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케인(32, 바이에른 뮌헨)의 마지막 어시스트다. 토트넘 홋스퍼가 한 번 거절당했던 마티스 텔(20)을 영입한 데는 케인의 숨은 도움이 있었다.
토트넘은 4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바이에른 뮌헨의 텔과 임대 계약을 맺었음을 알리게 돼 기쁘다. 프랑스 21세 이하(U-21) 국가대표 공격수인 그는 2024-2025시즌 종료까지 임대로 클럽에 합류한다. 여름에 완전 이적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있다. 그는 등번호 11번 유니폼을 입고 뛸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 3호 영입생이다. 토트넘은 앞서 골키퍼 안토닌 킨스키와 센터백 케빈 단소를 영입했다. 여기에 텔까지 추가하면서 공격진 보강에도 성공하게 됐다.
토트넘은 "텔은 프랑스 사르셀에서 태어나 JS 빌리에르-르-벨, 파리 FC, AS 주네스 오베르빌리에 등 여러 유소년 팀을 거쳐 2020년 7월 스타드 렌 유스팀에 합류했다. 이후 빠르게 성장, 2021년 만 16세의 나이에 스타드 렌 1군 데뷔전을 치러 구단 역사상 최연소 출전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공격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텔은 2022년 7월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하며 독일 무대로 이적했다. 그리고 이적 한 달 만에 치른 첫 선발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하며 바이에른 역사상 최연소 득점자로 이름을 올렸다"라며 "바이에른에서 보낸 첫 시즌, 텔은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하는 데 기여했으며, 바이에른 소속으로 총 83경기에 출전해 16골을 기록했다"라고 덧붙였다.
쉽지 않은 영입이었다. 당초 토트넘은 텔을 임대가 아니라 완전 이적으로 품으려 했다. 바이에른에 무려 6000만 유로(약 903억 원)라는 거액의 이적료를 제시하며 구단 합의에 도달하기도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톤 빌라, 첼시, 아스날 등 여러 팀이 관심을 보인 만큼 빠르게 영입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였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까지 직접 출동했다. 그는 뮌헨으로 날아가 텔과 그의 에이전트에게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하우는 "텔은 토트넘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와 그의 에이전트는 레비 회장과 직접 대화하면서 이 사실을 말했다"라며 "텔은 토트넘으로 이적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스카이 스포츠는 "텔이 토트넘을 거절한 이유는 제안과 상관없이 이 프로젝트에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텔은 토트넘 이적이 자신에게 맞는 선택이 아니라고 느꼈다"라며 "바이에른은 토트넘과 거래를 마무리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텔은 두 가지 선택지, 즉 토트넘과 계약하거나 바이에른에 남는다면 잔류하고 싶다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텔은 토트넘 이적 대신 맨유 임대를 추진했고, 개인 합의도 마쳤다. 그러나 이번엔 바이에른이 허락하지 않으면서 물거품이 됐다. 바이에른은 최소한 완전 이적 옵션이 포함되길 원한다며 맨유가 제안한 단순 임대를 거절했다. 텔은 맨유에 합류하고 싶다고 말했으나 소용없었다.
이대로 텔은 바이에른에 남는가 싶었지만, 이적시장 종료를 눈앞에 두고 대반전이 일어났다. 토트넘이 임대를 제안하면서 텔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것. 이미 랑달 콜로 무아니와 브렐 엠볼로에게도 거절당했던 토트넘으로선 귀중한 영입이다. 텔은 부상으로 빠진 도미닉 솔란케, 티모 베르너, 브레넌 존슨 등을 대신해 손흥민의 파트너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텔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완전 이적 옵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 스포츠는 "토트넘은 4,500만 파운드(약 815억 원)에 텔을 완전 영입할 수 있으며, 옵션이 발동될 경우 6년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텔이 마음을 바꾼 데는 출전 시간뿐만 아니라 선배 케인의 조언이 있었다. 토트넘 역대 최다 득점자 케인이 바이에른 후배인 그에게 조언을 해준 것. '기브 미 스포츠'는 "소식통에 따르면 텔은 팀 동료 케인과 토트넘 이적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케인의 설득에 따라 엄청난 '유턴'을 결정함으로써 토트넘 임대를 승낙했다"라고 전했다.
텔도 토트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케인이 해준 말을 직접 공개했다. 그는 "케인이 토트넘은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은 빅클럽이며 경기장도 아주 훌륭하고, 훈련 시설도 매우 좋다고 했다. 토트넘에 가면 모든 걸 즐길 수 있다고 했다. 들은 모든 말이 긍정적이었다"라고 밝혔다.
토트넘을 떠나서도 친정팀을 도와준 '토트넘 레전드' 케인이다. 이에 팬들은 "케인이 여전히 토트넘에 어시스트를 하고 있다", "케인은 영원한 토트넘 레전드다", "또 하나의 어시스트", "인사팀 직원 케인" 등의 댓글을 남기며 고마움을 표했다. 다만 한 팬은 "언제나 경기장, 훈련장 얘기다...우리는 아무것도 우승하지 못하겠지만, 샤워장은 엄청나다"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텔이 토트넘으로 이적한 데는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의 역할도 컸다. 스카이 스포츠는 "포스테코글루는 텔과 긴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얘기했다. 텔은 그에게 들은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고, 원래는 이적을 거절했던 마음을 바꿨다"라고 밝혔다.
한편 텔은 한동안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손흥민이 있는 왼쪽 윙어보다는 히샬리송과 중앙 공격수 자리를 두고 경쟁하면서 손흥민과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데뷔전은 17일 열리는 맨유전으로 점쳐지고 있다. 만약 텔이 맨유 골망을 흔든다면 자신을 영입하려고 했던 팀에 제대로 비수를 꽂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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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토트넘 홋스퍼, B/R 풋볼, 해리 케인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