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민과 배준호가 차례로 쓰러지면서 월드컵 직전 대표팀에 부상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프로보의 브리검영대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 평가전에서 5-0으로 승리했다. 손흥민과 조규성이 멀티골을 기록했고 황희찬도 득점했다. 경기 결과만 보면 완벽한 승리였다. 하지만 후반에 나온 부상 장면들이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먼저 쓰러진 건 중앙 수비수 조유민이었다. 조유민은 후반 9분 상대 돌파를 막는 과정에서 오른쪽 발목 부위에 이상을 느꼈다. 의료진이 그라운드로 들어가 상태를 확인했고, 조유민은 더 이상 경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 박진섭과 교체됐고,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도 정상적으로 걷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이어 배준호도 아찔한 장면을 맞았다. 후반 14분 상대의 거친 백태클에 오른 발목 부위를 맞고 쓰러졌다. 배준호는 다시 일어나 경기를 이어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벤치로 물러났다. 월드컵을 앞둔 평가전에서 가장 피해야 할 장면이 한 경기에서 두 번이나 나온 셈이다.
홍명보 감독도 경기 후 조유민의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배준호는 큰 통증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조유민은 검진 결과가 필요하다. 대표팀은 이미 본선 준비 일정에 들어간 상태다. 작은 부상도 회복 기간과 훈련 계획을 흔들 수 있다.

수비진 부상은 특히 예민하다. 월드컵에서는 공격보다 수비 조직이 먼저다. 한국은 멕시코, 체코, 남아공을 상대로 서로 다른 유형의 공격을 막아야 한다. 빠른 측면 전환, 장신 공격수, 세트피스까지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앙 수비 자원의 이탈은 곧바로 플랜 수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배준호도 마찬가지다. 그는 대표팀 공격진에서 변화를 줄 수 있는 카드다. 측면과 2선에서 뛸 수 있고, 좁은 공간에서 방향 전환이 빠르다. 선발이 아니더라도 후반 교체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이런 유형의 선수가 한 장면을 바꿀 수 있다.
트리니다드토바고전은 고지대 적응과 공격진 점검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평가전의 목적은 이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본선에 건강한 전력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상대의 거친 플레이와 그에 따른 부상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도 월드컵 준비의 일부다.
홍명보호는 5골을 넣고도 숙제를 안았다. 대승의 기분은 오래가지 않는다. 조유민과 배준호의 몸 상태가 대표팀의 다음 하루를 결정할 수 있다. 월드컵 직전에는 승리보다 부상이 더 무겁게 남는 경기들이 있다. 이날이 그랬다.
홍명보 감독에게는 선수 보호와 경기 감각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월드컵 직전 평가전은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하지만, 동시에 부상 위험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시기다. 특히 상대가 강한 압박보다 거친 몸싸움으로 버티는 팀이라면 불필요한 충돌을 줄이는 운영도 필요하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