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가 지났어도 질문은 그칠 줄 몰랐다. 그동안 참아왔던 야구에 대한 궁금증과 갈증이 봇물처럼 터진 것이다. 야구를 좋아한다는 한 가지 조건만으로 같은 자리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의 눈은 하루종일 일과에 시달려 피곤함이 적지 않으련만 전혀 내색없는 얼굴들이었다. 모두 통영의 사회인 야구선수들로서 참석자는 모두 다 합쳐 30명 안팎 정도의 소수 인원이었지만 하나라도 더 알고 넘어가야겠다는 의욕과 열기만큼은 마련된 임시 사무실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통영은 축구와 인연이 깊은 도시다. 축구국가대표 팀 감독을 역임한 김호 감독을 비롯 고재욱, 김종부, 김호곤 등이 모두 다 통영출신 축구인들이다. 통영시의 인구는 어림잡아 13만 여명. 시 치고는 인구 자체가 많은 편이 아니지만 동호인들이 모여 만든 축구팀이 100개가 넘고, 여기서 활동하는 동호인들의 숫자가 무려 4000명에 이를 만큼 상당히 축구열기가 뜨거운 도시다. 1999년부터는 통영시가 유소년 축구 육성사업을 벌여 지금은 청소년 대표를 배출하고 있을 만큼 시 차원에서의 지원도 든든한 편이다. 당장 축구장이 모자라는 것도 아니지만 2010년 완공을 목표로 인조잔디 구장과 천연잔디 구장이 각각 3면씩 들어서는 스포츠 파크도 현재 조성 중이다. 하지만 현재 통영에 있는 야구장은 달랑 한 개다. 사회인 야구 팀수는 전부 9개. 그나마 현재 쓰고 있는 야구장도 구장 시설이 매우 열악한 편이다. 모래만이 깔린 그라운드에 외야에는 잔디와 잡초가 뒤섞여 자라고 있다. 더욱 안쓰러운 뒷 얘기는 이마저도 시에 여러 번 찾아가 겨우 허락을 받아낸, 쓰레기 매립지 위에 세운 야구장이라는 사실이다. 동호인들이 자체적으로 예산을 마련해 중장비를 빌려 땅을 파고 직접 그라운드를 다듬어 지금의 야구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처럼 열악하기 짝이없는 야구 불모지나 다름 없는 통영시에 ‘야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초등학교는 물론 중학교 야구 팀 하나 없는 도시에 지난 11월 28일 리틀야구팀이 창단된 것이다. 얼핏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과 2009 WBC 준우승이 기폭제가 되어 일기 시작한 야구붐 때문인 것 쯤으로 생각하기 쉽겠지만, 통영시의 리틀 야구팀 창단은 숨은 조력자들의 애정어린 노력과 대가를 바라지 않는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통영시 내의 일선 학교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단원모집 공고를 벽에 걸어도 좋다는 허락을 얻어내고, 길거리와 공공기관 그리고 상당수의 음식점 안에도 홍보물을 부착하는 등 앉아 기다리지 않고 발로 뛰어다닌 사무국장, 1990년대 모 프로야구단의 프런트에 몸담기도 했던 현 통영 리틀야구단 단장의 사재를 아끼지 않는 전폭적인 지원등이 없었다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 단장의 뜻을 높이 헤아린 야구계 저명한 지인들의 측면지원과 지역 야구인들의 야구에 대한 순수한 애정에 공감한 통영시 측의 배려도 또다른 결실을 보는데 큰 힘이 된 것으로 보인다. 리틀야구단 창단에 그치지 않고 당초 축구장만 계획이 되어 있던 스포츠 파크 내에 천연잔디 야구장 한 면을 추가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처음 리틀야구단을 계획했을 당시 인근 타지역의 리틀야구단 접수 인원이 채 1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큰 기대를 걸기엔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통영시에서는 앞서 언급된 안팎의 노력으로 홍일점 여자 어린이 1명을 포함, 무려 5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야구부원 신청을 해와 접수를 조기에 마감시켜야 하는 이변을 낳았고, 10여 벌이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던 단체복을 부랴부랴 추가 주문하는 즐거운 해프닝도 겪었단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통영에 일고 있는 새로운 야구바람은 벌써 저만치 앞서 간 기분마저 든다. 리틀야구단 창단을 목전에 두고 통영시 야구연합회 측의 요청으로 이틀간 야구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 주고픈 마음에 이것저것 준비해 선뜻 찾아나섰던 여정, 그러나 가지를 뻗으면 끝도 없이 파고들 수 있는 것이 야구규칙인지라 주제마다 풀어야 할 대화의 시간이 턱없이 짧았고, 동호회 선수들이 직접 심판과 기록까지 겸하는 통영의 실정상 질문과 답변의 경계도 두 분야를 수시로 넘나들어야 했지만, 배우고자 하는 동호인들의 의지 앞에 준비해 간 형식이나 절차는 이미 의미를 잃고 있었다. 리틀야구단의 창단 소식과 야구 동호인들의 학구열을 함께 접한 이번 통영길은 가만히 생각해보면 전해주고 온 것보다 얻고 돌아온 것이 더 많아 보인다. 야구경기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그들에게 주고 왔지만 반대로 야구를 사랑하는 방식과 야구를 성장시키는 방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통영으로부터 얻어왔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지금 통영에 불기 시작한 야구바람이 새싹을 온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훈풍이 되어 홀씨를 달고 사방으로 훨훨 번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병웅 KBO 기록실장 통영리틀야구단 제공
