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탁이가 잘 하고 있으니까…”
KIA 타이거즈 정해영(25)은 2020년 입단 이후 아직 7년차 선수에 불과하지만, 해태부터 이어지는 타이거즈 역사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레전드’ 선동열의 타이거즈 최다 세이브(132세이브)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아울러 2022년 타이거즈 최초 2년 연속 30세이브, 2023년 타이거즈 최초 3년 연속 20세이브, 그리고 리그 최연소 100세이브 등 타이거즈 투수 역사를 관통하는 굵직한 기록들을 세웠다.
현재는 통산 149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통산 150세이브에 단 1개를 남겨두고 있다. 만약 150세이브를 달성하게 되면 ‘돌부처’ 오승환의 최연소 150세이브(26세 9개월 20일) 기록까지 갈아치운다.


하지만 당장 정해영의 보직은 마무리 투수가 아니다. 시즌 초반 구위 저하로 부침을 겪었고 2군에 다녀오기도 했다. 4월 11일 말소 이후 11일 동안 2군에 머물렀다. 자존심을 구겨야 했다. 22일 1군에 복귀한 정해영은 복귀 이후 4경기 5이닝 4피안타 무4사구 6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9일 창원 NC전은 정해영의 헌신을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이날 정해영은 4-4 동점이 된 8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데이비슨을 상대로 패스트볼 2개를 던져 우익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이우성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신재인을 3루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1루 대주자 박시원의 본헤드 플레이가 나오면서 더블아웃으로 이닝을 정리했다.
9회말에도 올라와 멀티이닝을 책임졌다. 선두타자 김형준과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고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1사 후 천재환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최정원과 김주원을 연속 삼진으로 솎아내고 2이닝을 완벽하게 마무리 지었다. 김주원 타석 때 폭투가 나와 2사 2루 끝내기 위기가 됐지만 결국 막아냈다.
정해영의 2이닝 역투에 타선은 10회초 곧바로 응답했다. 10회초 박재현의 결승 적시 2루타, 김호령의 쐐기 3점포, 김도영의 확인사살 솔로포가 터졌다. KIA는 9-4로 역전승을 거뒀고 정해영은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멀티이닝은 2025년 6월 8일 광주 한화전 이후 약 1년여 만이었다.

경기 후 정해영은 “오랜만에 멀티이닝 투구를 했는데 체력적으로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고 전했하면서 “9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폭투가 나오면서 끝내기 상황이 됐는데, 한준수 선배의 리드대로 무조건 낮게 던지려고 했다. 볼카운트도 유리한 상황이었고, 1루도 비어 있었기 때문에 변화구 승부를 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2군에서는 구위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마음의 정리도 함께 이뤄졌다. 정해영은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밸런스를 잡기 위한 하체 중심 이동 훈련을 많이 했다”라면서 “진갑용 감독님과 코치님들 덕분에 심리적으로도 편한 상태에서 훈련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현재 마무리 보직은 성영탁에게 넘겨줬다. 복귀 이후 호투를 이어가고 있지만 성영탁이 마무리 보직이 천직인듯, 잘 적응해나가고 있다. 12경기 3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0.60(15이닝 1자책점), 16탈삼진 1볼넷의 경이적인 기록을 작성 중이다.
타이거즈의 마무리 역사를 쓰고 있는 정해영이지만, 당장 자존심과 욕심은 모두 버렸다. 그는 “현재 (성)영탁이가 마무리를 정말 잘 하고 있어서 마무리 보직에 대한 욕심을 부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보직은 감독님이 결정하시는 만큼 나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조하면서 팀 퍼스트를 외치며 반등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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