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을 누비며 영입한 선수들이 1군에서 사라졌다. 2년 연속 개막시리즈 2연패에 이어 4득점 22실점의 대참패를 당한 롯데 자이언츠에 이들은 지원군이 될 수 있을까.
롯데는 지난 22~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개막시리즈 2연전을 모두 내줬다. 모두 처참하게 패했다. 2경기 동안 4득점에 그쳤는데 22실점을 기록했다. 개막전 2-12로 패했고 이튿날에도 2-10으로 완패를 당했다.
지난해 개막 4연패로 시작했고 첫 7경기 1승6패로 시작했던 롯데는 2년 연속 시즌 초반 흔들리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시즌 초반 고난을 겪으면서 겨우 팀을 세팅했다. LG와 트레이드를 통해 내야수 손호영을 데려와 빈약한 내야진 뎁스를 보강했고 나승엽 고승민 윤동희 황성빈 등이 급성장하며 겨우 안정화를 시켰다.

올해는 타선과 마운드의 힘이 어느 정도 생겼다. 앞서 언급했던 타선의 5명은 ‘윤고나황손’이라는 팀의 코어로 거듭났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사실 시범경기때부터 계산이 서지 않았다”라고 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지난해 선수단을 확실하게 파악했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 최정예 라인업과 투수진을 꾸렸다. 박진, 박준우, 정현수, 송재영 등 젊은 투수들의 성장으로 희망적인 면도 보고 있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이 구상한 명단에 롯데가 주도적으로 영입한 FA 선수들의 자리는 없다는 것. 롯데는 2022시즌이 끝나고 FA 시장에서 포수 유강남(4년 80억원), 내야수 노진혁(4년 50억원), 투수 한현희(3+1년 40억원)를 영입했다. 2024시즌을 앞두고는 내야진 보강을 위해 내야수 김민성을 사인 앤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2+1년 총액 9억원의 조건이었다. 최근 영입한 4명의 FA 선수들 가운데 포수 유강남을 제외한 3명이 2025년 개막 엔트리에서 빠졌다.

노진혁과 김민성은 올해 아예 1군 스프링캠프가 아닌 2군 스프링캠프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시범경기에서도 기회를 받지 못했다. 한현희는 1군 스프링캠프를 완주했지만 결국 개막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한현희는 지난 22일 상무와의 2군 경기에 선발 출장해 2이닝 5피안타 3볼넷 3실점으로 부진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부터 시범경기까지, 아쉬운 모습을 남기며 개막 엔트리에서 탈락했고 2군 첫 경기에서도 반등하지 못했다. 노진혁은 2군에서도 아예 자취를 감췄다. 아직 1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그나마 김민성은 22일 상무전 홈런 포함해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2군 5경기 타율 4할6푼2리(13타수 6안타) 2홈런 3타점 OPS 1.742로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들이 2군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롯데의 뎁스가 강해진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FA 선수들이다. 1군에서 즉시 활용해야 하는 선수들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들이 2군에 머물고 있다는 것 자체가 롯데의 투자가 실패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들이 올해 받는 연봉 총합은 19억원이다(한현희 10억원, 노진혁 7억원, 김민성 2억원).

물론 이들이 언젠가 필요한 순간이 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들이 지원군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기존 선수들의 부진이 장기화 된다면 지난해 개막 초반과 다르지 않은 한 달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분위기 환기라도 되어야 하는데, 현 시점에서는 김민성을 제외하고는 1군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 힘들다. 이런 김민성도 지난해 6월 이후 1군에서 기회를 받지 못했다.
아직 2경기 뿐인데, 호들갑을 떠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7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롯데 입장에서는 초반의 분위기도 중요하다. 지난해 시즌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국 5강 경쟁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것을 생각하면 매 순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