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돌팔이다!-해태 주치의 회고록](15)김종모의 미확인성 열병 소동
OSEN 기자
발행 2008.01.30 09: 32

(13)김종모의 미확인성 열병 소동…상한 음식 골라내기 김응룡 감독이 야구를 빼면 갖고 있는 유일한 재능일 것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식사가 시작되면 유난히 바빠진다. 젓가락으로 이 접시 저 접시를 후비며 음식 맛을 본다. 낯선 이와 식사를 같이하면 뺨 깨나 맞을 법하다. “퉤퉤, 야! 이 시금치 상했어. 모두 치워.” 전문 감별사가 따로 없다. 부상을 당하거나 다른 이유로 아프다는 선수를 유난히 싫어하는 김 감독이 역정까지 내는 것은 음식을 잘못 먹고 탈이 났을 경우다. 선수들의 몸을 자신의 몸처럼 아끼는 김 감독의 ‘애정관리’가 이렇게 철저하다보니, 누구하나 까탈을 부릴 수가 없었다. 한참 잘 나가던 김종모가 식욕을 잃고 고열에다 식은땀으로 고생을 한 적 있다. “어디서 치료를 하냐?” “제 친구가 00종합병원 내과에 근무해서 거기서 치료합니다.” “그 친구하고 친하냐?” “예.” “그렇다면 내게 전화 한번 달라고 해라.” 한참 후 그 내과의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짚어보니 까만 후배였다. “종모가 어떻게 된 거요? 내 생각으로는 심상치 않은데 혹시 장티푸스 검사는 해봤어요?” “죄송합니다. 체계적으로 치료를 하라고 권유했는데도 열이 많이 오르면 찾아와 주사만 맞고 가버리고….” “그래요. 스타들이 어디 고분고분해야 말이죠. 내가 전화해서 입원 시킬테니 확실한 검사를 해보시고 다시 전화해 주십시오.” 역시 ‘의사 장티푸스’였다. 나는 또 갈림길에 섰다. 김 감독에게 ‘주전’이 망가진 것을 어찌 얘기할 것이며, 불같은 성격을 어찌 감당할 것인가. 나아가 매스컴에는 어떻게 알릴 것인가. 김 감독은 의외로 쉽게 통과됐다. 매년 기본검사 후 장티푸스 예방약을 선수들에게 복용시키자는 것으로. 그러나 매스컴이 문제였다. 스타 김종모의 입원 이유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홍윤표 기자의 전화였다. “일간스포츠 홍 기잡니다.” “오랫만이요. 오늘은 또 무슨 일로 이렇게 이른 시간에 전화를…?” “종모 입원했다면서요? 병명이 뭡니까?” “홍 기자, 몸 살 감기라는 것 같은데요…!” “거기까지는 저도 압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종모가 아픈지 너무 오래 된 거 아닙니까? 제게는 솔직히 말씀하시죠.” “어허! 이거 홍 기자에게는 거짓말 못하겠구만…. ‘오프 더 레코드’라면.” “원장님이 그것까지 아세요?” “싫으면 관두고….” “아이구, 싫다뇨. 백번 ‘오프 더 레코드’ 합니다.” 한 번 더 ‘오프 더 레코드’ 다짐을 받고서, 입원상황을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조화인가. 가 아닌 다른 스포츠 전문지에 ‘김종모 유사 장티푸스 입원’이라고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나버린 것이다. 필경 누군가가 나보다 먼저 ‘발고’를 해버린 터였다. 허겁지겁 홍 기자에게 전화를 했다. “홍기자. 괜히 ‘오프 더 레코드’ 운운한 게 됐네. 낙종한 거 아니요?” 그러나 사람 좋은 홍 기자는 너털웃음으로 대수롭지 않다고 넘기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지금은 신문사를 그만두고 인터넷 스포츠, 연예 매체를 운영하고 있는 홍 기자와 여태껏 인연을 끊지 않고 있다. 내겐 상한 음식을 기가 막히게 감별 하는 김 감독이나 부상당한 선수들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못하고 숨겨(?)야 하는 처지에서, 취재 기자들에게 적당히 둘러대야 했던 당시 일들이 주마등처럼 흐른다. 임채준(전 해태 타이거즈 주치의. 현 서남의대 교수) 1987년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김종모 등 해태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제공=한국야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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