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았으면 불만이 먼저 나왔을 법하다. 하지만 지금의 김민재는 달랐다. 출전 시간이 줄어든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시 정의했다.
바이에른&저머니는 21일(한국시간 "김민재는 긴 시간 경기에 나서지 못한 상황이 처음엔 쉽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지나며 긍정적인 면을 깨달았다'라면서 '이제는 도전자의 역할에 만족한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꾸준한 출전만이 정답이라고 믿던 선수가 경쟁과 대기 역시 팀을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고 평가했다.
김민재는 뛰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흔들리는 대신, 자신의 위치를 냉정하게 재해석했다. 더 인상적인 건 말의 방향이다. 김민재는 자신의 어려움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바이에른의 축구가 스피드와 강한 피지컬을 요구한다는 점을 짚으면서, 그런 팀 안에서 자신이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했다. 개인의 아쉬움보다 팀의 구조를 앞에 둔 시선이다.


시기상으로도 이 발언은 더 의미가 크다. 바이에른은 20일 슈투트가르트를 4-2로 꺾고 2025-2026시즌 분데스리가 우승을 확정했다. 승점 79가 된 바이에른은 남은 4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정상에 올랐고, 구단 통산 35번째 리그 우승을 챙겼다.
김민재에게도 값진 트로피다. 지난해에 이어 분데스리가 2연패이자, 유럽 무대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우승 이력을 덧칠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김민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우승 직후 그는 “우승은 언제나 좋지만, DFB 포칼과 챔피언스리그라는 목표가 아직 남아 있다. 축하보다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만족보다 다음 과제를 먼저 입에 올렸다. 우승 세리머니보다 일정표를 먼저 보는 시선, 바로 그게 지금 김민재의 변화다. 들뜨기보다 누르는 법을 알게 된 것이다.
실제로 바이에른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바이에른은 22일 레버쿠젠과 DFB 포칼 준결승을 치르고,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파리 생제르맹과 4강에서 맞붙는다. 1차전은 28일 파리 원정, 2차전은 5월 6일 뮌헨 홈경기로 예정돼 있다. 리그 우승을 이미 손에 넣은 상황에서 이제 시선은 자연스럽게 ‘트레블’로 향한다.
김민재의 말이 단순한 모범 답안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이에른은 실제로 세 개 대회를 모두 노릴 수 있는 자리에 서 있다. 김민재에게 이번 시즌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주전으로 모든 시간을 장악하던 흐름에서 한 발 물러서는 순간도 있었다.
그만큼 외부의 시선은 더 날카로워졌고, 입지에 대한 해석도 많아졌다. 하지만 김민재는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왜 내가 뛰지 못하느냐”가 아니라 “이 상황에서도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택했다. 경쟁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태도, 팀의 우승을 자기 서사의 중심에 두는 자세, 그리고 다음 목표를 향해 바로 시선을 돌리는 절제로 월클의 자격을 증명한 것이다.

결국 바이에른이 원하는 것도 이런 선수다. 실력만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 흔들리는 구간에서도 팀의 리듬을 해치지 않는 선수다. 김민재는 지금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승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선수, 벤치에 있어도 자신을 잃지 않는 선수, 그리고 다시 기회가 왔을 때 준비된 모습으로 증명하려는 선수 말이다.
성숙한 김민재는 그렇게 트로피 하나에 취하지 않고, 더 큰 그림을 바라보고 있다. 분데스리가 정상에 선 바이에른의 다음 목표가 트레블이라면, 그 도전의 한가운데에도 김민재라는 이름은 분명 남아 있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