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42세라고 하더라도, 리그 최정상급 타자를 보상금 포함해 41억원에 영입했다. 그리고 낭만까지 챙겼다. 낭만의 값어치로 아깝지 않다.
삼성이 3일, 드디어 ‘오피셜’을 발표했다. 최형우(42)의 귀환이다. 삼성은 최형우와 2년 최대 26억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인센티브가 포함된 계약이다.
이미 42세로 리그 최고령 타자인 최형우. 하지만 생산력 만큼은 줄어들지 않았다. 올해 133경기 타율 3할7리(469타수 144안타) 24홈런 86타점 OPS .928의 성적을 찍고 FA 시장에 나섰다. 리그 OPS 전체 5위였고, wRC+(조정 득점생산력, 스탯티즈 기준)은 157.6으로 전체 6위였다.


최형우는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평가 받겠다는 의지였다. 물론 데뷔 팀은 아니지만 2017년 합류한 이후 많은 추억을 함께한 KIA 타이거즈에 남을 생각도 했다. 웬만한 기준이라면 KIA에 남는 게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협상은 지지부진했고 그 틈을 최형우의 친정팀 삼성이 파고 들었다. C등급 FA 최형우의 올해 연봉은 10억원.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올해 연봉의 150%인 15억원을 KIA에 보상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삼성은 최형우 리턴을 위해 41억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형우와 삼성. 많은 추억을 함께했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2002년 최형우는 삼성에 포수로 입단했지만 방출됐다. 이후 경찰청 군 복무를 하면서 기량이 서서히 만개했고 삼성이 다시 불러들였다. 이후 최형우는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군림했다. 삼성에서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일군 주역이기도 했다.
2016년 첫 FA 자격을 획득한 최형우는 삼성을 떠나 KIA와 4년 100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떠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삼성 팬들의 미움을 샀다. ‘소외감’으로 대표되는 당시 발언. 하지만 선수들에게 고압적인 발언을 했던 고위급 인사에게 서운함을 표출한 게 와전이 됐다. 그리고 해당 인사는 이미 삼성 구단에 없다. 아울러 오승환의 은퇴식 당시 진심을 다한 타석, 그리고 뜨거운 포옹으로 삼성 팬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KIA의 다소 미온적인 협상 태도, 삼성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 등 최형우의 복귀 타이밍이 적절하게 형성됐다. 결국 2016년 이후 10년 만에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뛰는, 왕조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최형우의 모습을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보상금 포함 최대 41억원. 왕조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재결합, 그리고 낭만의 값어치로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최형우는 구단을 통해 “설레고, 다시 돌아온다는 생각에 너무 기쁘다. 싱숭생숭했는데 오늘부터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기분이다”라며 “너무 오랜만에 왔는데, 떨리기도 하다. 감정이 오묘한데 대구를 가게 되면 재미있을 것 같고, 팬 분들도 많이 사랑해주실 것 같다. 정말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다”고 삼성 복귀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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