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람 맞아?". 최근 ENA 효자로 등극한 '허수아비'에서 배우 정문성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불렸던 이춘재 사건을 모티브 삼아 극과 극을 오가는 연쇄살인마 연기로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최근 방송 중인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극본 이지현, 연출 박준우)가 "ENA 효자"로 불리고 있다. 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자체 최고 시철률 7.4%까지 치솟으며 ENA 개국 초기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돌풍을 재현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기 때문. 그 중심에는 극적인 반전으로 시청자들을 소름돋게 만든 배우 정문성이 있다.
'허수아비'는 대중에게 익히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알려졌던 '이춘재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이다. '이춘재 사건'은 이춘재가 진나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반경 3km 이내에서 무려 10여 차례에 걸쳐 저지른 성폭행 결합 연쇄살인 사건이다.

수사 당시 경찰이 진범을 잡지 못해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불렸던 이 사건은 무수한 피해자를 낳은 극악 범죄의 연쇄살인 사건으로 전국민을 떨게 만들었다. 특히 수사 종료 이후에도 범인을 잡지 못한 미제사건이라는 점에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KBS '추적 60분', MBC 'PD수첩' 등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 단골 소재로 등장했으며,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8월 9일, DNA 대조 끝에 유력 용의자가 이춘재로 특정됐고, 같은 해 9월 24일 조사에서 이춘재가 30여 년 만에 자신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 진범임을 자백하며 미제 사건에서 벗어났다. '허수아비'는 오랜 시간 사건을 추적하던 형사 강태주(박해수 분)가 뒤늦게 잡힌 진범과의 만남에서 사건 당시부터 회상하는 구조로 시청자들을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미제사건에 떨던 전국으로 끌어당긴다.
마침내 밝혀진 진범 이춘재처럼, '허수아비'에서도 강태주는 백발이 성성한 교수가 된 뒤에나마 진범을 마주하게 됐다. 심지어 극 중 진범의 좀재는 강태주의 고향 친구인 이기환(정문성 분)으로 드러나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이기환은 극 초반 고향 강성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조용한 성품의 인물로 묘사된다. 그러나 연쇄살인 사건으로 고향이 들썩이고, 심지어 동생 이기범(송건희 분)이 유력 용의자로 지목되자 사건의 중심에 얽힌다. 이기범이 검사 차시영(이희준 분) 주도로 유력 용의자로 특정되며 모진 고문 끝에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나는 바. 이기환은 묵묵히 자신이 삶을 살다가 시대의 야만에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잃은 소시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실상은 이기환이 진범이었다. 심지어 동생 이기범은 형의 범행 가능성을 알고 고문에서 풀려나 집으로 돌아가던 길, 형에게 약혼자이자 강태주의 동생인 강순영(서지혜 분)을 언급하며 "형, 순영이는 안 돼"라며 한서린 외마디를 남긴 채 사망했다. 그런 동생의 당부에도 이기환의 자백은 없었다. 오히려 그는 시간이 흘러 노회한 죄수가 돼 수의를 입고 고향 친구 강태주의 앞에서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이중인격 같은 연쇄살인마의 극과 극 면모를 보여줬다.
정문성 특유의 부드럽고 안정적인 말투나 상대를 배려하는 듯한 따뜻한 눈빛은 이기환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며 그를 진범으로 유추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연쇄살인범 '이용우'가 된 그는 광기 어린 눈빛으로 서늘한 긴자감을 자아냈다. 어딘가 모르게 들뜬 듯 불안감을 자아낸 모습은 소름마저 자아내기도.
같은 얼굴, 같은 목소리이지만 전혀 다른 인물인 상황. 정문성의 탈을 쓴 이기환과 이용우가 "같은 사람 맞아?"라는 놀라움을 자연스럽게 상기시킨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회 사건을 극적인 변화로 긴장감 있게 풀어낸 정문성이 열연이 '허수아비'의 매력을 더한 모양새다. 가장 인간적이지만 동시에 처절하게 신뢰를 깨부순 연쇄살인마, 정문성이 '허수아비'에서 보여준 극적인 열연과 서사가 이 드라마의 남은 이야기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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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N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