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글러브 4회 수상에 빛나는 외야수 케빈 키어마이어(35)가 은퇴 후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돌아왔다. 구단 스페셜 어시스턴트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연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9일(이하 한국시간) 키어마이어가 토론토에 스페셜 어시스턴트로 합류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31일 토론토에서 LA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뒤 7개월 만에 토론토에 프런트로 돌아온 것이다.
키어마이어는 “항상 동료들에게 내가 스페셜 어시스턴트라는 농담을 하곤 했다. 그 농담이 현실이 돼 정말 기쁘다. 평생 꿈꿔온 일이다. 정말 기대된다”며 “토론토는 수년간 나를 훌륭하게 대해줬다. 이 조직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다. 이 팀에는 많은 재능과 잠재력이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키어마이어는 다음주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에서 시작될 토론토의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합류한다. 토론토 외야수들의 훈련을 도우며 자신의 수비 노하우를 전수한다.
2013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데뷔한 우투좌타 외야수 키어마이어는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12시즌 통산 1159경기를 뛰며 타율 2할4푼6리(3682타수 905안타) 95홈런 378타점 132도루 OPS .706을 기록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2/09/202502091352771737_67a857bcc7d89.jpg)
타격보다 수비가 빛난 선수였다. 주 포지션 중견수로 2015·2016·2019·2023년 4차례나 아메리칸리그(AL) 외야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받으며 리그 정상급 수비력을 뽐냈다. 지난해 후반기 다저스에 트레이드로 넘어간 뒤 챔피언십시리즈를 뛰며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도 챙겼다. 다저스로 트레이드되기 전부터 시즌 후 은퇴 의사를 보였던 키어마이어는 마지막 시즌에 월드시리즈 우승 꿈을 이루며 은퇴했다.
다저스에서 짧지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긴 키어마이어는 토론토로 돌아와 이 팀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다. 4년 전만 해도 이런 그림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탬파베이에만 10년을 몸담었던 키어마이어는 같은 AL 동부지구 토론토에 있어 눈엣가시 같은 ‘적’이었다. 특히 2021년 9월21일 토론토전에선 ‘악연’도 있었다.
당시 6회 키어마이어가 홈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토론토 포수 알레한드로 커크와 부딪치면서 태그 아웃된 것이 사건의 발단. 이때 상대 전력 분석 내용이 담긴 쪽지가 커크의 손목 밴드에서 떨어졌고, 키어마이어가 땅에 떨어진 쪽지를 주워 탬파베이 덕아웃으로 가져갔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토론토에서 쪽지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탬파베이가 거절하며 ‘비매너’ 논란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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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뭔지도 모르고 주웠다”고 해명한 키어마이어였지만 바로 다음날 꼬리를 내렸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과 함께 토론토 측을 찾아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23일 토론토전에서 등 뒤로 꽂히는 빈볼을 맞으며 비매너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후 토론토 원정을 갈 때마다 거센 야유를 받았다.
하지만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22년 시즌 후 1년 900만 달러에 FA 계약하며 토론토에 합류한 것이다. 2023년 129경기 타율 2할6푼5리(370타수 98안타) 8홈런 36타점 OPS .741로 기대 이상 활약을 펼쳤고, 클럽하우스에서 베테랑 리더십도 보여줬다. 처음에 그를 반기지 않았던 토론토 팬들도 매료시켰고, 시즌 후에는 1년 105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토론토에서 뛴 기간은 1년 반밖에 되지 않지만 빠르게 팀에 녹아들며 ‘악연’을 정리한 키어마이어는 은퇴 후 제2의 인생도 토론토에서 시작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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