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에 도박장으로 향하는 프로선수를 그 누가 막으랴. 그러나 롯데 자이언츠의 철퇴는 사고뭉치 4인방이 아닌 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프런트 고위층으로 향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도박 4인방의 자체 징계 결과는 의외 그 자체였다. KBO 상벌위원회의 중징계 철퇴와 함께 롯데 또한 엄중 대처를 예고했으나 4명의 추가 징계는 없었다. 대신 이들의 일탈을 막지 못한 프런트의 총책임자들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롯데는 27일 일본 미야자키 현장에서 "먼저 선수단의 일탈로 인해 실망하셨을 팬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며 "지난 23일 KBO 상벌위원회 결과 김동혁 선수는 50경기 출장 정지, 고승민, 나승엽, 김세민 선수는 3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KBO 상벌위원회 결과를 구단은 존중하며 이를 충실히 이행할 예정입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롯데는 대신 선수 관리의 책임을 물어 프런트 수장들에 중징계 철퇴를 내렸다. 롯데는 "선수들의 개인 일탈에 의해 발생한 사안이지만, 구단도 전지훈련지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 단장에게 중징계 조치와 함께 담당 프런트 매니저들에게도 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강훈 대표이사, 박준혁 단장의 구체적인 징계 수위는 비공개 원칙을 세웠다.
지난 13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만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인 롯데 소속 선수들이 PC 게임장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추정되는 CCTV 영상이 올라와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롯데 구단은 즉각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섰고, 불운하게도 불법 도박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다.
이들이 도박장을 찾은 시각은 자정을 훌쩍 넘긴 새벽 2시 경. 이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구단에 책임을 물 수도 있겠으나 숙소 출입구에 경비원을 배치하지 않는 이상 성인의 자유행위를 막기란 쉽지 않다. 이들은 프로선수이자 개인사업자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롯데는 지난해 품위 손상 행위 근절을 위해 수차례 검사 출신 변호사를 초빙해 철저한 사전 교육을 실시했다.

그런데 왜 사고를 친 선수가 아닌 사장과 단장이 독박을 쓰게 된 걸까. 지난 26일 미야자키에서 만난 박준혁 단장은 “KBO 징계 발표 이후 자체 징계 수위와 관련해 다방면으로 검토를 진행했다.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 사례도 직접 살펴봤다. 선수들이 잘못을 한 건 맞지만, 관리자의 책임도 크다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일탈을 저지른 선수가 아닌 그 선수를 관리하지 못한 구단 고위 수뇌부에게 더 큰 책임을 물은 것이다. 아울러 KBO의 이중징계 금지 권고도 징계 수위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사태 초기만 해도 이들의 방출, 임의탈퇴가 거론되는 등 롯데가 자체적으로 중징계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하필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가온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키다리아저씨로 밝혀진 날 도박파문이 터지며 그룹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졌고, 그룹 차원에서 이들을 향한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롯데 구단 또한 엄중 대처를 예고했다.
그런데 팩트가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롯데의 이중징계가 꼭 필요하냐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일단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고승민의 성추행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말이 해외 원정도박이지, 과거 해외 원정도박으로 물의를 일으켜 징계를 받은 선수들에 비하면 규모가 미미했다. 롯데 프런트 수뇌부는 감정이 아닌 최대한 이성적으로 사태를 바라보며 선수들에게 자체징계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구단은 자체 징계 결과 발표와 함께 재발 방지도 약속했다. 롯데 관계자는 “팬분들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 재정비를 통해 재발을 방지하겠습니다. 선수단 운영을 포함해 컴플라이언스 교육 등 모든 부문에서 미흡한 점이 없었는지 돌아보고 부족했던 부분을 강화하겠습니다”라며 “2026시즌 팬분들께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불법도박 4인방은 14일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대만에서 귀국해 현재 근신 처분을 받고 자숙 중이다. KBO가 총 3회에 걸쳐 해당 장소에 방문한 김동혁에게 50경기 출장 정지, 1회 방문이 확인된 나머지 3명에게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부과하면서 최소 5월은 돼야 그라운드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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