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숨가쁜 오프시즌을 보내며 정상 수성을 예고했다. 통합 우승을 차지한 올해보다 더 좋은 전력으로 내년 시즌을 맞이한다.
KIA는 지난 26일 새 외국인 타자로 메이저리그 통산 88홈런의 ‘거포’ 패트릭 위즈덤과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에 계약했다. KBO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 100만 달러를 꽉 채우며 3년간 함께했던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과감하게 작별했다. 우승팀은 대개 안정을 취하기 마련이지만 KIA는 달랐다.
2021~2023년 시카고 컵스에서 3년 연속 20홈런(28개-25개-23개)을 넘긴 위즈덤은 장타력이 특장점이다. 올해 KBO리그 홈런왕(46개)을 차지한 맷 데이비슨(NC)과 비슷한 우타 거포 유형으로 메이저리그 커리어는 더 우수하다.
올해 팀 타율(.301) 출루율(.369) 장타율(.459) OPS(.828) 1위를 휩쓴 KIA의 화력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2~5번 핵심 타순에 좌타자가 많은 KIA 라인업에 좌우 밸런스를 맞춰줄 우타자란 점도 좋다. 주 포지션은 3루수이지만 1루수에 코너 외야도 가능해 팀으로선 유동성을 갖고, 여러 포지션에서 경쟁을 일으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위즈덤 영입으로 KIA는 외국인 선수 구성도 완료했다. 우승 공신인 에이스 제임스 네일과 지난달 27일 총액 180만 달러(계약금 40만 달러, 연봉 12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에 일찌감치 재계약했고, 새 외국인 투수로 아담 올러를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에 영입했다.
네일은 한국에서 검증을 마친 투수이고, 올러도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평균 시속 93.7마일(150.8km) 포심 패스트볼을 뿌린 강속구 투수로 슬러브가 위력적이다. 올해 외국인 투수 한 자리가 불안했던 KIA는 네일-올러 원투펀치가 내년 선발진의 중심을 잡는다.
불펜도 전력 누수가 있었지만 오히려 더 좋아졌다. FA 시장에서 ‘필승조’ 장현식이 4년 52억원 전액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LG와 계약하며 불펜에 공백이 생겼지만 트레이드로 돌파구를 찾았다. FA가 1년 남은 키움의 국가대표 불펜 조상우를 데려왔다. 현금 10억원과 2026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10순위), 4라운드(40순위) 지명권 두 장을 키움에 내줬다. 어음을 주고 현금을 받은 셈으로 연속 우승 의지를 보여준 행보였다. 장현식도 좋은 투수이지만 고점만 보면 조상우가 더 높고, KIA 불펜도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여기에 올해 부진했던 내부 FA 투수 임기영을 3년 최대 15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총액 9억원, 옵션 3억원)으로 적절하게 잔류시켰다. 내년에는 ABS 상단, 하단 모두 0.6% 포인트 하향 조정됨에 따라 낮은 쪽을 공략하는 사이드암 임기영의 반등을 기대할 만하다. KIA는 또 다른 내부 FA로 내야수 서건창이 있는데 시장 수요가 없어 시간이 흐르면 적당한 계약 규모로 잔류가 점쳐진다.
성공적인 오프시즌을 보낸 KIA는 올해 우승 전력을 거의 보존했다. 에이스 네일을 메이저리그에 빼앗기지 않고 지킨 게 가장 크다. 여기에 조상우의 가세로 불펜이 업그레이드됐고, 위즈덤이 들어온 타선의 화력도 배가 됐다. 우승팀인데 전력이 더 세진 것 같다.
KBO리그는 2016년부터 최근 8년간 매년 우승팀이 바뀌었다. 마지막 연속 우승팀은 2015~2016년 두산이 마지막으로 역대 최장 기간 연속 우승팀이 없는 춘추전국시대다. 2019년부터 신규 외국인 선수 몸값이 100만 달러로 제한됐고, 신인 1차 지명이 폐지돼 2023년부터 전면 드래프트 시대가 열렸다. 같은 시기 팀 연봉 총액 상한제인 경쟁균형세(샐러리캡)가 도입됐고, 특정팀이 우승 전력을 유지하거나 특급 선수를 독식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2015년부터 10개 구단 144경기 체제로 시즌이 길어지면서 우승 과정에서 소모가 된 투수력의 데미지가 다음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KIA도 내년에 연속 우승을 장담할 수 없다. 경쟁팀들도 전력을 끌어올렸다. 2위 삼성은 FA 최원태와 키움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를 영입해 한층 더 강해진 마운드로 KIA를 겨냥하고 있다. 3위 LG도 장현식을 FA로 데려와 불펜 약점을 보강했다. 하지만 전력 유출을 최소화하면서 상승 요소들을 두루 확보한 KIA도 내년 기대감을 높였다.
투수 정해영(23), 이의리(22), 윤영철(20), 곽도규(20), 최지민(21), 김도현(24), 황동하(22), 포수 한준수(25), 내야수 김도영(21), 윤도현(21), 변우혁(25) 등 투타에서 20대 초중반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KIA는 여러모로 미래도 밝다. 내년에 연속 우승을 한다면 타이거즈에 다시 왕조 시대가 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