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위에 렉서스, 렉서스 위에 센추리...아키오 회장의 새로운 '백년대계'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5.10.29 14: 52

 토요타 위에 렉서스, 렉서스 위에 센츄리.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이 새로운 '백년대계'를 그렸다. 자동차 모델명으로 존재했던 '센추리'는 이제 토요타자동차그룹의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로 탄생한다. 엠블럼은 럭셔리에 걸맞게 '봉황'으로 정했다. 
토요다 아키오 회장은 29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2025 재팬모빌리티쇼' 프레스데이에서 럭셔리 브랜드 '센추리'의 출범 이벤트를 직접 주관하면서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새로운 100년의 설계"를 강조했다. 이름도 마침 '한 세기'를 뜻하는 센추리(century)다. 
아키오 회장은 '센추리' 브랜드 출범행사에서 일본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읊었다. 

센추리 브랜드 출범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제공.

토요타자동차를 창업한 할아버지, 토요다 키이치로(Toyoda Kiichiro)를 언급하며 "단순히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본인의 머리와 손으로, 일본에 자동차 산업을 세워야 한다"는 키이치로의 사훈으로 토요타 자동차 이야기를 시작했다.
할아버지 키이치로가 토요타 자동차의 기반을 닦았다면 '센추리'의 출발은 아버지 토요타 쇼이치로 시대에서 추진된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센추리의 개발을 담당한 토요타 최초의 주사(主査), 나카무라 켄야다. 나카무라는 ‘똑같지 않은 것(같은 것은 만들지 않는다)’에 의미를 부여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센추리의 개발, 생산, 판매의 모든 과정을 일관되게 주도했다.
1963년 개발을 시작한 센추리는 1967년 첫 모델을 출시한다. 봉황(鳳凰) 엠블럼에는 에도시대 금속세공을 입혔고 시트 원단에는 일본 전통의 니시진(西陣織) 직물을 사용했다.
아키오 회장은 "그 당시의 일본에 필요했던 것은 ‘일본에 사는 사람으로서의 자존심’이 아니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나카무라 씨는 키이치로의 아들인 쇼이치로와 함께, 일본의 전통에 기반하면서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자동차, 세계 평화와 문화 교류에 공헌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센추리 브랜드 출범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제공.
그러나 1세대 센추리가 탄생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센추리를 앞세웠던 ‘재팬 프라이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아키오 회장은 "오늘날 일본은 어떤 모습일까요. ‘Japan as No.1’ 이라고 불리던 시대는 지나가고 ‘잃어버린 30년’ 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지금, 일본은 활기와 생기를 잃은 듯합니다"고 통탄했다.
아키오 회장은 오히려 이런 현실에서 '센추리' 출범의 가장 강력한 명분을 뽑아냈다.
아키오 회장은 "지금의 일본을 키이치로와 나카무라 씨가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요? 아마도 아무 말없이, 곧바로 행동에 나섰을 것입니다. 전후 언론 보도에서 ‘제로에서의 출발’이라는 제목을 본 나카무라 씨는 '제로가 아니다. 설비는 파괴되었고 물건도, 자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일본의 힘, 기술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말하며 화가 난 듯 분노를 드러냈다고 합니다"고 말하며 감정이 북받친 듯 목소리를 떨었다.
센추리 브랜드 출범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제공.
결국 '센추리' 출범의 이유는 명백해졌다. 
아키오 회장은 "‘센추리’라는 이름의 유래는 ‘메이지 100년(1968년)’이라는 뜻과 ‘토요타 그룹의 창시자인 토요다 사키치 탄생 100년’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의 100년을 만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덧붙여 "센추리에 새겨진 ‘봉황’ 엠블럼, ‘봉황’은 전세계가 평화로울 때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전설의 새입니다. 센추리는 단순한 자동차 이름이 아닙니다. 전 세계의 평화를 진심으로 바라고, 일본에서 ‘앞으로의 100년’을 만들어 가는 도전. 그것이 바로 ‘센추리’라고 생각합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내는 후끈 달아올랐다. 일본어를 모국어로 쓰는 이들 사이엔 감동이 솟구치는 모습도 보였다. 행사장은 센추리의 콘셉트카를 공개하며 한끗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센추리 브랜드 출범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제공.
아키오 회장의 열의에 찬 명연설과 함께 일본 최대의 자동차 전시회 '2025 재팬모빌리티쇼'는 이렇게 막이 올랐다. 이번 전시회는 11월 9일까지 계속된다. 
재팬모빌리티쇼의 전신은 세계 3대 대형 모터쇼 중 하나인 도쿄모터쇼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도쿄모터쇼는 자동차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동수단으로 외연을 넓히며 2023년도 행사부터 대회명을 재팬모빌리티쇼로 개편했다.
이 같은 경향을 반영해 올해 전시회는 ‘미래 모빌리티를 탐구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는 주제 아래 자동차는 물론 IT, 통신, 로봇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500여개 기업이 참가해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산업계의 현재와 미래 기술을 조망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모빌리티 산업 확장과 사회 변화를 관람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전시회를 꾸렸다는 것이 주최측 설명이다.
혼다는 전기차의 무겁고 두꺼운 구조적 제약을 넘어 '얇고, 가볍고, 현명한'이라는 철학을 담은 ‘혼다 0 시리즈’를 최초 공개했다. 세단, SUV는 물론 다양한 형태의 가지치기 차종으로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혼다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아시모'의 이름을 차용한 최신 운영체계 '아시모 OS'를 탑재한 점도 눈에 띈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는 물론 인포테인먼트 기능 및 자동차의 두뇌라 할 수 있는 ECU까지 통합 제어하는 것이 핵심이다.
닛산은 최근 부진을 씻으려는 듯 다수의 신차 및 모빌리티 솔루션을 대거 출품했다. 이 중 이 중 신형 4세대 '엘그란드'는 닛산의 최신 3세대 e-파워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해 효율과 정숙성을 대폭 개선해 점유율 확장에 나선다. 웅장한 외관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향상된 안전·편의 사양으로 재탄생했다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각국 기자들은 올해 재팬모빌리티쇼의 특징 중 하나로 수소를 활용한 모빌리티 솔루션의 재부상에 주목했다. BMW는 토요타와 공동개발한 3세대 연료전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형 수소차 iX5 하이드로젠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수소차 시장선도기업으로서 위상을 보여주듯 양산형 수소승용차 중 최다 판매기록을 자랑하는 넥쏘의 2세대 차량을 전면에 내세웠다. 혼다는 인기 SUV CR-V 기반 수소차 'CR-V FCEV'를 출품했다. 일본 상용차 브랜드 히노(HINO)는 수소연료전지 기반 대형 화물차 L4 콘셉트를 소개하는 데 공을 들였다. 
'경차 천국' 일본 시장에 도전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의 시도도 눈에 띈다. 중국 BYD는 작고 아담한 크기의 경형 전기차 라코(RACCO)를 공개했다. 일본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박스형 디자인에 경쟁력 있는 가격설정으로 일본 경차(케이카) 시장에 도전한다. 2026년 여름 출시 예정이다. 현대차 역시 소형 전기차 기반 콘셉트카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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