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책임은 수장에게 향했다. 세 차례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이탈리아 축구가 다시 한 번 ‘리셋’ 버튼을 눌렀다.
가브리엘레 그라비나 이탈리아축구협회(FIGC) 회장이 2일(한국시간) 사임했다. 협회는 “그라비나 회장이 2025년 2월 부여받은 임무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으며, 오는 6월 22일 로마에서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 선거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맹 규정을 준수한 절차이며, 다음 시즌 프로 대회 운영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결정은 내부 합의를 거쳐 이뤄졌다. 로마 FIGC 본부에서 열린 회의에는 세리에A, B, C는 물론 아마추어 리그, 선수협회, 지도자협회 등 주요 구성 단체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탈리아 축구 전체가 한 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수장의 교체가 공식화됐다. 그라비나 회장은 직접 사임 의사를 밝히며 “구성원들의 지지와 연대에 감사하다”고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표면적으로는 개인의 결단이다. 그러나 실상은 최근 이어진 이탈리아 축구 실패의 책임에 가깝다. 이탈리아 대표팀은 최근 유럽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패하며 2026 북중미 월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2018년, 2022년에 이어 세 대회 연속 탈락이다. 전통적인 강호라는 이름이 무색한 기록이다.

문제는 반복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탈락 당시에도 회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당시 카를로 타베키오 회장이 사임하며 개혁 필요성이 강조됐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같은 흐름이 반복됐다. 결과만 달라졌을 뿐, 구조는 그대로였다.
현지에서도 위기의 본질을 명확히 짚고 있다. 이탈리아 ‘일 돌로미티’는 “이제는 시스템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소년 육성, 리그 경쟁력, 대표팀 운영까지 전반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단순한 감독 교체나 단기 처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과제다. FIGC는 차기 회장 선출 전까지 기존 집행부가 과도기 체제를 유지하며 연맹 운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6월 22일 선거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면 본격적인 개편 작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