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성희롱 누명' 벗은 피겨 유영, 첫 심경 고백 "실명 밝히기 두려웠지만, 더 이상 숨고 싶지 않다"
OSEN 노진주 기자
발행 2025.04.10 13: 04

 “실명 밝히는 것이 두려웠지만, 이제는 더 이상 숨고 싶지 않다.”
‘성희롱 논란’으로 선수 자격을 잃었다가 다시 되찾은 유영(20)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유영은 이탈리아 전지훈련기간 때 동료 이해인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진을 촬영해 이성 후배 A에게 보여줬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연맹)으로부터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받았지만 법원에 낸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이 지난달 26일 인용되면서 선수 지위를 회복했다.

[단독 인터뷰] '성희롱 누명' 벗은 피겨 유영, 첫 심경 고백 "실명 밝히기 두려웠지만, 더 이상 숨고 싶지 않다"

법원은 유영이 이해인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기존 징계대로라면 유영은 오는 6월 자격 정지 기간이 끝나더라도 태극마크를 달 수 없었다. 연맹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따르면 성폭력 관련 비위 행위로 자격 정지 1년 이상 징계를 받은 선수는 국가대표 선발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자격정지 징계 효력이 정지되면서 유영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단독 인터뷰] '성희롱 누명' 벗은 피겨 유영, 첫 심경 고백 "실명 밝히기 두려웠지만, 더 이상 숨고 싶지 않다"
9일 OSEN과 연락이 닿은 유영은 성희롱 누명을 벗은 심경을 고백했다. 
그는 “법원의 결정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인용 소식을 들은 순간 무척 감사했다. 무엇보다 다시 선수로서 뛸 수 있단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꿈꾸는 무대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단 것도 기뻤다”라고 말했다.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던 유영이다. 그는 “2022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힘들게 국가대표로 복귀했는데, 자격이 정지돼 선수로서 대회에 나갈 수 없는 현실이 매우 고통스러웠다. 스폰서 지원도 중단되면서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텼다. 팬들의 응원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들려줬다.
[단독 인터뷰] '성희롱 누명' 벗은 피겨 유영, 첫 심경 고백 "실명 밝히기 두려웠지만, 더 이상 숨고 싶지 않다"
그동안 언론엔 유영 실명 대신 이해인 신체를 촬영한 ‘익명의 선수’로 노출됐다. 
유영은 “여자로서 불미스러운 사건에 실명을 밝히는 것이 두려웠다”라고 솔직하게 말한 뒤 “더 이상 숨지 않고 제 이야기를 직접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팬들이 많은 응원을 보내주고 법원에서 제가 성희롱 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해 주면서 (인터뷰에 임하는) 용기를 낼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재판부가 유영의 손을 들어준 데엔 '성희롱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이해인의 탄원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해인은 장문의 탄원서 일부에 ‘유영 선수가 사실과 다른 오해로 인해 올림픽에 도전할 기회를 잃는 건 부당한 일이다. 모든 운동선수들에게 잘못된 선례로 남게 된다’라고 썼다. 그는 자신의 법률 대리인이었던 김가람 변호사도 유영에게 소개해줬다. 2026년 올림픽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유영을 발 벗고 나서 도와준 것이다.
유영은 “이해인 선수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라며 두 손을 모았다. 
[단독 인터뷰] '성희롱 누명' 벗은 피겨 유영, 첫 심경 고백 "실명 밝히기 두려웠지만, 더 이상 숨고 싶지 않다"
이제 유영은 선수생활에 집중한다. 그는 “오는 9월 열리는 챌린저 대회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쇼트 프로그램을 연습하고 있다. 프리 프로그램은 새롭게 구성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영은 힘든 시기를 버티게 해 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많이 부족한 저를 응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다시 무대에서 좋은 모습으로 보답해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jinju21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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