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귀환-장외룡 영국 연수기] ② 풀햄 FC에서의 행복한 일주일 (상)
OSEN 기자
발행 2008.01.18 13: 34

홀로 힘든 영국 유학 생활을 하면서 나는 축구 하나만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축구가 아니었다면 영국까지 홀로 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영국에 1년간 있는 동안 2007년 9월부터 12월 18일 귀국할 때까지는 2부리그(챔피언십)의 찰튼 애슬레틱에서 연수했으나 그 전에 프리미어리그의 풀햄 FC를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 풀햄은 한국기업 LG가 2007-2008시즌부터 메인 스폰서를 하는 구단으로 나는 LG 지사의 도움으로 풀햄을 체험할 수 있었다. 밖에서만 듣고 보던 EPL팀을 직접 겪어본 나는 첫날부터 모든 것이 부러웠고 120여 년의 역사 속에서 다듬어진 조직의 형태는 상당히 안정감이 있어 보였다. 한국에도 언젠가 도입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필요한 부분은 모두 메모했고 심지어 그림을 그려서까지 담아왔다. 연수 기간은 일주일이었고 그것도 겨우 풀햄 측이 허락했다고 한다. 그들은 다른 나라에서 온 축구 관계자를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그 이상의 기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 팀에서 장기간 연수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 EPL 측 관계자의 설명. 1주일도 최대한 배려한 것이라고 전해 들었다. 하지만 단 1주일이라도 풀햄 곳곳을 돌아보며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난 부지런히 움직였다. ▲ 2007년 8월 20일 풀햄에서 연수가 시작됐다. 첫날은 우선 풀햄 클럽에 대한 유소년 클럽 시스템 설명을 듣는 것부터 출발했다. 그들의 설명은 기초 체력 배양이 중요하다는 데 주안점이 있었다. 먼저 18세팀의 체력훈련 장소에 갔는데 그들은 기본적으로 기초 체력 양성을 위해 프로그램을 짜서 9세부터 정기적으로 소화시킨다고 한다. 타 연령층에도 필요성을 느껴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는데 어릴 때부터 자신의 체력을 스스로 가다듬을 수 있도록 지도함으로써 프로선수가 됐을 때에 미리 대비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18세팀은 수요일에는 학교를 가야 하기 때문에 1주일에 월, 화, 목, 금요일에 4번 교육이 있다.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는 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오후 1시15분부터 1시 45분까지는 축구 이론공부를 한다. 교사는 각각 2명을 고용한다. 이는 나중에 프로선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돕기 위함이다. 한국과 다른 시스템이라 놀라면서도 한국에 도입하면 어떨까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어진 마사지 룸에서 설명은 더욱 놀라웠다. 상주 의사 포함해 15명의 인원이 1군 주전선수부터 아카데미 선수까지 총괄해서 관리한다고 설명해줬다. 가장 특이한 것은 1,2군 가리지 않고 똑같이 관리해 주려는 그들의 프로다운 자세였다. 유소년들은 잉글랜드 축구의 미래이고 뿌리이기 때문에 1군과 똑같은 몸 관리를 받는다는 것. 유소년관리에 대한 소중함을 또 한 번 강조하는 부분이다. 첫날 일정은 가볍게 여러 가지 설명을 듣는 것으로 끝났다. 풀햄 구단의 분위기를 익히는 데 만족해야 했지만 다행히 풀햄에 한국인 여성이 근무하고 있어 궁금한 부분을 거의 전해들을 수 있었다. 고마운 만남이라 생각하며 나에게 행운이 있음에 감사했다. ▲ 2007년 8월 21일 풀햄에서 두 번째 날이 밝았다. 잠시라도 쉴 틈이 없다. 1주일밖에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침부터 바삐 움직여야 했다. 오늘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18세팀 훈련 과정을 관찰하기로 했다. 이들의 훈련은 시작부터 특이했다. 유소년 선수들이 훈련을 시작하면서 머리를 이용해 축구공으로 테니스 네트를 넘기고 있었던 것. 테니스 코트에서 축구공을 이용, 헤딩으로만 상대 코트에 공을 밀어 넣는 것이다. 선수들의 축구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한 방법인 듯 보였다. 자칫 지루하게 시작할 훈련을 색다른 방법으로 출발해 좋아 보였다. 내가 주로 관찰한 풀햄 FC의 클럽 아카데미는 각 연령층의 선수들을 모아 가능성이 점쳐지는 선수들을 육성하는 곳이다. 이들에 대한 관리 체계는 그야말로 하나의 교육기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8세팀의 월요일에서 금요일 스케줄은 다음과 같았고 토요일은 게임을 갖고 일요일은 휴식을 취한다. 훈련의 주안점은 역시 기본 기술을 배우는 데 있었다. 9:00~10:00 수업(학과 공부, 일반 학교 수업과 비슷함) 10:30~12:00 훈련 12:30~13:00 점심 13:15~14:00 축구 이론교육 14:00~16:00 훈련 훈련하는 동안 눈에 띄는 점은 코치들이 선수들에게 볼과 가까울 수 있도록 이끌고 있는 것이었다. 볼을 공격 방향으로 패스할 수 있도록 미리 생각하게 가까이서 지도했으며 이는 아침 훈련 때도 반복되는 부분이다. 공을 마중 나가면서 바로 다음 동작이 이루어지도록 빠른 패스워크를 강조했다. 한 선수가 공을 패스하면 받은 선수는 패스한 선수에게 공을 다시 내주고, 받은 선수는 다시 뛰어가서 이어진 패스를 받는 반복적인 패스 훈련은 실전에서도 빛을 발휘한다. 이와는 다르게 잉글랜드 구단에는 커뮤니티 클럽이란 것도 있다. 지역 밀착의 일환으로 축구를 즐길 수 있게 클럽에서 일반 코치들을 모집해 어린이들을 지도하는 곳으로 아카데미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시스템이다. 하지만 클럽의 한 부분인 것도 사실. 아마 한국에서 '축구 유학'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선전하는 곳도 커뮤니티를 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EPL의 아카데미는 현지 선수들도 들어가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만큼 실력이 받쳐줘야 한다. ▲ 2008년 8월 23일 목요일이 됐다. 수요일에는 규정대로 선수들이 모두 학교에 가서 각자 기초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공부를 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내가 한국의 클럽들과 유소년 지도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고 도입했으면 하는 부분이다. 이날은 풀햄의 치료실부터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들어가자마자 나는 규모에 압도당했고 잘 갖추어진 시설에 또 한 번 놀랐다. 치료실에는 마사지 침대들이 여럿 놓여 있었으며 그 옆에는 상주하는 의사와 상담할 수 있는 방과 선수들이 모여 있을 수 있는 응접실이 붙어있다. 나는 당시 치료실의 구조와 갖추어진 시설들을 잊어 버리지 않기 위해 치료실 구조를 일기장에 꼼꼼이 그려왔다. 인천 유나이티드도 전용구장이 생긴다면 꼭 만들고 싶은 부분이다. 이 곳은 팀이 고용한 의사 한 명과 4명의 물리치료사가 선수를 관리하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중요성을 상당히 인식해 1군 선수들부터 어린 선수들까지 모두 이곳에서 관리해 준다고 한다. 첫날에도 설명을 들은 바 있지만 선수들의 몸 관리를 구단에서는 어릴 때부터 돌봐준다는 것이다. 또한 부상에서 회복될 때까지 최종 판단은 의사와 체력담당코치가 내린다고 했다. 그때까지는 감독도 노 터치!. 철저히 분권화된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매일 아침 의료진과 코칭스태프는 수시로 선수들의 몸 상태에 대한 정보 교환이 오간다고 했다. 부모와의 정보 교환도 더불어 이루어진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삐 움직이다 보니 풀햄에서 연수기간 반이 금방 흘러갔다. 일기장의 여러 장에 빼곡이 그린 그림과 훈련일지가 나의 일상을 말해준다. 처음 히드로 공항에 내리면서 그리고 인천공항에서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 힘쓰겠다'는 나의 다짐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드는 목요일 밤이다. 정리=제원진 기자 7rhdwn@osen.co.kr 장외룡 감독의 메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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