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밝혀진, 故이순재 극악 스케쥴..두 눈 실명에도 '560마디' 대사→서울·거제 촬영 ('MBC추모특집')
OSEN 김수형 기자
발행 2025.11.29 07: 27

MBC 다큐멘터리 추모특집에서 故이순재가 생전 극악 스케쥴을 소화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열정과 끈을 놓지 않은 모습이 그대로 공개되며 다시금 먹먹함과 울림을 주고 있다. 
28일 MBC 다큐멘터리 추모특집- '배우 이순재, 신세 많이 졌습니다’가 방송됐다.
영상은 올해 5월 25일, 소속사 대표 이승희가 병상에 누워 있는 故 이순재를 찾는 장면으로 시작됐다.이 대표가 “누워 있으니 하고 싶은 건 없으세요?”라고 묻자, 이순재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하고 싶은 건… 작품밖에 없다.는 모습.  이 대표는 “연기는 건강해지면 천천히 다시 하자”며 안심시키려 했지만, 고 이순재는 끝까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러나 그 소원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지난 11월 25일, 그는 향년 91세의 나이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발인식에 참석한 동료들과 후배들은 떠나보내는 순간 내내 말을 잇지 못했다.
#. 두 눈이 보이지 않아도… 작품을 놓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 드라마는 KBS2 ‘개소리’. 노구의 몸으로 서울과 거제도를 오가며 촬영하는 강행군 속에서도그는 단 한 번도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다큐에서 처음으로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소속사 대표 이승희는 말했다.“선생님… 두 눈이 100% 보이는 상태가 아니셨다.”는 것. 시력이 급격히 떨어졌음에도, 그는“안 보이니까 더 연습해야 한다”며대본을 더 크게 읽어달라고 하고, 들은 대사를 모두 암기하려 애썼다.이승희 대표는 “그게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이었다”고 울먹였다.
이순재 역시 병상에서 담담히 말했다. “작년 10월 촬영 끝나니… 안 보이더라고., 병원 가니 왼쪽 눈이 거의 안 보인대.”라고 담담히 말한 모습. 폐를 끼치기 싫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그는 더 완벽한 연기를 위해 혼자 감당했다. 그러다 건강은 가을부터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고 전해졌다.
#. “한 줄도 허투루 하지 않아”… 560마디 대본 외웠다.
다큐에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연습 장면도 공개됐다. 그의 대사는 무려 560마디. 대본은 손때가 검게 배도록 펼쳐져 있었고,
그는 매 순간 연구하고 분석하며 또박또박 연기 세계를 완성해갔다. 후배들은 “눈이 안 보이셔도 연기를 놓지 않던 분…그런 분은 다시 나오기 어렵다.”며 입을 모였다. 
실제 ‘허준’ 촬영 당시 18시간을 해부대 역할로 누워 있었던 일화, 한겨울 동굴 바닥에서 밤을 새우던 경험,‘덕구’ 촬영 당시 여든 넘은 나이에도 모텔에서 숙박하며 스스로를 단련하던 모습도 재조명됐다. 이서진은“선생님은 역사·철학·문화 지식을 모두 연기에 녹여낸 분”이라고 울컥했고, 이순재가 노개런티로 참여했던 ‘덕구’에 대해“진짜 배우란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고인 역시 생전 “예술은 완성이 없어. 정년도 없지. 끝이 없으니까 계속 가는 거야.”고 말하기도. 
또한 후배들과의 촬영 현장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겼다. “후배들이 나 때문에 밤 새우면 안 돼. 같은 조건, 같은 분위기에서 해야지.
팀워크가 중요해.”라고 말하던 그는 70년간 미생처럼 준비하고, 단련하며, 늘 다음 작품을 기다렸던 배우였다.그 덕분에 대중은 울고 웃고 인생을 위로받을 수 있었다.
고인의 삶은 마지막 순간까지 연기 그 자체였다. 시력이 흐려져도, 몸이 고단해도, 누구보다 뜨겁게 현장을 사랑한 사람.2025년 KBS 연기대상 당시  “신세 많이 졌습니다”라는 그의 수상소감은 결과적으로 ‘마지막 인사’가 됐다.“평생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신세 많이 졌습니다. 감사합니다.”는  이 말은 여전히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며  끝까지 연기를 사랑했던 ‘진짜 배우’로 남아있다./ssu08185@osen.co.kr
[사진]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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