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이 통역 없이 홀로 재팬 윈터리그를 찾아 구슬땀을 흘린 박치국(27·두산 베어스)의 열정에 감탄했다.
일본 매체 ‘스포티바’는 지난 5일 ‘한국프로야구 유망주는 왜 통역 없이 재팬 윈터리그에 참가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오키나와 윈터리그에 참가한 박치국의 노력과 열정을 다뤘다.
프로야구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박치국은 구단 허락 아래 작년 12월 초 자비를 들여 일본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2월 5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오키나와 윈터리그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일본 오키나와 윈터리그는 말 그대로 겨울에 진행되는 미니 베이스볼 리그다. 팀이 아닌 선수 개인이 합류해 팀을 이뤄 경기를 하며, 일본은 물론 대만 프로선수들도 기량 향상을 위해 찾는 리그로 알려져 있다.
박치국은 우리나라 선수 가운데 최초로 오키나와 리그에 참가했다. 12월과 1월은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고 스프링캠프를 준비하는 비활동기간이지만, 재기를 노리고자 자비를 들여 오키나와행을 전격 결심했다. “개인 훈련보다 실전 등판이 더 필요하다”라고 판단한 선수 본인의 결정이었다.
스포티바는 “겨울 오키나와를 무대로 진행된 윈터리그에는 14개국에서 역대 최다인 143명이 참가했다. 세이부, 라쿠텐, 요코하마 DeNA의 육성선수, 대만 프로선수, 중국 야구대표팀 승선을 노리는 선수, 미국 및 유럽에서 온 선수 등 다양한 선수들이 모였다. 그라운드에는 일본어,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대만어 등 다채로운 언어가 난무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이질적인 존재가 한국 우완투수 박치국이었다”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스포티바는 이어 “박치국의 지난해 연봉은 1억3000만 원으로, 오키나와 겨울리그에서 온 선수들 가운데 상위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마운드에서 140km 후반대의 강한 공을 던져 타자를 힘으로 제압했다”라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이 가장 놀란 건 일본어를 못하는 박치국이 통역도 없이 혼자 낯선 리그를 찾은 부분이었다. 스포티바는 “언어의 장벽이 존재하는 가운데 박치국은 통역 없이 일본에 방문했다. 영어는 조금 이해하지만, 유창하지 못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변 선수 및 코치와 소통했다. 실제로 박치국에게 영어 인터뷰를 부탁하자 선수가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라고 전했다.
박치국은 통역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스포티바와의 인터뷰에서 “언어가 통하지 않았지만 괜찮았다. 야구 선수들은 야구로 통한다. 여기 온 선수들이 모두 젊고, 아주 잘해줬다. 또 오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목적을 완수했냐는 스포티바의 질문에는 “90% 정도 완수한 느낌이다”라며 “나는 부족한 것을 연습하고 연구해서 KBO리그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 일본프로야구도 좋아한다”라고 답했다.
스포티바는 “박치국은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오키나와 생활을 마음에 들어 하는 모습이었다”라며 “오는 2월 미야자키에서 세이부, 소프트뱅크, 오릭스, 두산 등이 참가하는 구춘대회가 열린다. 구단 관계자, 팬들은 그 때 박치국을 다시 체크해줬으면 한다”라고 박치국을 주목했다.
박치국은 제물포고를 나와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2차 1라운드 10순위 지명된 우완 사이드암 투수다. 데뷔 첫해부터 신예답지 않은 승부사 기질을 앞세워 필승조 한 축을 꿰찼고, 이에 힘입어 이듬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치국은 그해 67경기 1승 5패 3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3.63 호투로 두산 10년 필승조 탄생을 알렸다.
승승장구하던 박치국은 2021년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7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이후 긴 재활을 거쳐 2022년 6월 1군에 복귀했지만, 15경기를 뛴 상황에서 팔꿈치 인대 부위에 다시 불편함을 느꼈고, 6개월이 넘는 장기 재활에 돌입했다.
박치국은 이승엽 감독 부임 첫해인 2023년 금메달 필승조의 면모를 일시적으로 되찾았다. 62경기에 출격해 52⅔이닝을 소화하며 5승 3패 2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59로 재기에 성공했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 이기는 순간에 출격해 리드를 지켜내는 베어스 필승조의 핵심 요원으로 인정받았다.
박치국은 지난해에도 이승엽호의 필승 요원으로 분류됐지만, 52경기 2승 3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6.38로 방황했다. 4월부터 부진을 겪으면서 최지강, 이병헌, 김택연 등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줬고, 패전조로 보직을 옮겨서도 큰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박치국이 크게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것 자체가 낯선 장면이었는데 거듭된 부진으로 이천 신세를 지기도 했다. 여기에 정규시즌 종료 후 펼쳐진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서도 탈락, 다시 한 번 자존심을 구겼다.
두산은 김택연, 이병헌, 최지강 등 어린 선수들 위주로 필승조 리빌딩에 성공했지만, 베테랑과 신예 사이 가교 역할을 할 중간자가 필요하다. 올해 어느덧 프로 9년차가 된 박치국은 이에 적합한 선수로 꼽히며, 강속구를 던지는 잠수함투수의 존재는 이승엽 감독의 뒷문 운영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박치국의 오키나와 윈터리그 참가가 2025시즌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