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성우계의 큰 별이 졌다. 원로 성우 송도순이 별세했다. 향년 77세.
1일 유족 측에 따르면 송도순은 지난 12월 31일 오후 10시께 서울 건국대병원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1949년생인 송도순은 1967년 TBC 성우극회 3기로 입사하며 마이크 앞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1980년 언론통폐합을 거쳐 KBS 9기 성우로 활동하며 라디오와 TV를 넘나드는 전방위 방송인으로 활약했다. ‘싱글벙글쇼’, ‘저녁의 희망가요’, ‘명랑콩트’ 등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사랑받았고, 드라마 ‘산다는 것은’, ‘사랑하니까’, ‘달수 시리즈’, ‘간이역’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송도순을 대중의 기억 속에 각인시킨 작품은 MBC판 '톰과 제리'였다. 원작에는 없던 해설을 더빙 과정에서 추가해 상황을 설명하는 방식은 파격이었고, 특유의 독특한 목소리 톤은 ‘톰과 제리 하면 송도순’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이 해설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으며 한국형 더빙의 대표 사례로 남았다. 고인은 2021년 실사 영화 ‘톰과 제리’에서도 내레이션을 맡아 반가움을 더했다.

또한 '패트와 매트',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 등 다수 애니메이션 더빙에 참여하며 ‘믿고 듣는 성우’로 자리매김했다. TBS 개국 이후에는 성우 배한성과 함께 ‘함께 가는 저녁길’을 진행, 명쾌한 화법으로 ‘똑소리 아줌마’라는 애칭을 얻었다. 이후 ‘세바퀴’, ‘공감토크쇼 놀러와’ 등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친근한 얼굴을 비쳤다.
방송 외적으로도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2015년 한국관광 명예홍보대사를 맡았으며, 배한성·양지운과 함께 스페셜스피치아카데미(SSA)를 설립해 후배 양성에 힘썼다. 공로를 인정받아 1975년 대한민국 방송대상 라디오부문 대상, 2020년 대중문화예술상 보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아들 배우 박준혁은 '폭풍의 여자', '나도 여자야', '조선생존기', '닥터로이어' 등의 작품에서 활약했다.

2013년 방송된 JTBC ‘대한민국 교육위원회’에서는 송도순이 친정엄마가 돌아가신 후에야 딸에게 지극하셨던 생전 모습을 알 수 있었다고 고백해 눈물바다를 만들기도.
당시 방송에서 송도순은 “친정엄마가 돌아가신 뒤 짐 정리를 했는데, 이상하게 어머니 짐이 하나도 없었다"라며 "왜 물건이 없는지 의아했는데 일하는 분이 말씀하시기를 '나 죽으면 우리 도순이가 물건을 치우며 얼마나 울겠냐'며 어머니 정신이 멀쩡할 때마다 하나하나씩 치우셨다”고 사연을 밝혔다. 송도순의 이 같은 말에 스튜디오는 눈물바다가 됐던 바다.
2011년 방송된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에서는 "9년간 반신불수가 되신 시아버님을 모셨다"며 가슴에 묻어둔 사연을 밝혀 먹먹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3호실에 마련됐으며 1일 오전 10시부터 조문이 가능하다. 발인은 3일 오전 6시 20분 엄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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