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8% 앞에 무너진 자존심” 중국의 자문… ‘안세영을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있는가’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5.12.26 00: 59

안세영(23·삼성생명)을 막을 수 있는 선수는 과연 존재할까. 중국 배드민턴계가 더 이상 외면하지 못한 질문이다.
중국 포털 ‘QQ’는 24일 안세영의 2025시즌을 집중 조명하며 “단일 시즌 최고 승률을 새로 쓴 안세영의 지배력은 어느 수준인가”라면서 “중국 선수 중 과연 그에게 승부를 걸 수 있는 인물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세계 최강을 자부해온 중국 배드민턴이 스스로 던진 자문이었다.

숫자는 냉정했다. 안세영은 올 시즌 77경기에 출전해 73승을 거뒀다. 승률 94.8%. 남자 단식의 전설 린단과 리총웨이가 전성기 시절 기록했던 92%대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제 패배는 예외가 됐고, 안세영이 졌다는 사실 자체가 뉴스가 되는 흐름이 됐다.
중국 선수들 역시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2025 월드투어 파이널 결승에서 안세영과 맞붙은 왕즈이는 올 시즌 단 한 번도 웃지 못했다. 8차례 맞대결에서 전패. 결과는 격차를 숨기지 않았다. 경기 내용 역시 ‘접전’보다는 ‘완패’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럼에도 중국 매체는 완전한 체념 대신 ‘가능성’을 찾았다. 그 중심에 놓인 이름이 천위페이다. 매체는 천위페이를 두고 “어둠 속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불빛”이라고 표현했다. 안세영이 올 시즌 허용한 네 번의 패배 중 절반을 천위페이가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천위페이는 싱가포르오픈 8강에서 안세영의 27연승과 시즌 무패 행진을 멈춰 세웠고, 세계선수권에서도 한 차례 승리를 거뒀다. 그는 당시 “이기겠다는 집착보다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코트에 섰다”라고 말하며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중국 언론이 이 발언을 의미 있게 해석한 이유다.
통산 전적도 팽팽하다. 안세영과 천위페이는 15승 15패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중국이 ‘대항마’라는 단어를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배경이다. 다만 이는 구조적인 해법이라기보다 희망에 가까운 기대라는 시선도 공존한다.
중국 매체는 안세영이 이미 ‘유망주’의 단계를 지나 절대적인 존재로 넘어섰다는 점을 분명히 인정했다. 이제 질문은 달라졌다. 린단처럼 오랜 시간 정상에 머무를 수 있느냐, 혹은 부상과 체력이라는 변수가 발목을 잡느냐다. 안세영 역시 과거 무릎 부상으로 커리어의 끝을 고민했던 경험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이 제시한 답은 천위페이였다. 그러나 하나의 이름에 기대는 구조는 불안정하다. 중국 배드민턴이 진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안세영이라는 벽을 기준으로 세대 교체와 전술적 변화까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현실을 인정한 중국의 질문은, 그 자체로 안세영의 현재 위상을 증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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