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감독의 추락은 빨랐다. 리버풀에서 경질된 아르네 슬롯 감독이 곧바로 AC 밀란 차기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안필드에서의 끝은 씁쓸했지만, 시장에서 그의 이름값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리버풀은 30일(한국시간) 슬롯 감독과 결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슬롯 감독은 위르겐 클롭 감독의 뒤를 이어 2024년 리버풀 지휘봉을 잡았다. 부임 첫 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끌며 클롭 이후 시대를 성공적으로 여는 듯했다. 리버풀의 통산 20번째 리그 우승이라는 상징성도 컸다.
하지만 두 번째 시즌은 달랐다. 리버풀은 리그 5위에 그치며 디펜딩 챔피언의 위상을 지키지 못했다. 컵대회와 유럽 무대에서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시즌 막판까지 슬롯 감독은 계속 팀을 이끌고 싶다는 뜻을 보였지만, 구단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리버풀은 경질 발표에서 슬롯 감독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승을 안긴 감독이라도 리버풀이라는 구단의 기준은 높았다.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했다고 해도, 경기력의 하락과 팬들의 불만을 덮기에는 부족했다.

흥미로운 건 슬롯 감독의 다음 행선지다. 유럽 이적시장 관련 보도에 따르면 AC 밀란이 슬롯 감독을 새 감독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 밀란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유럽 무대에서 기대만큼의 흐름을 만들지 못했다. 팀 분위기를 바꾸고 다시 경쟁력을 끌어올릴 감독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슬롯 감독에게도 밀란은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리버풀에서 경질된 감독이라는 꼬리표는 부담이지만,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험은 분명한 이력이다. 짧은 시간에 팀 구조를 만들고, 압박과 전환을 기반으로 결과를 냈던 첫 시즌의 기억도 남아 있다. 실패한 두 번째 시즌만으로 그의 전술적 역량을 모두 지우기는 어렵다.
다만 밀란행이 성사되더라도 과제는 만만치 않다. 세리에A는 프리미어리그와 다른 리듬을 가진 리그다. 전술적 밀도가 높고, 감독의 세부 조정 능력이 곧바로 결과에 반영된다. 밀란처럼 기대치가 높은 클럽에서는 초반부터 성적과 경기 내용을 동시에 요구받는다.
리버풀은 이미 후임 인선에 들어갔다. 안도니 이라올라 감독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리버풀은 다시 전방 압박과 빠른 공격 전환을 회복하려 한다. 이는 슬롯 감독의 실패가 단순한 성적 문제가 아니라 팀 정체성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슬롯 감독은 우승 트로피와 경질 통보를 모두 경험한 채 리버풀을 떠났다. 감독 시장은 냉정하다. 실패한 감독도 이력과 철학이 있으면 다시 기회를 얻는다. AC 밀란이 그 무대가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슬롯의 이름은 이미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있다.
밀란이 슬롯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밀란은 이름값과 기대치가 모두 큰 클럽이다. 동시에 최근 흐름에서는 확실한 방향성을 다시 세워야 한다. 슬롯이 리버풀 첫 시즌에 보여준 빠른 정비 능력은 밀란이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실패한 감독이 아니라,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겪은 감독으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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