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올리비아 핫세가 향년 73세의 나이로 사망한 가운데 그의 대표작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른바 아동 성착취 논란이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1968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 줄리엣 역으로 출연하며 명성을 얻은 올리비아 핫세가 12월 27일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SNS를 통해 핫세가 크리스마스 이틀 후에 '평화롭게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더불어 핫세의 옛 이미지를 공유하며 그녀를 '열정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았던' '주목할 만한 사람'이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그녀의 따뜻함, 지혜, 순수한 친절함이 그녀를 아는 모든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또 "올리비아는 예술, 영성, 동물에 대한 친절에 대한 열정, 사랑, 헌신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았다. 그녀는 사랑하는 가족을 남겼다. 그녀의 자녀 알렉스, 맥스, 인디아, 35년 동안의 남편 데이비드 글렌 아이슬리, 손자 그레이슨, 그리고 영원히 우리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될 사랑의 유산이다. 이 엄청난 상실을 애도하는 동시에, 올리비아가 우리 삶과 산업에 미친 지속적인 영향을 기념한다'"라고 덧붙였다.
1951년 4월 17일 핫세는 아르헨티나 오페라 가수 안드레스 오수나의 딸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그녀는 영국 출신의 어머니와 오빠와 함께 런던으로 이사했고 런던에서 이탈리아 콘티 연극 예술 아카데미에서 총 5년 동안 연극을 공부했다. 15살 때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사랑받는 희곡을 각색한 '로미오와 줄리엣'에 캐스팅되면서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60년 동안 5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는데, '블랙 크리스마스(1974)', '나일강의 죽음'(1978) 등이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극장 개봉 당시 흥행에 성공했고, 85만 달러의 예산으로 약 3,89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영화는 또한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감독상을 포함한 4개의 아카데미 상 후보에 올라 최우수 의상 디자인상과 최우수 촬영상 2개를 수상했다. 핫세와 로미오 역을 연기한 배우 레오나드 위팅 둘 다 그들의 연기로 골든 글로브상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핫세와 위팅은 제작사를 상대로 성착취 등의 혐의로 고소해 충격을 안겼다. 영화가 나온 지 거의 55년이 지난 시점에 그 당시 젊은 스타들은 성적 학대, 사기 등의 혐의로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고소한 것.
지난해 1월 데드라인의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이 법정에 제출한 서류에는 "피고인들은 부정직했으며 아동 성학대와 착취를 규제하는 주 및 연방법을 위반해 (배우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체 또는 부분적으로 나체 상태의 미성년 아동을 몰래 촬영했다. 원고들은 극심하고 심각한 정신적 고통과 함께 육체적 고통을 겪었고 앞으로도 계속 고통받을 것"이라고 쓰여 있다.
핫세와 위팅은 이 영화가 벌어들은 수입을 추정, 수억 달러 이상의 징벌적이고 모범적인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5억 달러(당시 한화 약 6천400억 원) 이상. 촬영 당시 위팅은 16세의 미성년자였고, 핫세 역시 15세의 미성년자였다. 이들은 제피렐리 감독으로부터 촬영되거나 전시되는 나체는 없을 것이며 침실/연애 장면에서 살색 속옷을 입을 것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1968년 침실 장면이 촬영된 날 아침 이들은 속옷 대신 신체 화장을 받았고, 제리펠리는 그들이 나체로 연기하지 않으면 영화가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제피렐리는 "영화에 수백만 달러가 투자됐다. (촬영하지 않으면) 할리우드는 고사하고 어떤 직업에서도 다시는 너희들은 일할 수 없을 것이다"라며 종용했고 카메라 위치를 거짓으로 말했다. 촬영 마지막 날 이들은 감독의 요구대로 누드 연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핫세는 2018년까지만 해도, 이 영화에 등장한 나체의 필요성에 대해 말해 의아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당시 막 출간된 회고록에 대한 홍보가 한창일 때, 그녀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나체 연기를 두고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자신과 위팅이 비록 어렸지만 둘 다 스크린의 '용사'였고 "(나체 촬영에 대해 ) 우리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2018년 영화 50주년을 맞아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는 누드 장면에 대해 "'로미오와 줄리엣'에 필요하다"라며 "미국 영화계에 전환점을 마련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내 나이대에는 아무도 그런 적이 없었다"라고 자랑스러워하며 제피렐리가 예술적인 결정을 맛깔나게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분명히 두 사람은 현재 이 문제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왜 변한 것일까.
이에 대해 이들의 공동 매니저 토니 마리노치는 데드라인에 "올리비아와 레오나드 모두 당시 발생한 성 착취/성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용기가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MeToo 운동과 다른 유사한 지원 단체들은 올리비아와 레오나드가 이러한 학대와 관련해 최종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다"라고 전했다.
출세작이고 세간의 관심이 상당했던 성공작이기에 어두운 진실을 가리고 있다가 미투운동 등 시대의 변화와 맞물려 용기를 냈을 것이란 추측이 컸다. 피해자들이 자신의 아픔을 감추고 오히려 다소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다가 용기를 내 상처를 끄집어내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 같은 소송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이 아동 성학대 주장에 대한 공소시효를 잠정 중단하면서 제기됐던 바다. 하지만 법원은 주연배우들이 영화 출연에 동의했다고 판단, '로미오와 줄리엣'의 노출 장면에 소송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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