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나눔이 진짜 나눔이라는 말이 있다. 양석환이 극심한 타격 부진 속에서도 후배를 살뜰히 챙긴 미담이 공개돼 화제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내야수 안재석은 지난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5차전에 7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득점 맹활약하며 팀의 4-0 완승을 이끌었다.
첫 타석은 행운이 따랐다. 0-0이던 3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안재석은 삼성 선발 잭 오러클린의 149km 직구를 제대로 맞히지 못했는데 빗맞은 타구가 좌익수와 유격수 사이 애매한 지역에 떨어지며 2루타가 됐다. 11일 수원 KT 위즈전 이후 18일 만에 나온 안타이자 4일 잠실 한화 이글전 이후 25일 만에 나온 장타였다.


홈런은 세 번째 타석에서 나왔다. 3-0으로 앞선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승부의 쐐기를 박는 솔로홈런을 터트린 것. 바뀐 투수 배찬승의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안재석은 2구째 바깥쪽 슬라이더(139km)를 받아쳐 비거리 125m 우중월 홈런으로 연결했다. 2일 대구 삼성전 이후 27일 만에 시즌 두 번째 홈런을 신고했다.
경기 후 만난 안재석은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이전에는 멘털이 많이 흔들렸는데 그런 부분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며 후련한 미소를 지었다.
두산의 새 주전 3루수로 낙점된 안재석은 시즌 14경기 타율 2할1푼6리 1홈런 7타점을 남기고 지난 16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김원형 감독은 당시 “(안)재석이가 자기 스윙을 못해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안재석은 스트레스로 체중이 3kg 빠지기도 했으나 6경기 타율 5할4푼5리 1홈런 2타점으로 퓨처스리그를 폭격하며 다시 사령탑의 부름을 받았고, 콜업 첫날 영웅이 됐다.

2군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냐는 질문에 안재석은 “그냥 하자는 마음을 먹었다. 운동을 다한 뒤 더했고, 혼자 천천히 가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나 또한 이대로는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러면 안 될 거 같아서 스스로 느낌을 바꾸려고 했더니 지금은 어느 정도 느낌이 잡혔다”라고 되돌아봤다.
퓨처스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조언도 부진 탈출에 큰 도움이 됐다. 안재석은 “내가 기회를 먼저 받고 계속 경기에 나갔는데 나도 모르게 한순간에 무너졌다. 심리적으로 쫓겼다”라며 “2군에서 코치님들과 형들, 후배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조경택 코치님의 ‘10번 중 3번 치면 되는 건데 왜 한 번에 쫓기냐. 한 번 못 치면 다음에 치면 된다’라는 조언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안재석은 이날 수비에서도 여러 차례 호수비를 펼치며 주전 3루수의 귀환을 알렸다. SNS 상에 ‘안재석 호수비 모음’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화제가 될 정도로 수비가 화려했다.
안재석은 “계속 즐겁게 하자고 혼잣말을 하면서 나 자신을 세뇌시켰다. 즐겁게 하니까 호수비 이후 세리머니도 절로 나왔다”라며 “그래도 아직 3루 수비는 어렵다. 앞으로 펑고를 더 많이 받아서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호수비 이후 자신의 글러브를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본 이유도 들을 수 있었다. 안재석은 “솔직히 잡을 줄 몰랐다. 그냥 타구에 갔다댔는데 공이 들어갔다. 애매한 타구들이 계속 잡히니까 나도 신기했다. ‘어? 내가 수비를 좀 잘하네?’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정말 짜릿했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안재석은 인터뷰를 마친 뒤 갑자기 다급하게 취재진을 불렀다. “인터뷰 때 못한 말이 있는데…”라고 운을 뗀 그는 “양석환 선배님이 880g 방망이를 선물해주셨다. 그리고 오늘 그 방망이로 홈런을 쳤다. 이 자리를 통해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라고 진심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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