 타격 성적을 유지한다면 시장가의 시작은 100억원 부터일 것이다. 당연한 시장의 이치다. 과연 다시 부활하기 시작한 천재타자가 ‘포수 프리미엄’ 등에 업고 1년 뒤 FA 시장의 태풍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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