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44)의 이름은 시간이 흘러도 프리미어리그의 한 장면에 분명히 남아 있다. 기록보다 역할, 스포트라이트보다 균형이었다. 그 가치는 외부의 평가와 동료의 증언을 통해 다시 확인됐다.
영국 '기브 미 스포츠'는 최근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고의 미드필더 30인을 선정했다. 박지성은 이 명단에서 22위에 자리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매체는 득점과 도움, 트로피, 기대치, 소속 팀의 수준, 커리어 지속성 등 여섯 가지 기준을 토대로 순위를 매겼다고 설명했다.
기브 미 스포츠는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을 두고 "성실함과 전술적 규율, 헌신이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화려함이나 개인 기술로 주목받는 유형은 아니었지만, 지치지 않는 활동량과 영리한 움직임, 결정적인 순간의 득점으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팬들의 신뢰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12/25/202512250854778857_694c7f6351f3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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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다재다능함이 강조됐다. 박지성은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기용됐고, 상대 핵심 자원을 전담 마크하는 역할을 자주 맡았다. 매체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한 큰 경기에서 박지성의 가치는 더욱 분명해졌다"라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았을 뿐,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4회 우승을 포함한 성공에 그의 공헌은 작지 않았다는 평가다.
순위표를 놓고 보면 박지성의 위치는 더 또렷해진다. 그는 루카 모드리치, 미켈 아르테타, 가레스 배리, 네마냐 마티치, 메수트 외질, 사비 알론소, 일카이 귄도안 등 이름값이 확실한 미드필더들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스타성'이 아닌 '기여도'로 매겨진 순위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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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평가는 동료의 기억과도 맞닿아 있다. 리오 퍼디난드는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채널을 통해 박지성과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그는 "요즘은 손흥민의 시대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도 "나에게 가장 큰 존재는 여전히 박지성"이라고 말했다.
퍼디난드는 박지성의 영향력이 경기장 밖에서도 대단했음을 회상했다. 한국 방문 당시 광고와 팬들의 반응을 언급하며 "그는 한국에서 데이비드 베컴 같은 존재였다"라고 표현했다.
이어 "맨유 팬들은 항상 박지성이 최고라고 말했다.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였다"라고 덧붙였다. 눈에 띄는 스타는 아니었지만, 팀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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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과 퍼디난드는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맨유에서 함께 뛰며 구단의 전성기를 통과했다.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를 오가던 그 시절, 박지성은 언제나 조용히 자신의 몫을 수행했다. 퍼디난드는 "외부에서는 박지성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지 않았지만, 우리 팬들만큼은 그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지금은 손흥민이 또 다른 방식으로 한국 축구의 밤을 책임지고 있다. 폭발적인 득점력과 속도로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그 이전, 유럽 무대에서 한국 선수의 기준을 처음으로 끌어올린 이름은 박지성이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미드필더 30인 명단과 동료의 증언은 같은 지점을 가리킨다.
박지성은 기록 이상의 선수였다. 그리고 그 평가는 시간이 지나도 조금씩 증명되고 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