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가 낡은 시설과 문제점들로 잇따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기자회견장에 물이 샜다.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AFC 본머스와의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에서 0-3으로 패한 뒤 열린 후벵 아모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기자회견 도중 천장에서 물이 새는 누수 문제가 발생해 논란을 일으켰다.
영국 '더 선'을 비롯한 영국 매체들은 본머스전 직후 아모림 감독의 기자회견 도중 천장에서 물이 새기 시작하면서 인터뷰가 잠시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장면은 현장에 있던 미디어 카메라에 포착돼 소셜 미디어에 공유되며 화제가 됐다. 팬들은 "클럽의 몰락에 천장도 울고 있다", "팬들의 눈물이 천장을 타고 흐르는 것 같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누수 문제는 올드 트래포드의 노후화된 시설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1910년 개장해 11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경기장은 한때 잉글랜드의 상징적인 구장이었다. 잉글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구장이자 76,098명을 수용할 수 있는 '꿈의 극장' 으로 불렸으나 최근 시설 유지·보수 부족으로 팬들과 전문가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5월 아스날과의 홈 경기 도중에도 폭우로 인해 지붕에서 물이 새는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팬들과 전문가들은 글레이저 가문이 운영해 온 19년간의 부실한 관리가 구장의 문제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영국 '데일리 메일'은 "경기 막판 쏟아진 폭우로 인해 올드 트래포드의 민낯이 또다시 드러난 것은 더욱 더 뼈아픈 일"이라며 "경기 막판 쏟아진 비로 지붕에서 누수 현상이 일어나며 경기장 곳곳에서 물이 쏟아졌고 바닥엔 물이 고이는 현상이 일어났다. 해당 구역에 있던 팬들은 황급히 자리를 이동했고 양 구단 서포터들은 큰 문제 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보도된 쥐떼 출몰 문제는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영국 식품위생국은 올드 트래포드의 식품 위생 등급을 별 4개에서 2개로 낮추며 개선 조치를 명령했다. 조사관들은 경기장 내 키오스크와 기업 스위트룸 등에서 쥐가 활동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에 맨유 측은 "모든 구역에서 강력한 방역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라고 해명했지만, 팬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시설 문제는 맨유 구단의 미래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짐 랫클리프 신임 CEO는 올드 트래포드의 개보수 또는 신축 여부를 놓고 2억 3,700만 파운드(약 4,000억 원) 이상의 예산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축 또는 개보수를 통해 이른바 '꿈의 극장'을 현대적인 구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한때 잉글랜드 축구의 상징이었던 올드 트래포드가 최근 몇 년간 잇따라 불거진 문제들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팬들은 구단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경기장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개보수와 함께 팀 성적에서도 개선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올드 트래포드라는 역사적 자산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경기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