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지바 롯데 거포 1루수 이노우에 세이야 이야기
[OSEN=백종인 객원기자] 잘 나가던 프로야구 선수다. 한때는 팀의 4번 자리도 맡았다. 하지만 세월은 어쩔 수 없다. 30대 중반이 됐다. 현역의 길을 멈췄다.
인생 2막이 시작됐다. 구단 프런트 오피스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다. 다만, 방향이 뭔가 남다르다. 험한(?) ‘영업맨’의 길을 걷게 됐다. 일본 지바 롯데 마린즈의 이노우에 세이야(35)의 이야기다.
작년까지는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올해는 넥타이에 정장 차림으로 출근한다. 1월 초, 시무식을 한 장소도 달라졌다. 그라운드가 아닌 사무실이다. 주식회사 지바 롯데 마린즈의 영업부 제2 영업팀으로 배속됐다. 법인을 대상으로 BtoB(Business-to-Business) 마케팅을 펼치는 곳이다.
물론 은퇴해서 프런트로 가는 선수는 많다. 그러나 대부분은 현장과 관련된 일이다. 스카우트, 기록, 운영, 지원 업무 같은 곳으로 투입된다. 선수 시절 경험을 살리는 파트로 연결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의 경우처럼 영업직 배치는 이례적이다. 그렇다고 그 방면에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학생 시절부터 야구에만 매달린 인생이다. 그야말로 ‘초짜’다. 바닥부터 배워야 한다. 당장은 막막한 표정이다.
“12년 전 사회인 야구 시절에는 잠깐씩 오피스 업무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제대로 사무실에서 일을 한 것은 아니다. 아직 방법을 잘 모르겠다. 실제로 부딪혀 봐야 뭔가 답을 얻을 것 같다.”
그러나 투지는 살아 있다.
“어쨌든 사람을 많이 만나고, 일이 빨리 몸에 익도록 열심히 배우겠다. 적응하고, 견뎌내는 것은 꽤 잘 해낼 것이라고 자신한다. 타석에서는 3할이면 충분하지만, 영업 타율은 5할을 넘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나름대로 모진 각오를 밝힌다.
일본 주오대(中央大)와 사회인 팀 니폰세이메이(日本生命)를 거쳤다. 2013년 드래프트 5번으로 입단했다. 계약금 5000만 엔(약 4억 6000만 원), 연봉 1200만 엔(약 1억 1100만 원)의 조건이었다.
처음에는 ‘몸’으로 관심을 끌었다. 지명 때 체중이 110kg(키 180cm)이었는데, 숙소 들어갈 때 재보니 벌써 5kg이 늘었다. 115kg은 (외국인 제외) 역대 일본인 루키 중 최중량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자연히 체력 문제가 대두됐다. 스프링캠프 초반 모든 달리기 관련 지표가 낙제점이었다. 특히 필수 항목인 ‘150미터 30초 끊기 5세트’가 문제였다. 5번 중 한 번도 30초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매번 벌칙(팔 굽혀 펴기 30회)을 수행해야 했다.
하지만 신바람을 내는 시간이 있다. 타격 훈련 때는 자기 세상이다. 파워가 넘치면서도 부드러운 스윙으로 모두를 감탄하게 만든다. 오른쪽 타자면서, 우중간 방향으로 좋은 타구를 많이 만들어낸다.
실전에서도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오픈전(시범경기)을 통째로 씹어 먹는다. 15게임에서 46타수 20안타(홈런 2개), 타율 0.435를 기록했다. 12개 팀 전체 타격 1위를 차지했다. 일찍이 신인이 이랬던 경우는 없다. 드래프트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초라는 수식이 붙었다.
결국 이토 쓰토무 당시 감독은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다. 개막전 4번 지명타자 자리를 루키에게 맡긴 것이다. 지바 롯데(전신 마이니치 포함) 구단으로는 64년 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중압감을 견디지 못한다. 급격한 하락세로 나타난다. 그해 36게임에서 타율 0.211이 고작이었다.
꽃을 피운 것은 입단 5년 차다. 2018년 타율 0.292에 홈런 24개를 터트렸다. 타점은 무려 99개를 쌓았다. 이듬해에도 똑같이 24홈런을 넘겼다.
그러나 전성기는 길지 않았다. 2021년 이후로 부상과 부진이 번갈아 찾아온다. 출장 횟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급기야 작년에는 1군에서 아예 자취를 감춘다. 결국 은퇴를 선택해야 했다.
“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면서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내가 과연 저 친구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오래 고민한 끝에 ‘그건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다. 부모님께 먼저 말씀드리고, 구단에 결심을 전했다,”
대개는 지도자의 길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는 달랐다.
“내가 누군가에게 야구를 가르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대단한 뭔가를 해낸 적은 없었다. 그래도 지바 롯데에 대한 애정만큼은 누구보다 크다고 자신한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일을 가리지 않기로 했다. 영업이라는 게 어려운 업무지만, 열심히 도전해 보겠다.”
극복해야 할 현실도 있다. 일단 급여로는 비교가 어렵다.
선수 시절에는 연봉 5500만 엔(2020년, 약 5억 1000만 원)까지 받았다. 이후 조금씩 떨어졌다. 그래도 지난해는 3200만 엔(약 3억 원)을 수령했다. 프로 선수로는 많다고 하기 어렵다. 하지만, 월급쟁이 기준으로는 쉽지 않은 액수다. (구체적인 직위, 처우는 알려지지 않았다.)
‘BtoB 영업맨 이노우에’라는 실험은 꽤 긴장되는 시도다. 본인에게나, 지바 롯데 구단에게나. 서로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