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준은 50억인데…1.1억 헐값에 백기 투항, 하주석 가치가 이것밖에 안 되나 '무서운 FA 시장 논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5.01.09 07: 39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 잔류한 하주석(31)이 냉정한 시장 평가를 받아들였다. 1년 1억1000만원, 예상보다 낮은 헐값 계약에 FA 도장을 찍었다. 수요와 공급 법칙이 지배하는 FA 시장 논리의 무서움을 몸소 체감하며 백기를 들었다. 
한화는 지난 8일 FA 내야수 하주석과 1년 최대 1억1000만원에 계약했다. 보장액 9000만원, 옵션 2000만원 조건이다. 올겨울 FA 계약을 체결한 선수 16명 중 유일한 1년 계약으로 규모도 가장 작다. 기다려온 첫 FA 권리를 행사했지만 제대로 쓴맛을 봤다. 
하주석의 계약은 한화가 외부 FA로 영입한 유격수 심우준(30)과 비교하면 더욱 박하게 느껴진다. 한화는 FA 개장 2일째였던 지난해 11월7일 심우준을 4년 최대 50억원(계약금 24억원, 연봉 총액 18억원, 옵션 8억원)에 영입하며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한화 하주석. 2023.07.21 / dreamer@osen.co.kr

끝내기 안타를 날린 KT 심우준이 기뻐하고 있다.   2024.10.09 / soul1014@osen.co.kr

2021년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에 기여한 심우준은 유격수로서 수비가 좋고, 도루왕(2020년) 타이틀이 있을 만큼 발도 빠르다. 다만 9시즌 통산 1072경기 타율 2할5푼4리(2862타수 726안타) 31홈런 27타점 OPS .639로 방망이가 약하다. 
심우준에게 50억원은 지나친 ‘오버 페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경쟁이 붙은 이상 가격이 오르는 건 불가피했다. 원소속팀 KT에서도 최대 46억원까지 제시할 정도로 현장 평가가 높은 유형의 선수다. 큰 부상 없이 2018~2022년 5년 연속 130경기 이상 출장할 만큼 내구성이 강한 선수라 김경문 감독이 콕 집어 영입을 요청했다. 
한화 심우준(오른쪽)이 FA 계약 후 박종태 대표이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하주석(오른쪽)이 FA 계약 후 손혁 단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반면 심우준보다 1살 많은 하주석은 예상보다 훨씬 낮은 평가를 받았다. 12시즌 통산 875경기 타율 2할6푼5리(2892타수 767안타) 49홈런 81타점 OPS .690으로 타격 성적은 심우준보다 낫다. 심우준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이 6개에 그쳤지만 하주석은 11개로 두 자릿수 홈런도 3시즌이나 된다. 장타력 면에선 확실한 우위를 보인다. 
그러나 2019년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은 뒤 강점이던 수비력이 떨어졌고, 2020년 복귀 후에도 햄스트링 통증을 반복하며 내구성 물음표가 붙었다. 여기에 2022년 11월 음주운전 적발로 7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당한 뒤 커리어가 완전히 꺾였다. 실전 감각 부재를 극복하지 못한 채 2023년을 망쳤고, 지난해에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두 달간 결장한 뒤 수비가 흔들렸다. 
지난해 8월6일 대구 삼성전에서 1회 송구 실책, 2회 포구 실책을 범한 뒤 문책성 교체되면서 이도윤에게 주전 유격수 자리를 완전히 넘겨줬다. 팀 내 입지가 좁아진 하주석은 시즌 후 FA를 신청했다. 25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가 발생하는 B등급이라 위험 부담이 컸지만 선수 입장에선 뭔가 환경의 변화를 주는 게 필요했다. 새로운 유격수를 찾는 한화 팀 내부 분위기도 모를 수 없었다. 
한화 하주석. 2024.03.23 / jpnews.osen.co.kr
한화 하주석. 2024.09.15 / foto0307@osen.co.kr
만약 FA 신청을 하지 않고 남았더라도 심우준이 온 이상 출장 기회가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충분히 해볼 만한 FA 신청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오판이 됐다. 키움, 두산, 롯데 등 주전 유격수가 확실치 않은 팀이 3곳이나 있었지만 하주석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한화가 사인&트레이드 길을 열어줬지만 카드를 맞춰보는 단계로도 넘어가지 못했다. 사실상 외부 관심이 전무한 상태였고, 한화 잔류가 하주석의 유일한 선택지였다. 
해를 넘겨 한화와 협상 테이블을 열어 빠르게 계약 논의가 진행됐다. 시장 수요가 없는 게 명백해졌고, 좋은 조건의 계약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보장액 9000만원에 옵션 2000만원을 더해 1억원을 살짝 넘는 수준으로 계약했다. 한화 관계자는 “우리 팀에 계속 있었던 선수인데 계약이 돼 다행이다. 구단 제시액에 (계약을) 해준 것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하주석의 기를 살려주며 “선수 본인도 팀을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유격수로 내야 전 포지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뎁스 강화도 되고, 시즌 중 변수에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하주석도 “계약이 완료돼 신구장에서 한화 이글스 팬 여러분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겨울 내내 개인 운동으로 준비를 잘해왔다. 책임감을 갖고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자신의 SNS에 ‘팬 여러분, 항상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라고 자필로 쓴 글을 올리면서 ‘팬 여러분, 신구장에서 좋은 모습으로 곧 뵙겠습니다’라며 대전 새 야구장에서 도약 의지를 나타냈다. /waw@osen.co.kr
한화 하주석이 FA 계약 후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하주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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