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가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에게 모든 걸 걸었다. 5년 장기 계약과 파격 대우뿐만 아니라 전권까지 맡기는 결단을 내렸다.
글로벌 매체 '골닷컴'은 2일(이하 한국시간) "데 제르비는 강등 후보인 토트넘에서 과거 알렉스 퍼거슨 경이 받았던 것과 똑같이 단순한 감독 이상의 전권을 맡게 될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토트넘 홋스퍼는 강등을 피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데 제르비를 선임했다. 이는 구단 운영 전반에 걸친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는 조치"라며 "데 제르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경처럼 구단 운영에 대한 전권을 부여받았다. 토트넘은 그에게 구단을 완전히 재건할 수 있는 막중한 책임을 맡기려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탈리아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에 따르면 토트넘은 데 제르비 감독에게 2031년까지 유효한 계약을 제시하며 전례 없는 권한을 부여했다. 현대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스포츠 디렉터가 구단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토트넘은 데 제르비 감독에게 훈련장뿐 아니라 보통의 감독을 넘어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약속했다.

토트넘은 지난 1일 빠르게 데 제르비 감독을 공식 선임하며 사령탑 공백을 최소화했다. 올 시즌 3번째 지도자다. 개막 전 야심 차게 데려왔던 토마스 프랭크 감독은 성적 부진 끝에 지난 2월 경질됐고, 소방수로 나선 이고르 투도르 감독도 프리미어리그 1무 4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팀을 떠났다.
어느덧 리그 13경기째 승리가 없는 토트넘. 순위표에서도 17위까지 추락하며 강등 위기에 직면했다. 18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격차는 단 1점에 불과하기에 당장 다음 라운드 결과에 따라 강등권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제 토트넘은 데 제르비 감독에게 희망을 걸기로 했다. 요한 랑게 디렉터는 "데 제르비는 올여름 우리의 최우선 타깃이었으며, 지금 이 시점에 그를 데려오게 되어 매우 기쁘다. 그는 세계 축구계에서 아주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감독 중 한 명이다.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해 최고 수준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환영했다.
데 제르비 감독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세 번째로 높은 연봉을 받을 예정이다. 5년 계약에 서명한 그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명망 있는 클럽 중 하나인 이 훌륭한 구단에 합류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모든 대화에서 미래에 대한 야망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라며 "난 그 야망을 믿기 때문에 이곳에 왔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고자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라고 밝혔다.

사실 데 제르비 감독은 지금 당장 토트넘 지휘봉을 잡진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는 이번 시즌이 끝나고 프리미어리그 잔류 여부가 결정된 뒤 부임하길 원했지만, 토트넘의 적극적인 제안에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 보드진이 '퍼거슨 경급' 권한을 약속한 점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이제 데 제르비 감독은 계약 조건에 따라 선수단 구성 및 영입을 포함한 모든 축구 관련 결정의 중심 인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전적인 감독 모델로 회귀하는 셈. 토트넘을 거쳐간 주제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 등 대형 감독들도 '코치'에 불과했으나 데 제르비 감독은 더 강력한 '매니저' 역할을 맡게 됐다.
골닷컴은 "이는 펩 과르디올라나 미켈 아르테타와 같은 우승 경력이 많은 감독들조차 엄격한 경영진의 틀 안에서 운영되는 현대 축구에서 점점 보기 드문 구조다. 데 제르비는 처음엔 토트넘 중도 부임에 주저했다고 한다. 그러나 구단 경영진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 그의 비전에 전적으로 동조하며 완전한 감독 자율권을 부여하기로 합의했다"라고 전했다.
물론 갈 길은 멀다. 2026년 들어 1승도 없는 프리미어리그 팀은 토트넘이 유일하다. 매체는 "원대한 계획에도 불구하고 데 제르비는 암울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그는 당장 순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위대한 업적'을 달성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트넘은 그에게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팀의 미래를 하나의 철학에 걸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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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토트넘, 스카이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