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008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 정규 시즌을 2위로 마감한 하이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 해도 연고지 춘천이 아닌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어울림 누리 빙상장에서 4강 플레이오프전을 가졌다. 상대는 시즌 3위의 일본 오지 제지. 5전 3선승제로 치러지는 4강 플레이오프의 1, 2차전을 홈에서 먼저 갖게 된 하이원은 지난 3월1일 1차전에서 5-10으로 완패를 당한 뒤 다음날 2차전에서는 필승을 다짐하며 얼음판 위로 나섰다. 총 좌석 2700석이 구비된 어울림 누리 빙상장은 1차전에 이어 2차전 역시 관중석을 절반 정도 채울 만큼의 입장객이 모였고 차가운 입김과 뜨거운 응원 열기가 동시에 내뿜어졌다. 관중석에는 아이스하키를 업(業)으로 하는 학생 선수들이 단체로 관전하는 장면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하이원 경기는 자주 볼 기회가 없었는데 여기서 하니까 좋아요. 우리 고등부 대회에도 관중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중동고 아이스하키 선수인 변민식(17. 2학년)은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하이원의 공격 핵심인 알렉스 김(29)을 꼽았다. “저는 수비수 인데요. 그래서 하이원의 오쿠보 도모히토를 닮고 싶어요. 안양 한라는 패스로 공격을 치고 나가는데요. 하이원은 개인기 위주예요. 나중에 하이원에 들어가고 싶어요. 검정색 유니폼이 멋지잖아요. 강해 보이고(웃음).” 단지 유니폼 때문이라는 답변이 필자를 잠시 미소 짓게했다. 관중석 한쪽을 차지하고 있던 연세대 선수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4학년에 올라 주장을 맡게 되었다며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던 최낙훈(22)은 “동문 선배들이 하이원에서 많이 뛴다. 선배들이 대학 시절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한다는 걸 느낀다. 항상 자랑스럽고 배우고 싶은 부분”이라며 동문 선배의 이름을 나열했다. 그리고 빙판 위를 휘젓고 있던 선배들의 플레이 하나 하나를 머리 속에 입력 하듯 뚫어지게 지켜봤다. “졸업하고 실업 팀 입단이 확실치 않아 공부를 계속할 예정”이라는 연세대 김범진(21)은 뒤지고 있던 하이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제보단 훨씬 경기 내용은 좋은데요. 오지에 밀리는 이유가 제가 보기엔 너무 개인 플레이에만 의존하는 것 같아요. 혼자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는 아이스하키는 힘들거든요.” 전날의 패배가 부담이 된 듯 팀의 주축인 알렉스 김은 여러 번의 기회를 패스 대신 슛을 시도하는 등 조급한 마음을 자주 드러냈다. 이번 시즌 골 랭킹 공동 1위 (23골)를 차지한 알렉스 김을 평가하는 수준도 고교생보다는 대학 선수가 조금 더 예리하고 날카로워 보였다. 올 시즌 하이원은 오지를 상대로 3승1패로 앞선 전력으로 창단 후 첫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꿈꿨지만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1-2로 끌려가던 하이원은 3 피리어드 동점골을 터트리며 분위기를 반전시켰지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어이없는 점수를 내주며 결국 2-3, 한 점 차 패배로 홈에서 내리 무릎을 꿇었다. 집으로 향하는 관중들은 “재미있다. 져서 아쉽지만 일본에 가서 꼭 이기고 돌아와 5차전을 다시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어떤 관중은 아예 “하이원이 고양시로 연고 이전을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고지 춘천을 등진 하이원 측은 나름대로 고민을 안고 있다. “정규 시즌 홈경기 관중이 50여 명에 불과한 경우도 허다하다”는 하이원의 박병철 팀 매니저의 설명을 듣고 보니 기존의 홈 팬의 실망감과 서운함을 외면 한 채 장소를 변경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하이원이 사용 중인 춘천 시내 의암 빙상장은 관중 동원 자체가 어려운 위치다. 게다가 구단 측 스스로도 홍보가 미흡했다며 솔직히 인정, 개선 의지도 밝혔다. 수도권에 집중 되어 있는 국내 아이스하키 팀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플레이오프의 관중석을 채운 엘리트 선수 이하 유소년 클럽 회원들에게 질 좋은 교과서이자 지침서가 되어 준 셈이다. 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훈련과 연습만이 전부가 아니다. 한 수 위의 플레이를 관중의 처지에서 지켜보며 얻는 소득도 크다. 실전에서 미쳐 깨닫지 못한 점을 찾아 낼 수 있게 해준다. 아무쪼록 하이원이 일본 도마코마이(苫小牧)에서 5일부터 열리는 3차전을 시작으로 대 반전을 펼쳐주길 바란다. 그리하여 구름 같은 홈 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고 오는 3월 9일 최종 5차전에 나설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 하이원과 일본 오지 제지의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 장면(제공=기타하라 히데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