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 중 한 명인 거포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32)가 팀에 았다. 이번에도 연봉 중 일부를 계약 기간 끝난 뒤 지급받는 ‘디퍼(지불 유예)’ 조건을 감수했다. 다저스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크다.
28일(이하 한국시간) ‘ESPN’을 비롯해 미국 언론에 따르면 FA 에르난데스가 다저스와 3년 66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에르난데스도 자신의 SNS를 통해 “내가 돌아왔다”는 메시지로 다저스 복귀를 알렸다.
계약 조건이 눈길을 끈다. 2028년 1500만 달러 구단 옵션(바이아웃 650만 달러)을 포함한 3+1년 계약으로 계약금이 2300만 달러이고, 계약 기간이 끝난 뒤 추후 지급받는 디퍼 금액도 2350만 달러 된다. 우리 돈으로 약 347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나중에 받으면서 다저스에 남은 것이다.
다저스에서 유행하고 있는 디퍼 계약은 선수에게 불리한 조건이다. 세금 절세 효과가 있긴 하지만 물가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에 연봉은 제때 받는 게 좋다.
그런데 다저스에선 무키 베츠(12년 3억6500만 달러 중 1억1500만 달러), 프레디 프리먼(6년 1억6200만 달러 중 5700만 달러), 오타니 쇼헤이(10년 7억 달러 중 6억8000만 달러), 윌 스미스(10년 1억4000만 달러 중 5000만 달러), 토미 에드먼(5년 7400만 달러 중 2500만 달러), 블레이크 스넬(5년 1억8200만 달러 중 6600만 달러) 등 여러 스타 선수들이 큰 규모의 디퍼가 포함된 계약을 체결했다.
에르난데스는 다저스와 벌써 두 번째 디퍼 계약이다. 올해 1월 에르난데스는 1년 2350만 달러에 다저스와 FA 계약을 했다. 그 중 850만 달러가 디퍼로 2030~2039년 나눠 지급받는 조건이었다. 이번 계약까지 에르난데스는 2년 연속 디퍼 계약으로 다저스와 동행을 이어간다.
다저스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계약이다. 에르난데스는 올해 154경기 타율 2할7푼2리(589타수 160안타) 33홈런 99타점 OPS .840으로 활약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으로 찬스에 강한 면모를 보이며 다저스 월드시리즈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오타니를 비롯해 선수들과 관계도 좋았다. 베테랑으로서 젊은 선수들, 특히 라틴 아메리카 선수들의 멘토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1년 계약이 끝나며 다시 FA가 됐지만 에르난데스는 시즌 막판부터 공공연히 다저스 잔류 의지를 나타냈다. 우승 축하 퍼레이드 때는 팬들을 향해 “내게 우선 순위는 당연히 다저스다. 돌아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FA 시장에서 보스턴 레드삭스가 에르난데스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2017~2022년 6년을 함께했던 토론토 블루제이스도 재결합에 관심을 보였다. 그 사이 다저스가 FA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를 1년 1700만 달러에 영입하면서 에르난데스와 결별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에르난데스가 흘린 눈물은 진심 중의 진심이었다. 시간이 꽤 걸리긴 했지만 다저스와 합의점을 찾았고, 팬들과 약속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베츠가 내년 시즌 다시 내야로 복귀할 예정인 다저스로서도 에르난데스는 놓칠 수 없는 선수였다. 이에 따라 내년 다저스 외야는 콘포토, 에드먼, 에르난데스로 기본 세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드먼이 중련수를 맡으면서 콘포토와 에르난데스가 코너를 나눠 맡는다. 둘 다 좌익수, 우익수 어느 자리든 맡을 수 있다.
다저스는 이번 오프시즌에 사이영상 2회 수상자 스넬, 통산 167홈런 외야수 콘포토를 FA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여기에 우승 공신인 불펜투수 블레이크 트라이넨(2년 2200만 달러)과 에르난데스도 잔류시켰다. 우승 순간을 장식한 투수 워커 뷸러가 보스턴 레드삭스로 이적했지만 포스팅을 앞둔 ‘일본 괴물 투수’ 사사키 로키 영입전의 유력 후보로 오프시즌 대미를 장식할 기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