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가 에릭 텐 하흐 감독을 남겼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보고 교훈을 얻었다. 만약 우승 트로피를 따내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하겠단 각오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2일(한국시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 및 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 여부와 상관없이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우승과 관계없이 토트넘에서 나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 감독 밑에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같은 날 안방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에서도 노팅엄 포레스트를 상대로 1-2로 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이날 패배로 토트넘은 승점 37(11승 4무 18패)에 머물며 리그 16위까지 밀려났다. 17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승점 36)와도 1점 차에 불과하기에 순위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나마 입스위치 타운과 레스터 시티, 사우스햄튼이 이미 강등이 확정되면서 시즌 막바지 강등 싸움은 피하게 된 게 다행일 정도다.
게다가 토트넘은 1996-1997시즌 이후 처음으로 노팅엄을 상대로 리그 2전 2패를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다. 노팅엄에 '더블'을 허용한 건 무려 28년 만의 굴욕. 토트넘은 지난해 12월 노팅엄 원정에서도 0-1로 패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구단 역사상 최악의 기록도 가능하다. 토트넘은 시즌 18패째를 거두면서 1993-1994시즌(19패) 이후 가장 많은 패배를 기록했다. 문제는 리그가 아직 5경기나 남아있다는 것. 두 번만 더 패하면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최초로 리그 20패를 달성하게 된다.
결국 토트넘 보드진도 칼을 빼 들기로 결정했다. 언제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지켜왔던 다니엘 레비 회장도 이젠 포기한 모양새다. 최후의 보루로 보였던 UEL 우승 트로피도 이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경질을 막아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래프는 "포스테코글루의 팀은 리그 19패라는 구단 최다 패배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UEL 우승과 다음 시즌 UCL 진출을 통해 이번 시즌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UEL 결과와 관계없이 포스테코글루가 시즌 종료 후 토트넘을 떠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UEL에서 탈락하거나 서로 이별하는 방식으로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토트넘은 UEL 준결승에 올라 있다. 4강 상대는 노르웨이의 복명 보되/글림트. 만약 토트넘이 보되/글림트를 꺾고 결승에 진출한다면 맨유와 아틀레틱 빌바오 중 승자와 트로피를 걸고 맞붙게 된다. 우승까지 성공하면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처음으로 트로피를 들어 올릴 뿐만 아니라 다음 시즌 UCL 티켓도 얻게 된다.

그럼에도 토트넘 보드진은 설령 우승에 성공하더라도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갈라서겠다는 생각이다.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은 UEL 준결승에서 보되/글림트와 맞붙는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팀이 다음 라운드 진출에 실패하거나 결승전에서 아틀레틱 빌바오 혹은 맨유에 패할 시 경질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맨유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은 지난 시즌 FA컵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텐 하흐를 경질할 예정이었던 맨유와 똑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경계할 것"이라며 "맨유는 맨체스터 시티를 꺾고 우승하면서 텐 하흐의 계약을 1년 연장했지만, 시즌 초반 부진 끝에 4개월도 되지 않아 그를 경질했다"라고 짚었다.
결과적으로 맨유의 텐 하흐 감독 유임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맨유는 FA컵 우승을 믿고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텐 하흐 감독은 공식전 14경기에서 4승을 거두는 데 그치며 최악의 부진을 이어갔다.

결국 맨유는 개막 두 달 만에 텐 하흐 감독을 경질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만 그를 위해 1억 9000만 파운드(약 3610억 원)를 쏟아부었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리버풀 전설 제이미 캐러거는 "맨유는 여름에 텐 하흐를 경질해야 했다. 이건 보드진의 문제"라며 "그들이 한 일은 리그 9경기를 위해 캔을 걷어찬 게 전부다. 그리고 그 대가로 2억 파운드를 지불했다"라고 꼬집었다.
맨유가 트로피에 혹해 텐 하흐 감독을 뒤늦게 경질한 후폭풍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맨유는 그에게 위약금으로 구단 역사상 최대 규모에 달하는 1600만 파운드(약 304억 원) 이상의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맨유는 텐 하흐 감독을 내친 뒤에도 힘든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스포르팅 CP에서 후벵 아모림 감독을 데려왔지만, 망가진 시즌을 복구하지 못했다. 그나마 UEL에서는 준결승에 오르며 우승 가능성을 남겨뒀으나 리그에서는 14위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토트넘은 맨유와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다짐이다.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이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UEL에서 우승하면서 포스테코글루의 지휘 아래 잠재력 있는 유망주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도 있다. 그래도 그의 미래가 바뀔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매체는 "포스테코글루가 두 번째 시즌에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그의 우승 기록을 유지한다면 그는 (어쩌면 상호 합의로) 고개를 높이 들고 팀을 떠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그는 당당하게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고 성공을 거두겠다는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는 UEL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명예롭게 토트넘을 떠나는 길과 UEL에서도 실패한 채 쓸쓸히 물러나는 길밖에 남지 않은 셈. 그는 손흥민에게 커리어 첫 우승을 선물하지 못하는 한 구단 역사상 최악의 감독 후보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결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모양새다. 그는 꾸준히 자신의 앞날에 대해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를 누르고 UEL 4강에 오른 뒤에도 "대부분의 여러분에게는 불운하게도 한동안은 나와 좀 더 함께해야 한다. 좀 더 참아주셔야 할 것 같다"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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