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마켓 구단인 탬파베이 레이스가 김하성(30)을 영입하며 올 시즌 승부수를 띄웠다.
미국매체 MLB트레이드루머스는 지난달 31일(한국시간) “레이스가 2년 2900만 달러(약 422억원) 규모의 계약에 합의했다. 올해 1300만 달러(약 189억원) 연봉과 200만 달러(약 29억원) 규모의 인센티브가 있으며 시즌 종료 후 옵트아웃이 있다. 김하성은 옵트아웃을 하지 않으면 내년 1600만 달러(약 233억원)를 받는다”라고 전했다.
김하성은 2020년 12월 샌디에이고와 4년 보장 2800만 달러(약 408억원)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통산 4시즌 동안 540경기 타율 2할4푼2리(1725타수 418안타) 47홈런 200타점 229득점 78도루 OPS .706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냈다. 2023년 152경기 타율 2할6푼(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OPS .749를 기록했고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최고의 시즌을 보낸 김하성은 FA를 앞두고 큰 기대와 함께 지난 시즌을 시작했지만 어깨 부상을 당하며 121경기 타율 2할3푼3리(403타수 94안타) 11홈런 47타점 60득점 22도루 OPS .700으로 다소 아쉬운 시즌을 거두며 시즌을 일찍 마쳤다. 어깨 수술을 받아 올해는 시즌 개막에 맞추지 못하고 빠르면 4월말에서 늦으면 5월에 복귀할 예정이다.
FA 시장에서 윌리 아다메스(샌프란시스코) 다음가는 유격수 2위로 좋은 평가를 받은 김하성은 어깨 부상으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계약이 예상보다 많이 늦어졌다. 그리고 계약이 성사된 팀은 그동안 거의 거론되지 않았던 탬파베이였다. 최지만이 뛰었던 팀으로 한국팬들에게도 친숙한 탬파베이는 메이저리그 대표 스몰마켓 팀으로 외부 영입에 많은 돈을 쓰지 않는 팀이기 때문에 김하성을 영입했다는 소식은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김하성이 계약한 2년 2900만 달러는 메이저리그 기준으로는 아주 큰 계약은 아니다. 하지만 탬파베이 입장에서는 구단 역사상 5번째로 큰 FA 계약이며 1999년 12월 그렉 본과 맺은 4년 3400만 달러(약 495억원) 계약에 이어서 두 번째로 큰 야수 FA 계약이다. 탬파베이 입장에서도 나름대로의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김하성과 탬파베이는 서로의 필요가 잘 맞아 떨어졌다. 1억 달러(약 1457억원) 계약까지 거론됐던 김하성은 어깨 부상 때문에 다시 한 번 기량을 증명하는 시즌을 보낼 필요가 있었다. 김하성 입장에서는 올해 좋은 활약을 하고 다시 한 번 FA 시장에 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이를 위해 김하성은 계약에 옵트아웃 조항을 포함했다. 내년 연봉이 1600만 달러로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에 또 한 번의 부상 등의 변수에도 충분한 보험을 들었다.
탬파베이는 메이저리그 공식매체 MLB.com 유망주 랭킹 9위에 올라있는 특급 유격수 유망주 카슨 윌리엄스를 차세대 유격수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윌리엄스는 지난해 마이너리그 더블A에 승격한 어린 선수로 아직 메이저리그 콜업까지는 1~2년의 시간이 남아있다. 게다가 현재 메이저리그 로스터의 유격수가 매우 약한 상황이다. 윌리엄스가 콜업되기 전까지 유격수 자리를 지켜줄 선수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김하성을 영입했다. 탬파베이 입장에서는 김하성이 올해 좋은 활약을 한 뒤 옵트아웃을 하고 다시 시장에 나가고 윌리엄스가 콜업돼 바톤터치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김하성 영입이) 레이스에 흥미로운 도박이 될 수 있다. 김하성의 부상이 예상보다 길어진다면 겨우 반시즌을 쓰는데 1300만 달러를 지불할 가능성이 있다. 김하성이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거나 윌리엄스가 예상보다 일찍 메이저리그에 올라온다면 고액 연봉을 받는 유틸리티 선수를 쓰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라며 김하성 영입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렇지만 이 매체는 “레이스 입장에서 이번 계약의 좋은 점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정말 좋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하성은 한국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첫 해인 2021년에는 타석에서 고전했지만 이후 세 시즌 동안에는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또한 김하성은 다양한 포지션에서 강력한 수비수로 활약하고 있다. 김하성이 빠르게 복귀해 이전의 모습대로 플레이를 한다면 주니오르 카미네로(3루수), 브랜든 로우(2루수), 얀디 디아스(1루수) 등 강력한 내야진을 구성할 수 있다. 또한 김하성이 FA 시장에 나간다면 퀄리파잉오퍼(1년 2200만 달러 예상)를 제시하고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김하성과 탬파베이에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 역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하성은 올해 다시 한 번 중요한 시즌을 보낸다. 탬파베이 역시 김하성과 함께 올해 포스트시즌 복귀에 도전한다. 김하성과 탬파베이가 모두 좋은 결과를 내며 윈-윈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