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 아르헨티나-네덜란드(프랑크푸르트, C조)] '죽음의 조'를 싱겁게 만든 두 팀이라 16강전서 만날 상대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지 서로 굳이 승부를 낼 의사가 없어 보인 경기였다. 앞서 열린 D조 경기서 포르투갈이 멕시코를 2-1로 꺾어 포르투갈이 1위, 멕시코가 2위가 되면서 16강전 상대로 확정됐지만 양 팀은 어느 나라와 붙어도 상관없다는 자세였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는 데다 역대 전적서 네덜란드에 일방적으로 뒤져 있어 한 번 욕심을 낼만도 했는데 굳이 전력을 다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오히려 아르헨티나는 자국에서 열린 78년 월드컵 결승서 네덜란드에 3-1로 이겼을 뿐 통산 전적서 1승 2무 4패로 밀리고 있는 점을 의식했는지 안전 운행을 택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최고의 빅매치로 꼽힌 경기였지만 '죽음의 레이스'가 일찌감치 끝난 상태라 양 팀은 선발 멤버 기용서부터 '이기면 좋고 비겨도 만족'이라는 인상을 줬다. 아르헨티나는 '샛별'들인 카를로스 테베스와 리오넬 메시를 선발 기용, 마음껏 뛰게 했고 대신 주전인 에르난 크레스포와 하비에르 사비올라, 가브리엘 에인세, 후안 소린을 쉬게 했다. 또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 들어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아르옌 로벤과 핵심 미드필더인 마르크 반 봄멜을 벤치에 앉혀 두며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물론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갖춘 팀들 답게 경기력이 현저히 떨어지지는 않았으나 아무래도 치열한 맛이 덜했고 그러다보니 눈을 번쩍 뜨게 하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 주전들이 풀가동되는 경기와 그렇지 않은 경기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양 팀 모두 패싱 게임이 이뤄졌고 특히 아르헨티나의 미드필더 후안 리켈메의 경기 운영은 돋보였다. 날카로운 패스와 위협적인 킥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양 팀의 베스트 전력이 가동되지 않고 적극성이 떨어져 싱거운 경기였지만 8강 이후를 내다보는 강팀들로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8강전부터는 우승 후보들끼리의 대결이 이뤄질 수도 있으므로 전력 비축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결승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이번 대회 참가국 중 가장 높고 네덜란드는 그 정도 전력은 안되지만 전통적으로 아르헨티나에 강한 네덜란드로서는 이날 경기를 치러봄으로써 결승서 재격돌하는 것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OSEN 해설위원(김희태포천축구센터장, 전 대우 로얄스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