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를 수렁에서 구한 건 3년차 문현빈(21)이었다.
문현빈은 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벌어진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 6회말 대수비로 교체 출장, 8~9회 연타석 홈런을 폭발하며 2타수 2안타 4타점 활약으로 한화의 7-6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4연패를 끊은 한화는 시즌 4승8패가 됐다.
극심한 타선 침체로 최근 4연패 포함 개막 10경기 만에 10위로 추락한 한화는 이날도 흐름이 너무 나빴다. 7회까지 안타가 단 1개. 3회 노시환의 좌전 적시타가 유일한 안타이자 득점. 에이스 류현진이 선발로 나왔지만 홈런 두 방을 맞고 5이닝 4실점으로 흔들렸고, 7회까지 1-5로 끌려다녔다.
8회에도 김태연과 노시환이 각각 삼진과 1루 뜬공으로 물러나며 투아웃.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문현빈이 등장했다. 6회 채은성이 빠진 5번 타순에 중견수 대수비로 투입된 문현빈의 첫 타석. 삼성 불펜 임창민이 초구 포크볼에 배트가 헛돌았지만, 2~5구 연속 파울로 커트하며 괴롭혔다.
6구째 볼을 골라낸 뒤 다시 3연속 파울 커트. 임창민의 10구째 포크볼이 가운데 낮게 들어왔지만 문현빈의 스윙에 걸린 공은 우중간 담장을 넘어갔다. 비거리 120m, 시즌 1호 마수걸이 홈런. 한화 대역전극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이어 에스테반 플로리얼의 2루타와 이진영의 좌월 투런 홈런이 터지며 1점차로 추격한 한화는 8회 박상원이 김헌곤에게 솔로포를 맞았지만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투아웃까지 몰렸지만 임종찬의 볼넷, 노시환의 좌전 안타로 이어진 1,2루 기회에서 문현빈의 한 방이 또 터졌다.

삼성 마무리 김재윤의 6구째 바깥쪽에 들어온 포크볼을 받아쳐 우측 담장 밖으로 타구를 보냈다. 비거리 120m, 시즌 2호 홈런. 데뷔 첫 연타석 홈런 폭발로 한화의 7-6 역전을 이끌었다. 9회 마무리 김서현이 삼자범퇴로 막고 끝내면서 문현빈의 9회 역전 스리런은 결승포가 됐다.
경기 후 문현빈은 “여태까지 야구하면서 제일 좋은 순간이다”며 8회 추격의 홈런에 대해 “안 넘어갈 줄 알고 빨리 뛰었는데 넘어가서 이제 뭔가 괜찮구나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10구까지 이어진 승부 끝에 만든 홈런으로 타석에서 집중력이 대단했던 문현빈은 “주자가 나가야 점수가 나기 때문에 안 죽으려고 계속 집중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제가 홈런을 친 뒤 (이)진영이 형도 홈런을 쳐서 덕아웃이 좋은 분위기로 올라왔다”고 이야기했다.

9회 역전 스리런 홈런은 맞는 순간 느낌이 왔다. 그는 “득점권 상황에서 정타를 맞히면 계속 찬스가 이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정확하게 치려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맞자마자 넘어가는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김경문 감독의 조언도 도움이 됐다. 문현빈은 “오늘 감독님께서 결과에 신경쓰지 말고 직구에 적극적으로 배트를 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저도 그렇게 했다. 감독님 말씀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9회 홈런 후) 이제 뭔가 좀 풀리겠구나 싶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배님들도 잘 맞은 타구들이 정면으로 간 게 많았다. ‘아, 이렇게 안 되나’ 싶었는데 홈런을 치면서 (혈이) 뚫렸구나 생각했다”며 이날 대역전승이 앞으로 치고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개막전 지명타자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최근 벤치에 앉는 시간이 길었던 문현빈은 전날(4일) 삼성전 8회 좌익수 수비를 나간 데 이어 이날 중견수 수비를 봤다. 3루수로만 연습해지만 2023년 신인 시절 외야 수비 경험을 살려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문현빈은 “경기에 나갈 수만 있다면 (수비 위치) 어디든 상관 없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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